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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너는 네 아버지 닮았다. 반짝이며 빛나는 눈빛 눈부시게 하얀 살빛 네가 가진 모든 건 네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야. 네 아버지는 매일 아침이면 熱에 들떠 온통 붉어진 몸을 이끌고 내게로 와서는 정염을 태우곤 아쉬움에 풀이 죽어 돌아가지. 올때와 같은 빛깔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날마다 꽃..
첫눈은 왜 오고 지랄이야. 삼년 넘게 앓아 누운 마누라 진액빠진 엉덩이 딱 고만한 배추밭. 끝물 배추 서른포기 골라 리어카에 싣고 온 溫陽場. 담배 한 개피 안피웠으면 장 끄트머리 애견센타 앞 예까지 밀리진 않았으리라. 제산제 한 포가 목젓을 탄다. 많이도 컷다고 하드만 기억속에선 영 자라지 않..
눈속에 핀 연꽃 "연꽃 이쁘게 피었네!" "아빠! 그림이잖아?" 아이는 아직 세상을 마음에 쟁이는 방법 모르는 구나. 그림도 마음에 담으면 누림이 된다는 거 아직은 모르는 거 구나. 현충사 귀퉁이 뒷간 그 벽앞에 섰던 아이와 나 그리고 세상풍경. 그림과 연꽃사이에 눈이 내려 쌓였다. ************************..
고속도로 저격수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나는 어느듯 연어가 되어 있다. 지느러미 퍼득이는 소리 들리고 꼬리의 뻐근함 느껴온다. 눈 덮힌 산 텅 비어 버린 들판 푸른색 이정표들 흐르는 강물 바깥 풍경처럼 스치고 지나 간다. 나는 거슬러 오르는 한마리 기진한 연어가 된다. 고속도로 에서는 목표만 ..
첫 눈 오는 날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 짧지 않은 세월동안 줄잡아 수천그릇 따슨 밥을 축 내고도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값, 치루지 못했습니다. 가진것도 별스레 없는 삶 서랍을 뒤적거려 찾아낸 숨겨둔 적금 통장들 이거나 쌀독의 바닥까지 긁어서 갚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시탐탐 오른쪽 귓볼쯤..
육봉화 은어(陸封化 銀魚) 찰나의 시간동안도 꿈을 잊지 마라. 순간 순간이 우리의 귓볼을 칼날처럼 스치고 지날때마다 꿈을 찾아 떠나라. 꿈을 잊으면 그 순간 바다를 망각한 슬픈 은어가 되리라. 그리움이란 가는자 그리고 오려는 자의 전유물이다. 바다를 상실한 은어는 그저 피라미에 불과하다. 살..
잊어버린 약속들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젊었던 날의 추억이기에 이제는 만나서 어쩌랴 싶어서 이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이유로 연락처가 없다는 이유로 아침 저녁으로 우리들을 스쳐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잠깐동안 기억에서 멀어져 버린 그런곳의 어딘..
아우라지 가는 길 낡은 전동차에 끌려 세월의 무게만큼 무겁게 눈 바람 시린 산골 지나는 무궁화 객차 낡은 선반옆 스피커 낡았고 이따금 들리는 여객전무 쇳소리 몇배나 낡아있다. "여기는 증산역입니다. 아우라지 열차를 이용하실 분은 당역에서 갈아 타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한다.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