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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가을의 함양 상림여행기 2006. 11. 15. 10:11
2006년 가을의 함양 상림
경상도 땅의 오지였던 곳 중 하나가 함양이라는 곳이다. 예전에는 산골에 위치한
지리적 위치로 인해서 난리를 피해서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고 풍요로운 어머니의 산,
지리산의 자락에 위치해 있는 덕분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기도 했던 곳이다.
또 함양은 양귀비 꽃보다 붉다고 어느 시인이 읊은 주논개와 그녀의 남편이었던 의병장
최경회 장군의 묘가 있는 곳이고 고운 최치원선생이 태수로 와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인공조림을 하여 치산치수의 다스림을 펼치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조선시대 학자 김굉필과 더불어 조선시대 유학의 핵심적 줄기였던 이기론의
꽃봉오리를 맺게 하였으나 1498년(연산4) 무오사화에 연좌되어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
되었으며 유배지에서 영면하였고 갑자사화에 다시 연루되어 부관참시(시체를 참수)를
당하였던 정여창의 고향이기도 하다.
함양은 그런 곳이다.
그중에서도 철마다 한번씩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신라인으로써
중국의 과거에 합격하여 관리로 있다가 돌아와 치산치수의 표본을 보였던 상림(上林)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최고의 인공림인데 조성의 역사가 분명한 곳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봄,여름,그리고 가을에도 들렀지만 아직 눈내린 상림의 풍경을 보지 못했다.
참고로 몇년전에 올린 함양 상림의 여름풍경에서 유래등을 참조하면 될것이다.
함양상림의 여름풍경
http://blog.daum.net/roadtour/3132674올해도 나라 살림이 적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수입을 적게하고 수출을 많이 해서 그 차액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 적자의 대부분이 해외유학이나 해외관광으로 생긴 것이란다. 한사람이 해외를 나갔다
오면 자동차 수십대를 팔아 생긴 이익금을 까먹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깥 나들이에서
축적되는 무형의 자산을 무시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형태는 깊이가 부족하다. 그저 놀고 즐기기만 하고 쇼핑에
주력을 해서 마음으로 챙겨와서 우리나라에 풀어 놓는 것이 적다. 국내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이 주는 사색과 역사의 깊이를 음미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함양의 상림은 함양의 도심지를 가로 지르는 강변에 있다. 강변은 지리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맑은 정기를 먹고 자라는 갈대들이 지리산의 맑은 바람을 토해낸다.
봄볕은 며느리에게 가을볕은 딸에게 쪼이게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가을볕은 따스하면서도 부드럽다는 반증일 것이다. 가을볕이 쏟아지는 벤취......
마침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를 훌쩍 넘기고 있는 터라 낮시간이 짧은 겨울 길목에서
그나마 남은 가을햇살이 한결 부드럽다. 담을 수만 있다면 호주머니에 가득 담아오고
싶어지는 부드러움이다.
상림숲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인 함화루(咸化樓)에도 가을이 깊어졌다.
주단(朱丹)으로 칠해진 기둥과 여물어진 가을색이 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역시 가뭄의 영향인지 작년 가을보다 색감이 아름답지 못함을 느낀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이 숲을 조성할때 지리산에 직접 올라서 수종을 골랐다고 한다.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책임을 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본받아야만 할 것이다.
옛사람의 공적을 잊지 않기 위해 세우는 신도비.....
이런 것들이 있어야 후인들이 그의 공적을 생각하게 되겠지만 이 이끼 피어나는
신도비 앞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念을 하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런지...
발에 밟혀 바스락 거리는 낙엽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가을에 빠져드는 듯 하다.
이제는 석양도 서쪽으로 넘어갔다.
허리가 굽어진 고목도 곧 밤을 맞이 할 것이다. 가끔 지나는 자동차의 헤트라이트만
바람처럼 휑하니 스쳐갈 것이다. 나그네는 떠나야 하고 고목도 새손님을 맞을 것이다.
고목에게 있어서 가장 큰 밤 손님은 달일까? 별일까?
함양의 상징인 물레방아다. 물레방아는 마치 박제로 남겨진 짐승과 같다.
지금은 더 이상 방아를 찧지 않고 그저 하나의 정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박제된 호랑이를 두려워 하지 않듯이 물레방아가 방아를 찧을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전 풍경화의 하나를 보는것처럼 눈길을 줄뿐이다.
처음에 함양상림을 찾았을때는 푸석한 흙길밖에는 없었다. 바깥쪽으로 논들이 죽 이어
있었고 그 논길을 따라 구두에 이슬을 적시며 다니던 길을 몇년이 지난 지금에는 연밭을
조성해서 새로운 구경거리를 만들었다.
주차장도 제법 넉넉하게 조성을 했고 논둑길을 널찍하게 포장까지 해서 편리해졌다.
그러나 편리함이 모두는 아니다. 예전보다 정겨움이 훨씬 감(減)해져서 아쉽다.
대학교 1학년이 되어버린 큰 녀석은 사진에 찍히는 것을 무척 싫어 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초상권을 너무 강력하게 주장하는 터라 멀리 잡은 사진으로 올린다.
세월이 흐르면 이런 글도 사진도 아이들에게는 잔잔한 추억거리가 되리라.
필름 카메라중에서도 젤리카메라 애호가인 둘째...
이 녀석이 찍어 놓은 필름을 현상하면 절반이 하늘이다. 하늘찍기를 즐기는 녀석...
한편으로 보면 불쌍하다. 꿈많은 소녀적 시간을 공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알면서도 헤어나라고 말 할 수 없어서 더 가슴 아프다.
'입시지옥'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게 만든 원흉이 나인지라 할말은 없지만 언제쯤이면
저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감수성을 맘껏 키우며 공부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항상 발랄한 막내......
매사에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다. 그림을 썩~ 잘 그린다. 전국 학생만화 공모전에
입상한 경력도 있는 녀석인데 손재주가 매워서 무었이던지 말 만들고 그린다.
가을이다.
가을은 둘이 있기에 버겁다.
가을은 혼자 있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을은 혼자 있어도 좋은 계절이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언젠가는 혼자서 가야하는
우리들 인생처럼
가을은 혼자 있는 연습을 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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