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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고속도로 저격수작은詩集 2006. 2. 20. 14:34
고속도로 저격수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나는 어느듯
연어가 되어 있다.
지느러미 퍼득이는 소리 들리고
꼬리의 뻐근함 느껴온다.
눈 덮힌 산
텅 비어 버린 들판
푸른색 이정표들
흐르는 강물 바깥 풍경처럼
스치고 지나 간다.
나는 거슬러 오르는
한마리 기진한 연어가 된다.
고속도로 에서는
목표만 존재하는 한마리 연어다.
오늘은 다행히 서풍이 분다.
그것도 아주 거세게 분다.
구름 몇조각, 길에 떨어진 그림자
서풍을 타고 같이 거슬러 오른다.
강변 숲속에서 날아오는 작살처럼
그래서 충혈된 미간 생채기난 옆구리
가림없이 파고드는 아픔처럼
건조해진 길가 철쭉속에서
마구 쏘아대는 저격수의 레이저.
같은 속도로 스쳐간 많은 것들 두고
언제나 나만 명중 되누나.
나혼자 외롭게 피 흘리누나.
오늘도 철철- 흘리는 칠만원어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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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포항으로 출장을 오는 길은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풍경들 마구 마구 세차게 뒤로만 스쳐지나가는데
구름의 그림자 한무더기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렇게 같이 달렸습니다.
그림자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친구가 되어 주는 사물이 있다는건
무료한 달림의 길에서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요.
아차~
너무 구름에게만 신경을 썼나봅니다..
커브가 있는곳...말라버린 철쭉숲위로 표정없는 이동식 카메라가
뾰죽히 머리를 내어밀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기는 했지만 미처 속도계를 보지 못해서
며칠을 기둘려 보아야 사진이 잘 나왔는지 아니면 너무 못생겨서
카메라가 찍기를 거부했는지 알듯 합니다.
모두 저격수를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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