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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첫 눈은 왜 오고 지랄이야.
    작은詩集 2006. 2. 20. 14:45

     

     


    첫눈은 왜 오고 지랄이야.

     


    삼년 넘게 앓아 누운
    마누라 진액빠진 엉덩이
    딱 고만한 배추밭.
    끝물 배추 서른포기 골라
    리어카에 싣고 온 溫陽場.

     


    담배 한 개피 안피웠으면
    장 끄트머리 애견센타 앞
    예까지 밀리진 않았으리라.
    제산제 한 포가 목젓을 탄다.

     


    많이도 컷다고 하드만
    기억속에선 영 자라지 않는
    서울 사는 손자놈
    딱 그만한 나이쯤되는
    보라빛 목도리 아이놈
    첫눈이라고 벙어리 장갑만 하게
    아가리 찢어 지누나.

     


    손자 보던 날 처음 해본 퍼머
    닭똥 눈물 떨구던
    마누라 생각에 서러운데
    조막만한 개새끼
    무지개빛 물까지 들였구나.

     


    펄떡- 펄떡-
    썩어가는 심장이
    마지막 숨을 몰아 쉬듯
    바람이 자꾸 분다.

     


    낡아 빠진 타포린 천막 조각
    이리 덮어보고 저리 덮어도
    마수걸이 못한 리어카에
    자꾸
    지랄같은 눈이 스며든다.

     


    깔깔대는 아이따라
    강아지도 덩달아 뛴다.
    서른포기 떨이해도
    강아지 퍼머값도 안되는 돈
    애견센타옆 김약국
    닫친 문고리도
    삐질 삐질 웃는것만 같다.

     


    박씨는 목젓이 아파 온다.
    힘겨운 세상으로 내뱉는
    가래가 끓어 오른다.

     


    "저노무 개새끼는 머가 좋다고
    저리 뛰고 지랄이여~"

     

    ********************************************************

     

    지난 일요일...
    첫눈이 소담스럽게 내린 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했던 현충사에서
    신나게 놀고 오던날...

     


    마침 장날이더군요..
    이제는 도회지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장날이 그리 큰 의미로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근동의 시골에서 배추...상치..부추...마늘등등을 보퉁이에
    끌고 다니는 장보기 카트에 그렇게 싣고 와서 몇만원씩 벌어서 관절염에
    좋은 약도 사고 천식약도 사고..조금씩 어디다가 꼬기 숨겨서 나중에
    손자들 용돈도 주는 것이지요.

     


    요즘은 마트들이 많아서 젊은 사람들은 거의 안오고 그래도 습관처럼
    5일장이 세포마다 스민 노친네들이나 오는 곳이 되어버렸지요.

     


    신호를 받고 있는데 장이 서는 한참 밑에 아는 분이 있습니다.
    적십자봉사대에서 독거노인 집을 고쳐주는 봉사를 할때 시청에서 추천해
    한번 가서 봉사를 해드린 분입니다.

     


    할머니는 삼년째 병석에 누워만 계십니다.
    할아버지가 쬐그만 밭떼기에서 배추..고추..그저 그런것들을 조금씩 심어
    조그만 리어카로 장에 내어다 팔아 할머니 약을 조달하고는 하지요.

     


    외동아들은 서울로 이사를 했다는데 손자 못본지가 수년이 되었다는 군요.
    명절이 되어도 공부해야 한다고 오지 않아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기억속엔
    고2쯤이 된다는 손자도 그저 초등학생으로 남아 있는듯 했습니다.

     


    아마 오늘은 무었때문인지 좀 늦었던것 같습니다.
    장날에 가끔 보기는 하는데 늘 장입구에 전을 펼쳐놓으시더니 이 날은
    저 밑 사람들 한가히 오가는 애견센타와 약국이 붙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으셨군요.
    한번 시작되면 한시간은 고생한다는 할머니의 병구완으로 늦었는지 모르지만
    장터에서는 내 자리...니 자리가 없는 법이지요.
    하긴 그것도 요지에는 서로 맡아 놓은 자리가 있다고 하는데 자릿세를
    낼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은 장의 변두리 여기 저기에 전을 폅니다.

     


    첫눈 온다고 아이들 뛰고...몇만원들여 무지개빛으로 털을 염색한 강아지도
    깨깽~ 깨갱~ 뛰고....
    할아버지는 낡고 여기저기 찢어진 타포린 천막지로 여기를 덮고 저기를 덮고..

     


    세상의 일들이란 늘 이렇게 고르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해버리기에는
    어쩐지 가슴이 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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