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詩- 눈 속에 핀 꽃
    작은詩集 2006. 2. 20. 14:37

     

     

     

    눈속에 핀 연꽃


     

    "연꽃 이쁘게 피었네!"

    "아빠! 그림이잖아?"


     

    아이는 아직

    세상을 마음에 쟁이는

    방법 모르는 구나.


     

    그림도

    마음에 담으면

    누림이 된다는 거

    아직은 모르는 거 구나.


     

    현충사 귀퉁이 뒷간

    그 벽앞에 섰던

    아이와 나 그리고 세상풍경.


     

    그림과 연꽃사이에

    눈이 내려 쌓였다.


     

    ***************************************************************

     

    첫 눈 온 날 현충사로 갔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온세상의 모든것들이 하얀 눈아래

    숨어서 차가운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봄과 여름..그리고 가을동안 여러종류의 꽃들이 피었다 지고

    다시 피기를 거듭하던 현충사 정원...

    그러나 겨울에서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꽃이 없어서가

    아니라 활엽수들의 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그렇게 남아서도 아닐것이다.

     

     

    어찌보면 겨울도 우리에게는 행운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연인의 차가운 손을 잡아서 여분의 체온을 서로 나눌수도 있으며

    세상의 추함도 잠깐씩 하얀 눈으로 덮어 놓을 수도 있으며

    지나가는 산비탈의 바람도 잡아서 투명하게 얼려놓을 수도 있고

    봄의 따스함에 대한 그리움도 가지게 되는 때인 것이다.

     

     

    그래도 이 차가운 겨울에 연꽃을 볼 수 있었다.

    현충사 귀퉁이에 지어진 화장실 벽에 누군가가 멋드러지게 연꽃을

    그려 놓았다.

     

     

    바로 밑에는 철쭉들이 내년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가지들위로

    하얗게 눈이 내려서 쌓였다.

    마치 눈속에서 연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오른듯 하다.

     

     

    저만치 가는 막내를 불렀다.

    막내는 그림에 조예가 있는 아이라 이런 풍경을 눈에 넣어주고 싶다.

    "아빠! 왜?"

    "저기 봐라...연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잖아!"

    "그림이잖아.."

     

     

    언제쯤이면 이 아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창고에 쟁여서

    보석으로 숙성을 시킬 수 있는 나이가 될까...생각해 봅니다.

     

    '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소금  (0) 2006.02.20
    詩- 첫 눈은 왜 오고 지랄이야.  (0) 2006.02.20
    詩- 고속도로 저격수  (0) 2006.02.20
    詩- 첫눈 오는 날  (0) 2006.02.20
    詩- 육봉화 은어(陸封化 銀漁)  (0) 2006.02.2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