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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밭 요기에 침 흘리며 핀 꽃을 보아라 일찍이 요리 앙큼, 짙은 관능 본 적 없어 제풀에 쥐여 짜이는 한낮의 땡볕 요분질 들이대는 밤꽃의 두덩이 속 일벌이 마침내 넋 놓은 잠깐 사이 제 갈 길 바쁜 바람이 향기를 채가네 요사이 부쩍 늙은 밤나무 허벅지 아래 일거리 늘려놓는 잡초 난장 한마당 제구실..
낚시터 소경(小景) 마파람 불어와 한참을 맴돌다가 중심선 하나 그으며 풍덩 빠진 호수 물너울 는실거림에 취해버린 잠자리 마디마다 햇살 고여 허공에 기대는 중다리 그림자, 구름 몇 조각 걸리고 물방개 하양 테두리 그리며 논다 마을은 권태 벗으려 자맥질에 빠지고 중 닭 우는소리 찌 위에 외발로 ..
남해 마늘종 발끝 들어 바다빛 물들고 중나리 고운 단장 산 향기를 전한다 물보라 제 몸 일으켜 하루를 여는 섬 물맛 좋은 산사 마짓밥 멀었는가, 발돋움을 해보다가 중천을 가로 넘는 햇살에 등이 밀려 물맛만 가득 채우고 돌아나온 산문山門 마수걸이 해달라는 산채장수 주름에 중모리 장단이 한 가..
상주 남장사 상주고을 곶감 동네 빼꼼히 여미는 곳 대가람 아니지만, 세월 삭힌 절하나 방시레 웃음 흘리는 문지기 돌장승 상수리 나무그늘 칡 나무 일주문 대구루루, 기와 끝 떨어지는 햇살 방랑객 숨어 반기는 노악산 다람쥐 상모 끝 매달려 돌다가 마는 인생 대각(大覺)의 머나먼 길 걷다 쉬는 고무..
봉화 육송정六松亭에서 조약돌 옹기종기 몸 말리는 자갈밭 가드락 거리며 세상 첫발 디디는 비오리 발자국마다 찍히는 산 그림자 조록싸리 가지에 나비 주렁 매달리고 가문비 나무가 든든히 지키는 골짝 비뚜름 새로이 심은 어린 솔 두 그루 조각나 뗏목으로 실려간 옛 솔 여섯 가경(佳景)이 그리워 밤..
그의 시간 무지개 늙은 말 불알같이 걸린 오후 지청구 응얼이며 세발로 걷는 노인 개수대 물이 빠지듯 낡아버린 그의 시간 ------------------------------------------------------------ 늘 좋은 시제 주시는 김숙이 시인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은 광양으로 가는 길 섬진강 휴게소 입니다. 길 건너 강에서 뱉..
아카시아 숲 일렁이는 꽃물결 능선을 타 넘다 일벌은 꿈에 취해 갈 길을 놓았네 초승달 동산에 뜨고 해는 서산에 지는데……
상심傷心 소슬바람 불어와 창가에 매달린 소리 설깨어 뒤척이는 새벽을 이울때 가두어 묶은 마음에 빗금 긋는 생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