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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충사의 설경(雪景)
    여행기 2006. 12. 22. 09:50

     

    현충사의 설경(雪景)

     

     

    지난 일요일 12월 17일날은 눈이 푸지게 내렸다. 기온이 따스했는지 도심의 길은

    눈과 흙, 낙엽과 쓰레기들이 뒤섞여 질척이고~

     

    아산에서 눈구경 할 만한 곳으로 꼽는 서너군데 가운데서 현충사는 역시 으뜸이다.

     

     

    현충사로 들어가는 고개를 넘기전 만나는 풍경...

    이길은 운치있는 길인데 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외지사람들은 주로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정문을 이용하는 편인데 나는 이 옆길을 좋아한다.

     

     

     

    짧은 고갯길이지만 사시사철 좋은 길이다. 봄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고 벚꽃도 잠깐씩

    피었다 지고 나면 여름에는 푸른 녹음이 가을에는 낙엽을 밟는 즐거움을 준다.

    오늘은 설경으로 맞이한다.

     

     

     

    현충사의 실질적인 정문이다. 이 정문앞에 넓은 광장겸 잔디밭이 있고 큰 철문이 있는데

    방금 걸어온 현충사 담을 끼고 돌아오는 길이 가장 운치있다.

     

     

     

    저기 보이는 철문이 정면을 통해서 들어오는 곳이다. 멀리 아산 시가지가 보인다.

     

     

     

    늘 지나치던 나무문에 달린 장식들...

    카메라 접사를 통해서 보니 하나 하나가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늘

    문의 일부로만 보이는 것들~

     

    어쩌면 자신이라는 부분보다 가족,회사,국가..이런 것들에 파묻혀 버린 우리들의

    삶도 이런것 아닐까?

     

    나도 누군가가 나에게 접사렌즈를 가져다 대주기를 바라고 사는 것은 아닐까?

     

     

     

    이런 풍경이 좋다. 소나무가 가지마다 눈을 잔뜩 머금고 있는 풍경~

    슬그머니 지나다가 발로 소나무를 한번 걷어차면 에~ 퉤퉤!! 하며 눈을 쏟아붓는

    그런 풍경이 좋다.

     

    그렇게 쏟아지는 눈속에서는 차가움을 느낄수 없다. 차가움은 이미 소나무 잎들이

    머금어 버린 것일까? 묘하다! 차가움이 자극하는 엔돌핀이란~~

     

     

     

    눈위에 피어난 연꽃이다.

    화장실 벽에 그려진 이 연꽃 그림은 겨울에 눈이 왔을때 특히 감흥이 솟는다.

    아마도 실제적 상황이 불가능한 풍경이기에 더욱 그러리라. 하나는 실상이고 하나는 허상이다.

    실상과 허상이 공존하며 만들어 내는 풍경도 결국 내가 마음에 담기 나름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 엄동에 핀 연꽃의 향기를 마음에 담아간다.

     

     

     

    앞서가던 여행객이 그냥 마음에만 담기가 아쉬웠는지 폰카에 담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문명의 발달이 마음의 여백을 점점 작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요즈음은

    나도 아무대서나 카메라를 꺼내거나 여의치 않을땐 핸드폰을 꺼내 풍경을 담는다.

     

    詩的 상상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는 것도 이런 문명에 젖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만년필 한자루와 작은 스케치북 한권을 들고 다시 찾아야 겠다. 찜~!

     

     

     

     

     

     

     

    뽀드득~ 거리며 이런 길을 거닐다 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난다. 그래도 나는 다른 이에게

    이런 길을 걸으며 사색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나만 그런 것일까? 이런 풍경에서 건진 생각들은 또 눈처럼 잘 녹아 없어져 버린다. 

     

    이제 오십의 나이가 될날도 며칠 안남았으니 치매의 전조가 오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늘 가는 의사한테 물으볼까 싶기도 하지만 같은 나이에 나보다 10살은 젊어 보이는 그에게

    내 자존심을 뭉개고 싶지 않다.

     

    그냥 의사니까 서랍에 회춘약을 넣어두고 상복하는 것이라 생각해야 겠다. 아마도 친한

    나에게 주지 않는 것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이라 생각 하기로 한다.

     

    그래도 이상타..눈에서 줏은 생각들이 눈 녹듯이 사그라 지는 것은~~

     

     

     

     

     

    현충사는 사오십대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렀던 기억이 있으리라.

    그때는 이곳이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였으니 말이다. 나의 부모님 세대, 육칠십대의

    연령층은 또 이곳이 신혼여행으로 다녀간 곳이기도 하리라.

     

    지금도 가끔 외지에 갈일이 있어 수인사를 나누다 아산, 온양온천에 산다고 하면

    동년세대는 수학여행의 추억을, 어른신들은 신혼여행의 추억을 말하곤 한다.

     

    지금은 그 마저도 잊혀져 가고 있다. 어떤 민족에게 있어서 영웅이 잊혀져 가고 있다는

    것은 꿈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사대사상가들의 전형인 퇴계도 1000원짜린데 민족을

    구한 충무공 이순신 제독에게 100원의 가치는 너무 가볍다 싶다.

     

    이크!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흐르려고 한다.

    하긴 빽도 멋도 없는 내가 이런 설을 풀어 보았자 용천뱅이 용 쓰기지~

     

     

    사과를 꼭 닮았지만 아주 작다. 화초 사과인가?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보다. 꾸어준 돈은 잘 기억하는데 꾼돈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사물을 카메라에 담기 좋아 하면서도 사물의 이름도 잘 모른다.

     

    하긴 사물의 이름도 인간이 정한 것이지...원래 저 열매는 이름이 있었나?

     

    이런 어줍잖은 변병을 늘어 놓는걸 보면 이기적인 인간임에 분명해 보인다.

     

     

     

    멋진 소나무 두 그루 사이로 철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커플...

    아마도 남자는 체면을 구길게 분명하다. 저 문은 오후 5시엔 닫치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대개 여자들이 고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자들이 신는 부츠라는게 방수가

    약해서 멋부리고 나오면 십중팔구는 눈녹은 물이 스며 발이 시려울 것이다.

     

    망원렌즈로 죽 땡겨서 보니 제법 늘씬한 몸매의 아름다운 여성이다.

    저런 아름다운 여자를 고생시키다니... 체면 좀 구겨도 괜찮겠다 싶다.

     

    흐흐~

    사진찍다가 미소를 흘리자 옆에 있던 와이프가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묻는다.

     

    "그냥..."

     

     

     

    한가족이 눈밭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 각본없이도 감독없이도 잘 돌아가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들은 며칠간 마음속으로 추억의 필름을 돌려 볼 것이다. 조금씩 낡아가는 필름을......

     

    이런 추억의 필름은 상영기간의 제한도 없다. 재상영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도 하고

    몇일..몇주..몇년간 상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서너살의 저 꼬마가 노인이 되어서 다시 이 장면을 추억의 창고에서 꺼내어 먼지를

    탈탈털고 차르르~ 재생하며 아버지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저런 추억의 필름을 몇통이나 챙겨주었을까?

     

     

     

    봄인줄 알았나 보다. 사람도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듯이 잘못 피어난

    개나리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꽃잎은 눈에 얼어붙어 쪼글 쪼글 해졌고 향기를 뿌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보나 안보나 뻔하다.

    눈이 오지 않았더라도 이미 작업 접고 벌통에 들어 앉은 꿀벌을 기다리느라 눈이 빠져

    뻐끔해진 몰골이 말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개나리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또 모르지... 사람들 사는데 가까우니 똥파리라도 두어마리 날아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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