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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시간 건너 뛰기
    작은詩集 2006. 2. 20. 13:34

     

     


    시간 건너뛰기

     

     

    까르륵 까륵...
    세상 끝인듯한 소리로
    태엽이 감기던
    세이코 괘종 시계
    아버지의 아침은
    나비 모양 쇠붙이로
    태엽을 감아야 열리곤 했다.

     

    아버지가 며칠 들어 눕던 날
    아버지가 다니던 밀가루 공장
    핏발선 눈으로 파업한다며
    몇날 집 비우던 날
    아버지의 청춘 값 네마지기 논
    타는 가뭄에 거북등 되던 날
    잠깐씩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삶에서 적응의 시간이란
    그저 무심하게
    그렇게 오는 법이다.
    다시 태엽이 감기고
    뚜뚜뚜~ 라디오 시보에 맞추어
    시침 분침 초침이 돌면
    마침내 건너 띄어진 시간도
    애써 추억의 책장을 닫는다.

     

    아버지의 낡은 아침을 외면한채...

     

    **********************************************************************

     

    근 사십년이 흘렀네요.
    우리집에 괘종시계가 생겼습니다. 골탕을 입힌 종이에 모래를 뿌린 까만 지붕재와
    녹슨 양철슬레이트로 지붕을 얹은 낡고 좁은 집이였지만 엄마가 매달 조금씩 부어넣은
    시계계에서 순번이 되어서 가져온 것이었지요.

     

    그때는 손목시계계도 있었고  반지계에다 단풍놀이계까지 참 많기도 했었지요.
    실상 서민들이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지요.
    물론 빵구가 나서 (계라는 것이 깨어지고 계주가 도망을 치는 것을 말하지요)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광경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의 하나이지요.

     

    그렇게 거실이 없던 우리집에서 시계는 방의 한쪽을 차지하고서는 시간이 바뀔때마다
    뎅~뎅~거리며 제 나름의 자리를 잡아 갔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아침이 왜 그리 싫던지요.
    일어나기가 왜 그리 고역이던지요.
    아마도 내가 아침형인간이 되지 못하는 것은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 고역인 아침에 어느날부터 까라락 거리는 태엽감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버지가 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출근하시기 전에 태엽을 감는 것이지요.
    그롷게 아침에 아버지가 감는 태엽소리가 귀에 들리게 된 것은 우리집에 시계가 오고
    나서도 아마 한참을 지난 뒤였을 겁니다.

     

    그렇게 태엽 감는 소리가 들려오면 마음속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겁니다.
    "야! 일어나..일어나서 일터로 나가시는 아버지에게 인사라도 해야지.."
    "뭔 소리야..아이들은 많이 자야 되는 거야..아버지도 그러길 원할거야.."
    그러나 머리가 다 커서 고등학교까지 가서도 한번도 아버지의 배웅을 못했습니다.

     

    가끔씩 시간이 멈추어 지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크게 앓으셔서 병원에서 이틀..집에서 열흘정도 누워 계실때도 그랬고
    아버지가 다니시던 밀가루 공장에 노조가 생겨서 파업을 하거나 밀가루 주문이 없어서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동안 보수를 한다고 며칠씩 집을 비울때도 그랬지요.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큰집에서 머슴같은 생활을 십몇년하고 결혼을 하며
    그 값으로 타온 네마지기 논..그 귀한 논에 가뭄이 들어서 거북등이 되었던 몇 날도
    시계도 염치가 있는지 멈추어 있었습니다.

     

    슬픈 일이던 아니면 기쁜 일이던 늘 우리를 스쳐서 저만치 지나가는 거지요.
    머물러 있는것은 빛바랜 추억들 뿐이지요.
    시계가 잠깐 멈추어 있는 동안에도 우리들의 삶은 강물처럼 흘러서 가버리는 것이지요.
    고통의 시간들이 시계를 잠깐 멈추게 해도 며칠이 지나면 아버지의 시계 밥주는 소리
    (태엽을 감는 것을 아버지는 늘 "시계 밥줘야지.." 하셨지요)가 들리면 모든 일들은
    다시금 시침..분침...초침이 돌면서 일상으로 돌아 오고는 했지요.

     

    이제 아버지도 많이 늙어셨습니다.
    시계밥을 주실때만해도 삼십대의 아버지는 이제 팔순에 가깝습니다.
    겨우 열살쯤이던 큰 아들도 이제 오십고개에 턱걸이를 하는 중입니다.
    이제는 태엽을 감아 밥을 주어야할 괘종시계도 없지만 까르륵 까륵~ 힘차게 태엽을
    감는 아버지를 그립습니다.

     

    오늘밤에 고향을 향해 출발하면 내일은 아버지를 보게 될겁니다.
    이제는 까르륵 까륵~ 하는 태엽감는 소리보다는 쿨럭~쿨럭하는 기침소리로 아침을
    열어 주시는 아버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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