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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추풍령을 넘어며..작은詩集 2006. 2. 21. 08:56
추풍령을 넘어며
구름도 지친 마음 벗어들고
쉬었다 간다는 고개
오늘은 어둠들 잠자리 펴고
그 사잇길을 도망치듯
새마을이 달린다.
철길 아래
눈 덮힌 마을 가로등 불빛
시골로 물들어 그렇게 있고
밭도 언덕도 산도
뽀얗게 달빛에 표백된
추풍령 고개
참 멋없이 그렇게 넘는다.
세상을 멋없이 산다는 거
죽기보다 싫게 재미없는데
그래도
매일 찢겨지는 일력(日曆)처럼
살아지는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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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출장이 잦은 나는 추풍령을 자주 넘나듭니다.
고속도로를 달릴때도 넘나들어야 하고 기차로 오갈때도 이 고개를
넘어야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황간에서 국도를 타고 추풍령의 옛고개를 넘은 적이 있습니다.
경상도에서 물산이나 교통이 서울로 오가던 가장 최 단거리 길이지요.
그래도 서울 오가던 사람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과거응시생이나
벼슬아치들의 공무길로는 환영받지 못한 길이기도 합니다.
추풍령....
이름이 주는 어감이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추풍낙엽을 연상하게 해서
이 고개를 지나서 과거보러가면 떨어진다는 속설때문이였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머나먼 문경세재를 넘나들기도 했지요.
추풍령의 옛길이 있던 동네에는 동네를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그야말로
추풍령 국도가 있고 동서로 지르는 동네길이 있는데 이 아스팔트를
경계로 경상북도와 충청북도가 마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길건너 경상도 박씨가 역시 길건너 충청도 최씨에게 손짓을 합니다.
이쪽에서 건너 갈때도 있고 저쪽에서 올때도 있겠지만 어찌했던간에
그렇게 둘이 만나서 충청도 짜장면집에서 짜장먹고 나와서 길건너
경상도 다방에서 커피한잔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요에 있던가요.
"구름도 쉬어 가는 ~ 추풍령 고개-" 이런 노래 말입니다.
내륙에 있는 고개라는 이름으로 치자면 나지마한 편입니다.
옛 추풍령보다 고속도로도 철도도 모두 고도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고속도로로 차를 달릴때도 기차를 타고 창가를 내어다 볼때도
추풍령은 모두 아래로 보입니다.
고개가 낮으니 구름이 쉬어가는 적도 별로 없습니다.
아마 시적인 운률때문에 그리 노래를 불렀겠지요.
그래도 아쉬운 것은 옛사람들의 발자죽이 아직도 길섶에 남아 있을듯한
이런 곳을 두발로 넘지 못할 만큼 시간에 쫓기는 시간의 사냥감으로
살고 있는 안타까움입니다.
다음에 차를 타고 갈때는 황간쯤에 내려서 추풍령 고개 동네에 차를
세워두고 충청도 짜장면집에서 짬뽕 한그릇과 길건너 경상도 다방에서
미스봉이 따라주는 쌍화차라도 한잔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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