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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의 두 남자 그냥 어느해 어느날 몇시쯤이라 하자. 시덥잖은 우리들의 일상이 아닌가. 포항발 서울행 새마을호 7호차 33호석 표 한장으로 두사람이 동석을 했다. 마흔의 가운데 잘라 먹고도 오십 넘보는 세월에 찌든 중년의 남자와 또 그만큼의 나이를 먹은 중년의 남자가 나란히 앉아서 공간을..
시간 건너뛰기 까르륵 까륵... 세상 끝인듯한 소리로 태엽이 감기던 세이코 괘종 시계 아버지의 아침은 나비 모양 쇠붙이로 태엽을 감아야 열리곤 했다. 아버지가 며칠 들어 눕던 날 아버지가 다니던 밀가루 공장 핏발선 눈으로 파업한다며 몇날 집 비우던 날 아버지의 청춘 값 네마지기 논 타는 가뭄..
겨울 주산지 주산지는 청송산 콧구멍 새참먹다 잠든 청송산 코고는 소리 소소소- 들려야 비로소 편안히 얼어 붙는다. 주산지 나무들은 청송산 콧털 겨울 청송산 코골때마다 행여 봄인가 들떠다 들떠다 애꿎은 얼름장만 갈라 놓는다. --------------------------------------------------------------- 김기덕 감독의 "봄..
낡은 것이 좋다. 나는 낡은 것이 좋다. 내 정신도 내 껍데기 육신도 이미 낡았음이다. 낡을대로 낡은 가지에 청춘의 뾰로지처럼 푸른 순 새로 돋는 건 진한 음주뒤 해장국처럼 강하게 휘발하는 서늘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낡은 교회가 좋다. 나는 무너진 절터가 좋다. 종교란 소슬하고 빈한할수록 빛..
第2章 연애는, 연애하는 자의 주관적인 결정 작용이다. 즉 소금 광산 속에 집어 넣은 마른 나뭇가지에 소금의 결정이 엉기어 그 참새발 같던 나뭇가지가 수많은 다이아몬드로 얽혀서 아름다운 소금의 결정체로 변하는 것과 같다. 《스탕달/연애론 戀愛論》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우리눈이 인식하고 ..
第1章 연애를 하면서 동시에 현명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격언집 格言集》 얼마전에 포항에서 知人들과 술자리에서 연애에 도가 텄다는 사람이 술안주로 회자가 되었더랬지요. 그분은 저도 조금 아는 분인데 첫 인상을 보면 참 어리숙하게 생겼습니다. 눈빛도 왠지 좀 풀려있..
내일이 2월 14일이니 발렌타인데이라고 한다. 해마다 그렇듯이 여기저기서 초코렛 선물을 받게 될것이다. 집에서도 딸만 셋이니 한무더기..사무실에서도 여직원이 이날에는 모든 직원들에게 몇개의 초콜렛을 돌리곤 하는 것이다. 원래 발렌타인데이는 다소 봉건적이였던 사회풍습에서 조금의 느슨함..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였던 고(故) 백남준씨의 작품 몇점 보고 왔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노마드(Nomad,1994)' 입니다. FRP라고 하는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길이 2m정도 되는 버스모양의 작품이였는데 버스안 운전석에 백남준씨가 특유의 표정과 제스처로 등장하는 브라운관을 배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