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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詩- 낡은 것이 좋다 /김대근디카詩 2006. 2. 20. 13:20
낡은 것이 좋다.
나는 낡은 것이 좋다.
내 정신도
내 껍데기 육신도
이미 낡았음이다.
낡을대로 낡은 가지에
청춘의 뾰로지처럼
푸른 순 새로 돋는 건
진한 음주뒤 해장국처럼
강하게 휘발하는
서늘함이 있기 때문이다.나는 낡은 교회가 좋다.
나는 무너진 절터가 좋다.
종교란 소슬하고 빈한할수록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넝마에 춤추고
자비는 밟혀야 고개들기 때문이다.나는 낡은 여자가 좋다.
지치게 만드는 산다는것
그걸로 기대도 금가지 않을 만큼
적당히 모질어 있기 때문이다.나는 낡은 풍금이 좋다.
아버지 바람시린 무릎처럼
세월이 할퀴며 내는 소리
그런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나는 낡은 목욕탕이 좋다.
세월에 몇겹 불어버린 때
아무렇게나 벗겨도
깨어진 타일 사이, 그렇게 스며도
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나는 혼자서 낡아가다가
지쳐 떨어진 낙엽이 좋다.
매달린 행복의 긴박함보다
놓아버린 느슨함
그 느슨함이 아름답기 때문이다.나는 이미 낡은 풍경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