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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찔레꽃
    작은詩集 2006. 2. 21. 22:54

     

     

    찔레꽃

     

     

    우리 어메 낡은 속곳
    여기 얽고 저기 얽어져
    누런 속살 보이듯
    경운기 탈탈탈 모심는 논둑
    찔레꽃 핀다.
    부끄러운 웃음 머금고 핀다.


    넝마같은 세월
    쭉-쭉- 찢어져
    펄럭 펄럭
    바람에 날려간다고
    누렁소 멀리서 운다.


    어메- 어메-
    그렇게 누렁소 운다.


           (2005. 5.19)


    ****************************************************************

    밤이면 개구리 개골 개골 울어대고 요즈음은 듣기도 힘든 맹꽁이도
    늦봄볕이 따가운지 울어대는 철이다.
    기실 일년중에 농촌에서 제일 바쁜 철도 이즈음이고 수확하는 가을보다
    훨씬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 하는것도 이즈음 모심기 철이다.


    거머리에 피빨려보지 않은 헛깨비 문필가들이 누런 니스칠 책상머리에서
    수확의 계절에 농민의 뿌듯함을 쓰고 이야기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아무리 풍족한 풍년이 들어도 여름내 흘린 땀방울과 비교해 보아서 적은게
    통상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늘 농촌의 살림살이라는 것이 빠듯해서 스무섬 소출을 놓고도 농약값에다
    미루어 놓은 품값..외상으로 시킨 콤바인삯..농협의 삐까한 넥타이 쟁이한테
    물어야 할 농사자금 대출이자...서울간 둘쨋놈 등록금...시집간 달집에 한가마..
    첫째아이 양식 두가마..이리 떼어내고 저리 떼어내고 나면 당장 맹년봄의
    못자리 값이 겨우 나온다.


    뒷산자락 밭에 심궈논 고구마라도 잘되어야 기나긴 겨울을 그나마 날것인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가을은 차라리 고문이다.


    오히려 희망에 그득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요즈음이 농민으로서는 차라리
    제일 행복한 그런 날이 될것이다.
    나중에야 어쩌던지 모를 심는 이때만은 올해는 바람도 안불 것이라...
    큰물도 안날 것이라...벼멸구놈들도 올해는 어디로 가버릴 것이라....
    이런 희망에 부풀어 살게 되니 차라리 행복한 계절인 것이다.


    찔레꽃은 이 즈음에 피는 꽃이다.
    모를 심다가 새참으로 나오는 국수 한그릇에 탁배기 한사발을 마시고 둑에
    앉았으면 찔레꽃이 한 무더기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 손바닥만한 그늘에 머리만 쏙 들이밀고 누웠으면 이 세상에 이 보다 향내가
    좋은 꽃이 어디 있으며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어디 있으랴 싶다.


    구름도 없는 하늘을 올려다 보면 파아란 하늘과 하얀 찔레꽃이 또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찔레꽃은 볼수록 희망이 샘솟는 꽃이다.


    우리 할배 무덤에는 해마다 찔레꽃을 피우는 나무가 여기저기 나는 것이다.
    성묘때는 낫으로 파내고 파내도 줄창 해마다 여기 저기서 솟아나는 것이다.
    형제들 간에 아이디어도 백출하기 마련인데 포크레인 대여업을 울산에서 하는
    사촌 동생이 어디서 듣고는 링게르병에 염산을 넣고는 주사기로 찔레의 뿌리에
    박아 놓으면 틀림없이 죽고 말것이라 하였다.
    그 염산이라는 독한 물질이 할배 무덤에도 스며들테니 아예 생각마라고
    일침을 놓아 두었더니 모두들 운명이거니 하며 열심히 파낼수 밖에 없다.


    작년에는 집안에 결혼한 이가 있어서 이맘때쯤에 할배산소에 우르르 갔다.
    행여나 해서 낫 몇자루 챙겨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지없이 여기저기 찔레가
    솟아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저리 말들이 또 있기는 했지만 염산으로 없애는것은 절대 안된다는 내 고집을
    알기에 아무도 운을 달지는 못했다. 억울하면 지들이 장손을 하던가...
    할배 무덤의 영역에서 물러난 경계에 찔레가 꽃을 여러송이 키웠는데 보아도
    참 이쁘게도 피었길레 도무지 캐어버릴 수가 없다.
    슬며시 낫을 거두었더니 괄괄한 사촌동생이 또 한마디다.
    "행님요~~ 그거는 와 나뚜는 기요..캐뿝시더.."
    내가 짧게 한마디 했더니 동생도 슬며시 웃고 만다.

    "나뚜라~~ 그게는 할배 화단아이가..한송이 정도는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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