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흥사지의 당간과 오층석탑
천안은 예로부터 서울에서 영·호남으로 왕래하는 길목에 있는 그야말로 교통의 요충지다.
게다가 충남 예산에서 충북 진천까지 이어지는 사람살기 적당한 지역, 즉 비도 적당하고
비옥한 곳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늘아래 편안한 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곳이다.
이 천안에서 성거산은 명산에 속하는데 독립기념관도 흑성산아래라고는 하지만 따지면
성거산과 같은 줄거리에 있으므로 넓게 보아 성거산 아래에 있다고 해도 될것이다.
성거산 아래에 천년고찰이 있었으나 난리가 잦았던 나라였던 지라 어느때 폐사가 되었고
지금은 몇 개의 유물과 새로 지은 작은 법당만 흔적을 지키고 있다.
성거읍내의 성거도서관 옆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하는데 보물2점이 비슷한 위치에 있어
좋은 관광자원인데도 안내판을 건성으로 세워 두어 도로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곳 지리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는데도 지나쳤다가 결국에는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고서야
제대로 찾아 들었다.
안내판의 위치를 1~2미터 정도만 바깥으로 이동하였더라면 이곳을 초행으로 하는 여행자의
길찾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드디어 안내판을 만났다. 당간지주와 탑이 몇맥미터나 떨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찰의
규모가 엄청났다는 반증인 것이다. 당간은 대개 절에서 행사등을 할때에 당(幢)이라는 기를
내어다 걸어 멀리서도 그 절에서 행사를 하는 줄 알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절의
일주문과 본당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마련이고 탑의 경우는 본전에 가깝게 있다.
그러므로 당간지주의 위치와 탑의 위치가 멀다는 것은 그만큼 절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물 제99호인 천흥사지당간지주는 민가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작은 마을길을
들어가야 한다.
두 지주는 약 60cm의 간격을 두고 동서로 기단위에 서 있으며 지주 사이에는 기단에
당간을 받치던 둥근 홈이 파여져 있다. 그러나 당간을 세웠을때 고정시키는 구멍이 없어
당간의 고정방법을 알길이 없다.
기단부 안상을 조각 장식한 수법이나 양지주 각면에 선문을 조각해 낸 것과 치석한 조법
등의 각부 양식수법은 전체적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퇴화한 일면을
보이고 있어 조성 연대를 고려초기로 보게 한다.
이곳에서 출토된 성거산 천흥사 동종의 명문에 의하면 건립연대는 고려 현종때인 서기
1010년 경일 것으로 보인다.
다시 개울을 건너 마을을 가로질러 몇백미터를 더 가서야 천흥사지 오층석탑을 만날 수
있었다. 이 탑은 보물 제3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석탑은 신라시대 석탑양식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고려시대의 5층 석탑이다. 기단은
이중의 기단을 갖추고 있는데 하층기단은 지대석면석으로 구성되었으며, 면석에는
우주와 탱주없이 1면에 7구씩의 안상을 새겼다.
상층기단의 면석에는 4개의 우주만이 새겨져 있다. 탑신부에는 탑신과 옥개석이 각각
한 개의 돌로 되어 있으며, 체감률은 작은 편이다.
옥개석은 평박하고 낙수면은 경사가 완면하며 전각의 반전이 큰 편이다. 현재 상륜부는
전부 없어서 원래의 상태를 알 수 없으나, 석탑 자체에서 나타나는 형식과 양식에서는
세련된 수법을 보이고 있는 고려초기의 석탑이다.
이 석탑 역시 이곳에서 발굴되어 국립박물관에 보관중인 동종의 명문에 의하여 당간지주와
같이 고려현종때인 서기 1010년 전후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탑과 당간지주의 위치로 보아 천흥사는 아마 개성쪽을 보고 지어진 절이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려초에는 왕건이 새로이 나라를 세우고 통치의 근본으로
불교를 택하였으므로 몇대에 걸쳐서 전국에 많은 절을 지었을때 이므로 이 절 역시 그런
차원에서 세워졌고 그 방향도 개성을 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천흥사라는 이름으로 작은 암자가 탑보다 한참 높은 위치에 세워져 있는데 예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작은 암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본전의 방향도 예전과는 달리 서쪽을 보는
형상으로 있어서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하다.
천흥사라는 절의 연혁을 유일하게 전해주는 것은 이 천흥사지에서 발굴되어 국립중앙박물관
에 소장중인 국보 제280호 성거산 천흥사 동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관계로 이번 걸음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발견된 원래의 사지에는
모조품이라도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 나들목에서 나와 우회전하면 입장으로 가는 길인데 이길로 가다가
성거읍으로 들어가서 성거도서관 옆길로 들어가야 한다. 안내 간판이 부적절하게 배치
되어 있어서 자칫하면 길을 놓치기 쉽다.
좁은 도서관 옆길로 해서 한참을 올라가면 천흥사 당간지주와 석탑의 안내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