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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보감 제1장
    연애보감(戀愛寶監) 2006. 2. 20. 12:03

     

     

    第1章


    연애를 하면서 동시에 현명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격언집 格言集》  


     

    얼마전에 포항에서 知人들과 술자리에서 연애에 도가 텄다는 사람이 술안주로
    회자가 되었더랬지요.
    그분은 저도 조금 아는 분인데 첫 인상을 보면 참 어리숙하게 생겼습니다.
    눈빛도 왠지 좀 풀려있고 머리도 뽀마드는 커녕 제대로 빗지도 않은 채 조금
    체구에 비해 크다는 느낌을 주는 잠바를 걸치고 다니지요.


    저는 뭐 연배차이가 좀 나는 데다가 직업도 서로 달라서 같이 술자리를 할일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날 자리에 있던 두분은 그분과 같은 연배에다가 고향도
    비슷해서 자주 어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술자리에 가건 어울려 놀러를 가건간에 여자들로부터 늘 인기를 독차지
    하곤해서 같이간 다른 사람들을 스트레스 받게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 친구는 여복이 타고난 사람이야..에구 부러워..." 이러더군요.


    男과 女가 특별한 관계로 만나는 것을 연애라고 하지요.
    지금은 사랑이라는 말로 많이 바뀌긴 했지만 사랑이란 그 종류가 많아서
    특별히 男女간의 사랑을 연애(戀愛)라고 하지요.
    옥편을 찾아보면 연은 사모한다는 뜻이고 애는 사랑애라고 나오는 군요.
    그러므로 굳이 풀이를 하자면 사모하는 마음 그득한 사랑이 연애(戀愛)라고
    할수 있겠지요.


    좀 더 이 연(戀)에 대해 하나만 더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예전에 선비들이 참 풍류스럽게 놀았던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지명은 모르겠으나 암튼 어느 고을에 신관사또가 부임을
    해와서 잔치가 열렸다지요.
    으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사또가 이러지요. "풍악을 울려라!"
    그러면 당연히 간신수염의 이방이 (가끔 이방이 없을때는 형방이나 공방이..)
    "풍악을 울리랍신다~~~~"이렇게 확인 사살을 하게 마련입니다.
    사극에서 가끔 보는 이야기처럼 흥이 어느 정도 오르면 어느 선비가 나서서
    서로 시를 겨루기를 청하고 바로 지필묵이 대령하고 각자 폼잡기에 여념이 없지요.


    그 자리에 반디불이만큼 청아하고 단아하며 오똑한 코에다 빛나는 눈동자의
    젊은 선비가 있었다고 합니다.


    뛰어난 사람은 뛰어난 사람을 알아본다고 군계일학(群鷄一鶴)같은 이 선비를
    사모하는 X지우보다 아름답게 생긴 기생(技生)이 있었더라지요.
    가슴이 콩딱 벌럼거려서 정신을 차릴수 없는데 그래도 마음을 다잡지요.
    그 시절에 여인네가 남정네한테 "내 니조타...니  내 존나?" 이럴수는 없지요.


    그래서 그 여인내는 옆의 선비한테 지필묵과 종이 한장을 빌려서 (빌렸다기
    보다는 얻었다는게...) 이렇게 주~욱 갈겼더랍니다.
    左絲右絲 中言下心 (좌사우사 중언하심)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 여인네의 옆에 앉아서 침을 질질 흘리다가 지필묵을
    빌려준 그 남자가 옆눈을 가재미처럼 뜨고 보다가 이랬다고 하지요.
    "가시나..머 하는 기고?"


    아직 그 글씨가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그 다지 명필은 못되었겠지만
    암튼 고이 접어서 건너편에 있는 선비에게 건네주었지요.
    지필묵 빌려준 그 남자는 그 모습을 보더니 또 한마디를 남겼다지요.
    "가시나..저거 와 저라노? 내 종이를 와 어만놈한테 주노?"


    그 잘 생긴 선비(아까 위에서 말한 반디불이을 빼닮은 준수한...)가 종이를
    처~억 펼쳐보더니 필묵(예전에는 필기 도구가 이것밖에 없었습니다.)을
    들더니 이내 그 옆에 이렇게 주~욱 써내려 갔다고 하지요.
    三口上有點 牛頭上無店(삼구상무점 우두상유점)


    이 광경을 안보는척 지켜보고 있던 사또가 옆에 앉은 기생의 귀에다 이렇게
    속삭였다고 하지요. "자들..머하는 기고?"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 기생이 이렇게 사또에게 아뢰었다지요. "남이사.."


    左絲右絲 中言下心 (좌사우사 중언하심)을 풀어내면 戀이 됩니다.
    즉 당신을 사모한다..연애한번 하고 싶다..좋아한댜사랑한댜..이런 뜻이지요.
    戀이라는 글자를 破字하면 좌우양쪽에 실絲가 있고 가운데는 말씀言이 있으며
    아래에는 마음心이 있으니 戀이라는 글자가 되는 것이지요.
    三口上有點 牛頭上無點(삼구상유점 우두상무점)을 풀어내면 許가 됩니다.
    오케바리!!!!!! 바로 그런 뜻이지요.
    석三과 입口가 합쳐진 위에 점이 있으니 말씀言이요 소牛라는 글자의 위에
    점이 없으면 낮午가 되지요. 이둘을 합쳐놓으면 바로 허락할 許가 됩니다.


    참으로 우아한 커플이로군요.
    예전에는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운치가 있었는가 봅니다.
    이야기가 잠깐 본론에서 벗어났습니다.
    찌~익..(본론으로 돌아오는 소리..)


    남자던 여자던 선수(연애에 도를 통한 전문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가 조금 맹한 상대에게 끌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하면서 똑똑한척 있는척 잘난척 하는 사람은 분명히
    차이고 마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며칠전 신문에 외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여자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는 말없이
    그냥 수다를 들어주다가 가끔 한번씩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연애를 하면서 동시에 현명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푸블릴리우스 시루스의
    말은 어쩌면 연애 첫걸음의 가장 중요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바꾸어서 말하면 연애를 하려거던 바보가 되라는 말과 같습니다.
    연애를 할때는 연애에 푹~빠져야만 합니다. 연애를 할때는 30을 넘긴 노총각이
    참새시리즈를 이야기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인간은 소처럼 회귀본능이 어딘가에 좀 숨어있는데 어릴적으로 회귀를
    하려는 본능때문에 연애도 그만큼 본능에 가까워 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따지면 사람이 연애에 매진하려고 하는 이유는 순전히 동물적인 욕구의 충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모두 蛇足에 불과한 넋두리입니다.


    연애를 하면서 머리속에 들어 있는 지식을 이용하려고 하지 마십시요.
    연애는 지식으로 하는게 아니라 감으로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바보가 될수록 상대방이 감을 잡기가 수월해 집니다.
    감을 잡은 쪽에서는 나는 이사람을 리더할수 있다라는 우월감과 함께 보호본능
    또는 모성애가 발현된다는 말입니다.


    바보~~
    연애를 하려거던 이 말과 좀 더 친숙해 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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