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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을은 전어처럼...작은詩集 2006. 2. 20. 15:34
가을은 전어처럼..
가을이 제 소리를 내려고
차르륵 차르륵 갈대를 흔들다
남의 살 부비는 소리에 놀라
샛구멍을 찾는 섬진강.남해갯벌 실팍한 파래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어
은빛 전어 살을 올리고
이제 조금씩 그리움이 되는
숯불의 따듯함은
서너줄 칼집을 따라 작은 구름이 되고
석양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샛강의 갈대밭 물가에서
미처 가을을 예감하지 못한
왜가리의 비쩍마른 다리가
스믈 스믈 퍼지는 황혼에도
여전히 갯내음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가을전어는
여름내 시달린 사람들에게
자연이 베푸는 작은 축복이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들은
홍등을 내어다 걸고
왁자하고 걸판지게 판을 벌린다.섬진강 하동 80리의 끝자락 동네
망덕포구에 열린 전어축제가
잠깐 길가는 나그네의 발목을 잡는다.
은근히 뻐근한 침샘의 자극으로
담넘어 까치발로 넘겨 보다가
꿈을 깬 나그네는 길을 재촉한다.오늘은 세상의 모든 생명있는 것들
가슴 벌렁이는 보름달이 떳다.
밤 낚시를 나선 뱃사람 등뒤에도
가을의 소리를 대신 내는 갈대밭에도
가을을 못찾아 허대는 사람들의
왁자함이 파편처럼 쌓여가는
섬진강 휴게소에도 보름달이 떳다.가을에는 떠나야 한다.
머물기에는 가을이 너무 짧다.
잠깐 머물다가는 전어처럼...가을에는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뜨고 있기에는
전어비늘같은 은빛 억새들이 찰랑대
눈이 시려 견딜 수 없기 때문....가을은 전어처럼 왔다가 앙상함만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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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듯 시계가 밤 10시 52분을 가르키고 있다.
지금은 진주-대전간 고속도로 덕유산 휴게소에서 피곤에 절어 한계를 보이는 다리를 쉬면서
노트북으로 몇자 적고 있다.한며칠 그야말로 사정없이 바쁜 시간의 연속속에서 허덕대었다.
14일..그러니까 금요일 새벽 3시에 핸드폰의 알람소리에 잠이 깨서 신새벽에 집을 나서서
아침 6시에 섬진강 휴게소에 도착..40분간의 꿀맛같은 소나기 잠을 자고 다시 출발해서 목적지
광양에 7시 40분에 도착...전쟁과도 같은 하루일을 마무리 한 시간이 5시...잠깐 목욕탕에서 샤워하고
나온 시간이 6시...고속도로를 올려서 대구에 도착한 시간 밤 9시...업무 보고 대구 출발 11시...
현풍휴게소 7키로 전에 차의 거리적산계가 99999를 가르키다...길옆에 차를 대고 계기판 사진찍음...
다시 1키로 진행하니 마침내 100000...십만키로로 단위가 달라졌다..역시나 계기판을 휴대폰으로
찍어서 저장을 해두었다...사천휴게소에서 3시간 새우잠을 자다.
무슨 꿈울 꾸기는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로인해서 깨어 다시 길을 나섰다.
역시나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예전같으면 이렇게 잠을 안자고도 사나흘쯤은 끄덕없었는데 달라졌다.
이내 졸려서 아찔하게 중앙분리대와 가까워지기도 하고 앞차의 브레이크등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금방 다시 만난 섬진강 휴게소...조금만 더 가면 다시 광양이건만 시간은 이미 4시를 넘기고 있으니
이 시각에 여관을 찾기도 뭐하다.
그냥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뒷자석에서 큰 수건과 벼게를 찾아서 잠을 청한다.
차안에서 꼬부리고 자는 대략 궁상스러운 장면도 따지고 보면 여행자에게는 장식이 될 수도 있겠다.
늘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여관에 가도 혼자만의 오로움이 기다릴테니 이것도 좋은 편이다.다시 아침이 밝았고 어제의 전쟁판은 종일 육신을 지치게 만든다.
오늘은 그래도 크게 위험한 작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같으면 내일까지 남아서 작업을 독려하고
싶기는 하지만 내일은 또 방송통신대 중간시험이다.
그나마 오늘 어느정도 작업이 진행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수고한 작업반장과 현지 하도업체 사장을 불러서 복국으로 저녁을 먹고 내일 작업을 독려했다.그리고 다시 출발이다.
저녁 먹기전에 목욕탕에 샤워하러 갔더니 사우나는 안돼고 샤워만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은 광양에 전어축제가 있어서 목욕올 사람들이 전부 전어먹으러 갔다고 오늘만 일찍 문을 닫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왕에 문닫기 전에 온 손님이니 샤워나 하고 가란다.
넓은 대중목욕탕을 혼자 쓰려니 거시기~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의 땟물을 뽑아 내었다.
샤워를 하면서 이런 저런 전어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른다.그럭저럭 11시를 넘기고 있다. 아마 오늘도 나는 길에서 새날을 맞이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출발을 해야겠다. 노트북의 밧데리도 바닥을 보여가고 보조 밧데리를 가방에서 꺼내는것도
왠지 팔이 무겁기만 하다.
*** 2005년 10월 15일 11시 30분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덕유산 휴게소에서..'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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