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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겨울 주산지(청송)
    작은詩集 2006. 2. 20. 13:30

     

     

     

    겨울 주산지

     


    주산지는
    청송산 콧구멍
    새참먹다 잠든
    청송산 코고는 소리
    소소소- 들려야
    비로소
    편안히 얼어 붙는다.

     


    주산지 나무들은
    청송산 콧털
    겨울 청송산 코골때마다
    행여 봄인가
    들떠다 들떠다
    애꿎은 얼름장만 갈라 놓는다.

     


    ---------------------------------------------------------------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영화가
    있었지요.
    아마도 우리나라 영화중에서 이 영화만큼 우리나라의 4계절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 없을 겁니다.
    같은 장소 하나를 두고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육체...
    1년 365일동안 아날로그의 시간이 흘러가는 과정을 불과 한시간 조금 넘는
    시간에 볼수 있었던 영화였지요.

     


    천진한 동자승이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이르는 파란 많은
    인생사가 신비로운 호수 위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위에 그려지는
    정말 한국적인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이 우리 인생에 비유를 한다면 업(業)시작이고 여름히 부단한 몸부림인
    과정이라면 결국 가을은 봄에 심은 과보를 받는 시기가 되겠지요.
    겨울은 당연히 비움(公) 의 계절이라고 할 것인데 이것은 무의미를 느끼는 중년
    과 같은 것일겁니다. 영화에서는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날 절에 온 여인이 아이를 두고 가고 다시 봄을 맞이 하는 과정~

     


    이 아름다운 영화는 주로 경상북도 청송군에 있는 주산지에서 촬영이 되었는데
    몇번의 계획과 무산의 연속속에서 마침내 큰 마음먹고 들린 곳입니다.

     


    포항에서 출장이 생각보다 제법 일찍 끝나게 되어서 들러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부지런히 달리면 초저녁이면 집에 도착을 해서 편안히 쉴수도 있겠지만
    그 편안함을 포기 하기로 했습니다.

     


    세상의 법칙이란 하나를 포기하면 또 다른 하나를 얻기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포항에서 국도를 따라 기계와 죽장을 지나서 해발 450미터쯤되는 꼭두방재와
    해발 540미터쯤되는 삼자현 고개를 넘고서야 마침내 주산지에 도착했더랬지요.

     


    겨울 주산지에는 8톤 트럭 한대쯤 올려도 좋을만큼 단단히 얼어 붙어 있었지요.
    여름내 무성하던 나무들은 주산지의 물에 반쯤 아랫도리를 담그고 몸을 조이는
    얼음장의 차가움을 견디고 있었지요.

     


     


    소소소~
    바람이 불어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산지에 몸을 담근 나무들은 잎도 다 떨어뜨려서 소리를 낼수도 없었지만
    주변 언덕에 소나무와 잡목들이 그렇게 청송산이 숨을 쉰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랫도리 얼어붙은 나무들도 그 소리에 위안을 받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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