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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육봉화 은어(陸封化 銀漁)작은詩集 2006. 2. 20. 14:11
육봉화 은어(陸封化 銀魚)찰나의 시간동안도
꿈을 잊지 마라.
순간 순간이 우리의 귓볼을
칼날처럼 스치고 지날때마다
꿈을 찾아 떠나라.꿈을 잊으면
그 순간
바다를 망각한
슬픈 은어가 되리라.그리움이란 가는자
그리고 오려는 자의 전유물이다.
바다를 상실한 은어는
그저 피라미에 불과하다.
살점에서 풍기는 수박내음도
구린내로 변해 가리라.회귀(回歸)한다는 것은
솔롱고스 찾아 헤매다가
비로소 깨어난 꿈 같은 것.사람에 의해 바닷꿈이 거세된
대청호 육봉화 은어들은
더 이상 가야할 곳도 와야할 곳도 없다.그들에게 남은 꿈은 무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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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태어나 강으로 돌아오는 삶을 사는 고기들이 있지요.
이른바 회귀성어종들이라고 하는 연어..장어...은어들 말입니다.그들은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바다를 꿈꾸게 되는 것이지요.
오로지 바다로 가고자 하는 그들의 꿈은 태평양을 만나면서 이제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이 되는 운명을 타고 났지요.새끼로 태어났을때 물길이 댐등으로 막힌다거나 해서 바다로
가야할 꿈을 잊어버리고 그냥 민물에 의지해서 살아가게 되는
습성을 육봉화(陸封化)라고 한다지요.육봉화(陸封化)...
가끔씩 보는 환타지 영화나 무협지에서 강시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귀신이 우리들의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봉인(封印)을 하는데
이 봉인은 본인은 절대로 풀수가 없다는 것이 슬프지요.
누군가의 힘을 빌려야 풀수 있는 것인데 육봉(陸封)이란 용어도
육지에 봉인된다는 말의 뜻이니 얼마나 슬픈 言語인지 모르겠네요.대청호는 대전 부근에 있는 인공호수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강원도의 왕피천이나 밀양의 낙동강에서나 겨우
볼 수 있었던 은빛 곱고 수박향이 살살 피어나는 은어(銀魚)를 사람들이
잡아서 실험실에 가두고 길을 들여서 그들의 바닷꿈을 제거해버린 다음
풀어 놓아서 요즈음 대청호에는 은어들의 헤엄침을 구경할 수 있다네요.일전에는 섬진강에서도 다른곳의 연어치어를 섬진강에 풀어서
얼마전부터 간간히 연어들이 돌아 온다고 하더군요.가야만 할 곳도 그리고 와야만 할 곳도 그렇게 인공적인 여러 조건들에
의해서 잊어버리고 살아가야만 하는 대청호의 육봉화 은어들...
그들은 이제 무슨 꿈을 꾸며 살아들 갈런지요.'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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