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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보감 제2장
    연애보감(戀愛寶監) 2006. 2. 20. 12:09

     

     

    第2章


    연애는, 연애하는 자의 주관적인 결정 작용이다.
    즉 소금 광산 속에 집어 넣은 마른 나뭇가지에 소금의
    결정이 엉기어 그 참새발 같던 나뭇가지가 수많은
    다이아몬드로 얽혀서 아름다운 소금의 결정체로
    변하는 것과 같다.
                     《스탕달/연애론 戀愛論》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우리눈이 인식하고 우리의 미각이나 후각이 느끼는 것만을
    진실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삭막해져서인지 자극에 무디어져 버린것인지 감동이 적어졌습니다.
    참 오래전 그러니까 반디불이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다닐때 우리동네에서
    제일 부자였던 목수아저씨네에 테레비가 처음으로 들어 왔지요.
    나무상자처럼 생긴데다가 주름문을 여닫는 가구처럼 생긴 테레비가 말입니다.
    "旅路"라는 연속극은 동네 아줌마들의 독차지가 되었고 "김일" 아저씨가 박치기를
    마구해대는 프로레슬링은 동네 아저씨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정작 우리들은 담위나
    감나무위에서 훔쳐볼 수 밖에 없었지요.


    특히 "여로"라는 연속극을 보면서 동네 아줌마들이 짜낸 눈물이 족히 몇 드럼은
    충분히 될것입니다.
    어떤 아줌마는 흐느끼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대성통곡을 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실 테레비가 보여주는 그 장면들은 허상(虛象)에 불과하지요.
    전파와 브라운관이 만들어낸 실체가 없는 연속되는 고정사진의 잔상효과일 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텔레비의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
    실체는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가령 지금 우리앞에 빨간색 사과가 하나 놓여있다고 가정을 해볼까요.
    사과는 빨갛게 윤기가 나는 사과가 먹음직 스럽고 보기에도 참 좋지않습니까.
    청송사과..대구능금...예산사과등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사과의 대명사이지요.
    왜 빨간사과 이야기를 꺼내어 놓느냐면 빨갛다고 하는 색깔때문입니다.


    우리가 빨간사과라고 인식하는 것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냥 사과 자체가 빨갛다고 생각할 뿐이지요.
    그러면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 한 구석에 빨간 사과를 두고 찾으라면
    요행을 빼고 찾아내기가 쉽지를 않지요.
    빛...光....
    우리가 빨간 사과다 하얀 부츠다 청색 미니스커트다 하는 것은 모두 이 빛이라는
    것의 장난스런 헤프닝의 허상을 보고 인식하는 것이지요.
    무슨 이야기냐고 하면 빛이 사과를 비추면 사과는 그중에서 빨간빛만을 반사시켜
    우리 눈으로 보내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눈은 충실하게 빨간색의 동그란 상을 망막에 맺히게 하고 그 정보가
    빛이라고는 하나 없는 캄캄한 뇌속으로 전달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아! 빨간사과~"
    우리의 인식이 빨간색 파란색 파라스럼한색을 구분하는 것은 결국에는 빛이라는
    놈과 그 반사된 허상을 보고 결정된 정보검색의 결과라는 것이지요.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 말은 불교에서 가장 널리 암송되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얼마전에는 색즉시공이라는 영화도 나왔었지요. 배우"임창정"과 "하지원"의 연기가
    좋았고 스토리도 그런대로 秀作이라 할 만했지요.
    色은 곧 空이요..空은 곧 色이라....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색(色)이란것이 사물에 반사된 빛이 전달해 주는 정보를
    우리 시각이 인식해서 해석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색의 본질이 어떠하던지 관계 없이 전달하는 빛이나 받아들이는 개별적
    시각의 기준에 따라 색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확대 해석해서 개와 사람을 도마에 올려봅시다.
    빨간 사과를 두고 사람의 해석으로 빨간색이라고 했는데 과연 개도 그럴까요.
    내 자신이 개가 되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동물학자들의 이야기로는 사람과 동물의
    색 해석이 분명히 다르다고 하더군요.
    사과는 실재하는 상황에서 개와 사람이 각각 눈의 망막과 시신경이 전달하는 체계를
    따라서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므로 분명 허상을 실상이라 판단하는 것이지요.


    일년에 한번씩 회사에 XX병원이라고 크게 적힌 버스가 들어옵니다.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위해서 오는 것인데 해마다 똑같은 절차와 형식을 거치게 되죠.
    몇년전부터는 45살 넘는다고 심장질환을 체크하는 과정이 더 들어갔습니다.
    이게 뭡니까...
    쳇! 나이 먹고 직급이 올라가고 하면 더 편해져야 하는데 추가되는 절차만 생기고...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런 검사때마다 안 빠지고 하는게 하나 있지요.
    예쁘게 생긴 간호사복의 아가씨가 조그만 책(Book)을 파라락~넘기며 보여주지요.
    싱겁습니다. 5...7...3...4....알록달록한 점으로 구성된 숫자를 읽어야 되지요.
    이른바 색맹(色盲)검사인데요 색맹이라는 것이 특정한 색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는데 아까 이야기한 사과가 반사해 낸 빨간색의 빛을 이번에는 사람측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애중의 한 종류이지요.


    가령 빨간색에 대한 색맹은 빨간색을 인식하지 못하므로 같은 사과를 앞에 두고도
    한사람은 빨간사과가 있다 없다로 그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 말이 꼭 우리들의 인식범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고 인간이 가진 마음의
    욕망이나 현실과 비현실의 문제까지 그 해석의 범위가 미쳐있지만 색깔이라는
    작은 문제에 결부시켜서 해석해도 얼추 이해가 되시지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 내 눈에 빨간색으로 보이면 빨간색은 진리가 됩니다.
    빨간사과를 보고 "저건 하얀사과"라고 하면 미친놈이 아니면 색맹 중에 하나로 간주가
    되어버리지요.
    내 눈에 보이는 인식하는 것 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라는
    개체가 지닌 한계라는 것입니다.


    연애도 마찬가지 입니다.
    연애 상대자를 보는 시각의 차이도 우리 인간의 주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연애라는게 당사자끼리만 인식의 차이가 없으면 되는 것이지요.
    결국 따져서 말하면 연애는 같은 파장의 빛을 본다는 것이나 같습니다.
    더 깊이 이야기하면 비슷한 무게와 질량과 역시 비슷한 색깔의 虛象을 본다는 겁니다.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리 죽고 못사는 원앙이 아니라 指南鐵같이 붙은
    커플을 보더라도 각자의 주관이 있는 이상 그 주관의 무게와 질량 그리고 색깔에는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달아낼수 있는 저울이 없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있다면 한탄과 비탄에 빠질
    청춘남녀가 많을 겁니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주관을 잘 짐작하는 사람입니다.
    100퍼센트가 존재할 수 없는게 이 문제인데 그나마 비슷하게 낙제점을 면하면
    일단 연애에 성공을 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 이지요.
    연애는 서로가 바라보는 빛의 농도를 맞추는 과정입니다.
    서로의 농도 차이를 확인했을때 화가 나고 신경질이 나는 것은 상대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자기 주관적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자괴감을 감추기 위한 행동입니다.


    카메라 렌즈는 빛에 참으로 민감한 물건이지요.
    아주 맑거나 눈이 하얗게 내려 있는 곳에서는 렌즈를 조여서 빛이 들들어오게 해야
    하고 어둡거나 한 곳에서는 렌즈를 개방해서 빛이 많이 들어오게 해주지요.
    샷타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두운 하늘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샷타속도를 느리게 해서
    좀더 많은 빛이 들어오게 해야만 좋은 사진을 얻을수 있지요.


    연애도 마찬가지 입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서로가 인식하는 빛의 파장이 절대로 일치하는 사람은 존재
    하지를 않습니다.
    상대편의 빛의 파장에 따라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들 주변에 나이를 먹고도 결혼을 못한 사람들을 두고 흔히들 눈이 높아서라고
    이야기 하는데 눈이 아무리 높아도 눈썹아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연애를 잘못하는 사람이라고 해야겠지요.
    상대편에 맞추어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인식의 렌즈를 조정할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연애는 자주 하는것 같은데 늘 옆에 새로운 사람이 있는 경우지요.
    싸우고 헤어지고 또는 이상이 안맞아서 헤어지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런 사람들은 진도조절에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상대편이 잠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때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셧터의 스피드를
    최대한 느리게 해야 겠지요.
    이 스피드의 조절이 정말 힘들기는 하지만 이 스피드 조절을 잘 해야만 연애라는
    길고도 험난한 과정의 가시밭길을 건너 행복이라는 열매를 맛볼수 있겠지요.


    진정한 연애를 즐겨보겠다고 한다면
    우선은 마음속의 조리개와 샷타를 조정하는 법부터 배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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