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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노트- 하루 전 만 해도 노랗게 황금색으로 자신의 몸을 익혀가리라는 꿈을 간직했을 것이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세상은 달라졌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5층짜리 맨션형인데 5층이라 우풍이 심하다. 샤프심만큼이나 가느다란 구리선이 내 등짝을 뭉근히 달구어 대는 시간에도 옥상의 환풍기가 삐..
-詩作노트- 비를 몰고 다니는 장마전선이 밑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밑으로라는 말은 버릇처럼 말이나 글에서 불쑥 나오는데 고쳐야 겠다. 남쪽이라고 해야 겠지. 아뭏던 남부지방을 물바다로 만들고도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단다. 한걸음 두걸음 천천히 북상중이란다. 투둑 투둑~ 창문을 두드리는 빗..
詩作 노트 올해는 봄도 참 성급하다. 작년에는 목련 개화 탐망기를 적는데 2주일이나 걸렸지만 올해는 며칠만에 화르륵~ 타올라 하룻밤에 가지마다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가 빠르거니 늦거니 입방아를 찧어도 그들은 피어야 할 철이어서 피는 거다. 오전에 전주 다녀 오는데 어디선가 산불이 ..
詩作 노트 오늘은 유난히 몸이 가라앉는다. 체감 중력이 5000미터 상공에 오른 듯 하다. 400키로미터의 밤 운전이 매서운 바람이 되어 뼛속으로 스며든다. 몸속의 연골이란 연골은 모두 건조시켜버렸는지 낡은 교회당의 창문처럼 여기저기 사정없이 덜컹댄다. 다섯색의 무지개로 치장한 레인보우 모텔..
詩作 노트 혼자서 달리는 밤 운행은 두어배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특히 남도의 밤은 짙은데다가 지나는 차도 뜸해서 더욱 고적하다. 더해서 비라도 내리면 앞 유리에 방금 붙은 빗물들이 바람에 날리면서도 매끄러운 유리의 표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을 치고는 한다. 산발한 여인같다. 어릴쩍..
詩作노트 눈오는 날 차를 달리면 내리는 눈들이 마치 바닥에서 솟아 올라 달겨드는 착각이 든다. 투쟁적이지 못한 천성은 이렇게 나를 향해 달려드는 외부의 힘에 종종 마음을 내주고 만다. 겨울의 마지막 발악인듯 눈들은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장렬히 전사한다. 봄 눈의 갈길을 배웅하는 이, 먼산들..
詩作 노트 경칩이다. 올해는 벚꽃도 9일이나 일찍 핀단다. 개구리도 예년보다 일찍 나왔단다. 사람이라면 흉년에 내질러 놓은 부모라도 원망할테지만 겨울잠 깨운 날씨를 탓해야지 어쩌누~ 개구리와 두꺼비는 1년에 딱 한번 이맘때쯤 짝을 맺어야 한다. 극심한 가뭄으로 개구리가 알 낳을 곳을 찾지 못..
詩作 노트 어제는 3이 겹친 날이다. 요즈음은 이런 날에는 삼겹살을 먹어줘야 한데나... 아침 일찍 길을 나서 남도의 끝자락 광양으로 가는 길에는 온통 눈발이 날린다. 교량이 있는 곳에서는 핸들잡은 양팔에 힘이 저절로 들어간다. 눈발들이 차창을 휘익 휘익~ 스쳐가며 날개를 파닥인다. 그 하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