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詩- 야간열차의 두 남자
    작은詩集 2006. 2. 20. 13:43

     

     

     

    야간열차의 두 남자

     

    그냥 어느해 어느날 몇시쯤이라 하자.
    시덥잖은 우리들의 일상이 아닌가.



    포항발 서울행 새마을호
    7호차 33호석
    표 한장으로 두사람이 동석을 했다.
    마흔의 가운데 잘라 먹고도
    오십 넘보는 세월에 찌든 중년의 남자와
    또 그만큼의 나이를 먹은 중년의 남자가
    나란히 앉아서
    공간을 가르는 얇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웃다가
    찡그려 보기도 하다가
    실없이 윙크를 해보기도 하고
    같이 졸기도 하고
    가끔씩 나른한 눈을 뜨기도 하고
    무언가 같이 적기도 하면서
    동대구를 지나고 구미를 지나고
    추풍령의 하얀 어둠도 같이 지나고 있다.
    혼자서 식당칸을 다녀온 남자가
    다른 남자한테 미안한지
    2000원짜리
    제법 비싼 커피 한잔을
    또 나누어 마신다.



    세월은 영동역 간판을 숨가쁘게
    뒤로 밀어 붙이기만 하는데
    어느 시간쯤
    그들은 여정을 멈추고 쉴수 있을까?

     

    ****************************************************************


    세월이 간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요즈음은 몸으로 찾아오는 신호에 따름이다.
    안경의 도수를 제법 더하고서도 흔들리는 차안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밤에는
    고역중의 하나가 되었다.

     

    다독하는 편도 아니고 책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법도 좀체로 없다.
    책한권을 읽다가 몇가지의 생각 양식을 줏게되면 나름의 생각에 골몰하다가
    마침내 책을 덮어 버린다.
    그 책을 쓴 사람이 말하고자 한 주제를 나름대로 유추해서 해석해버리고는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 책장을 덮어 버리기 일쑤이다.

     

    그래도 누구와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전체적인 부분은 대충 따라가는데
    밑줄치듯이 문장을 외우는데는 자신이 없다.

     

    야간열차에서 책보기가 어려워 졌다는 것도 가끔 무릎을 압박하는 무지근한
    통증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다.

     

    그런날은 멀거니 창밖을 바라본다.
    차창으로 스쳐가기만 하는 불빛들의 파도와 같은 변화의 물결도 볼만은 하지만
    내릴때까지 나를 따라 다니는 내 伴影을 통해서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완전한 他者가 되어서 자신을 지켜볼 수 도 있고 운좋으면 깊은 대화도 하리라.

    '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아우라지 가는 길  (0) 2006.02.20
    詩-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0) 2006.02.20
    詩- 시간 건너 뛰기  (0) 2006.02.20
    詩- 겨울 주산지(청송)  (0) 2006.02.20
    詩- 기억과 추억  (0) 2006.02.2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