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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진다고 서러워 마오. 모란이 진다고 행여 슬퍼마오 모란꽃잎 뚝뚝 떨어진 자리 내 마음 심어 둘테니 맹년봄 소쩍새 울 무렵 그 걸음 다시하시면 더 붉은 꽃닢 피워내리다. (2005.5.8 김대근) ************************************************************* 어제는 행여 늦지는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작년에 보..
달이 뜨는 배밭/ 김대근 출근길 사과밭, 퇴근길 배밭 하얀 꽃들 다투어 친구가 된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아침 안개는 추억 한 페이지 투영되는 스크린 핏덩이로 절 문앞에 버려진 아이 일찍 온 사춘기에 삭발 무서워 도망 나와 웅크렸던 배밭 속 회색 옷 마주친 눈 그렁그렁 맺힌 눈물에 달빛이 비쳐 배..
찔레꽃 우리 어메 낡은 속곳 여기 얽고 저기 얽어져 누런 속살 보이듯 경운기 탈탈탈 모심는 논둑 찔레꽃 핀다. 부끄러운 웃음 머금고 핀다. 넝마같은 세월 쭉-쭉- 찢어져 펄럭 펄럭 바람에 날려간다고 누렁소 멀리서 운다. 어메- 어메- 그렇게 누렁소 운다. (2005. 5.19) ***********************************************..
장미 피다. 퇘-퇘- 침뱉어 한장 넘길 때마다 으아~ 으아~ 까까머리 함성 어깨를 넘던 PLAY BOY, PENTHOUSE 하야리야부대 빠다 냄새 쩔은 낡고 구겨진 칼라잡지들 손톱만큼 가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던 裸身別天地 젖도 엉덩이도 코도 머리칼도 눈동자도 다리도 티끌만한 흠도 없어 손대면 탱글한 피부 터..
어부, 하늘 발길질 제기럴~ 비는 왜 오고 지랄인게야. 수협 박주사 이자 독촉 전화질인데 비는 왜 오고 지랄인게야. 둘쨋놈 하숙비 글피인데 방파제 끝 등대 너머까지 비는 왜 오고 지랄인게야. 큰 며느리 해산도 다음달 이맘때 쇠고기 두어근 보내야 하는데 연이틀 비가 오고 난리인게야. 마누라 천식..
안면도의 일몰 안면도는 참 인색하다. 어쩌면 가난한 것인지 모른다. 안면도가 가진 것은 오로지 옹색한 일몰 뿐이다. 내일 다시 또 다시라는 허망한 약속 하나 뿐이다. 안면도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라고는.....
공단풍경 6월의 햇살은 터질듯 탱글하다. 장미다방. 메마른 쇳가루도 먼지가 되는 공단(工團) 도로 끝, 햇살도 갈곳 없어 돌아선 그 끝에 장미다방 미스봉 허벅지는 6월 햇살보다 탱글하다. 번들 번들 육욕(肉慾)의 탐심이 잇빨사이로 삐져나온 오전 8시 출근시간. 장미다방 빨간색 스티커 가로 붙은 1.8..
추풍령을 넘어며 구름도 지친 마음 벗어들고 쉬었다 간다는 고개 오늘은 어둠들 잠자리 펴고 그 사잇길을 도망치듯 새마을이 달린다. 철길 아래 눈 덮힌 마을 가로등 불빛 시골로 물들어 그렇게 있고 밭도 언덕도 산도 뽀얗게 달빛에 표백된 추풍령 고개 참 멋없이 그렇게 넘는다. 세상을 멋없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