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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대와 업보의 거울, 예천 용문사여행기 2006. 11. 2. 14:59
윤장대와 업보의 거울, 예천 용문사
우리나라에는 용문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은행나무로 유명한
경기도의 용문사, 남해에서 제일 오래된 역사를 지닌 용문사, 그리고 경상북도 내륙의
깊은 곳에 자리한 예천군의 용문사가 대표적인 사찰들이다.
예천은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였다. 나오던 들어가던 안동을 거치거나 아니면
문경을 거쳐야 하는 곳이였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가 뚫려서 훨씬 편리해졌다.
예천읍내에서 용문사가는 길을 한참 달려 마침내 용문사 진입로에 닿았다.
마침 길옆 농가에서 곳감을 말리는 중이다. 곳감은 바로 옆 동네인 상주가 유명한데
그 영향인지 이곳에도 대단위는 아니지만 주렁 주렁 매달린 곳감들이 탐스럽다.
용문사 일주문이 보인다. 가을이 소백산맥의 줄거리에 위치한 이곳에도 물들었다.
지난 사월 초파일의 바램들이 아직 바람에 펄럭이는 중이다. 사바의 사람들이 절에 와
부처님께 바라는 것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마침 결혼 19주년을 맞아 1박2일의 여행의 목적지였던 탓이였을까?
전혀 다른 종류의 나무가 몸을 섞어서 하나가 되었다. 부부도 이와 같은 것이리라.
자라 온 환경도 성씨도 가풍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온전히 하나가 되는 과정...
그러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 해야만
하는 그런 것이 부부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용문사 들어가는 돌계단 입구에서 만난 나무 두그루의 합일...
예천의 용문사도 은행나무가 장관이다. 경기도 용문산의 용문사 은행나무에 비하면
그 크기나 나이면에서 뒤지기는 하지만 이곳의 은행나무도 나름대로 위용이 있다.
사천왕상이 버티고 있는 회전문. 다른 절의 금강문에 해당한다.
이곳에 사천왕상이 좌우에 각각 2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백산 용문사라는 현판이 뚜렸한 전각 아래를 통해서 가람안으로 들어간다.
일종의 강당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전망이 참 좋은 곳이다.
마침 가는 날 비가 와서 더욱 운치를 느끼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용문사의 종루이다. 불전사물인 법고,범종,목어,운판중에서 으뜸인 범종이 있는 전각이다.
밑에서 올려다 보니 전각의 날렵한 모습이 퍽이나 아름다운 선을 만들고 있다.
용문사의 중심건물인 보광명전이다.
용문사는 예천읍에서 북쪽으로 약15㎞ 떨어진 용문면 내지리 소백산 남쪽기슭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고장 출신 두운선사가 신라 경문왕 10년(870)에 창건하였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의 태조 왕건이 삼국통일의 큰뜻을 품고 두운선사를 방문하고자 동구(洞口)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바위 위에서 용 두마리가이 나타나더니 절로 가는 길을 인도
했다고 하여 태조는 산 이름을 용문산, 절 이름을 용문사라 명명했다고 한다.
그후에 고려 명종1년(1171)에 태자의 태를 절의 왼쪽 봉우리에 묻고 창기사로 고쳤다가후일에 다시 용문사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용문사에는 보물이 4점씩이나 될만큼 유서깊은 절이다.
보물 제 145호인 대장전이다. 맛배지붕의 균형미를 보여주는 대장전은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자 우리나라에서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로 추정된다.
조선 중기 목조 불전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다포계 단층 맞배지붕
건물이다. 나직한 자연석 기단 위에 막돌 주초를 놓고 민흘림기둥을 세웠으며, 기둥높이에
비해 지붕이 큰 편이다. 정면 3칸은 기둥 사이를 같은 간격으로 나누어 각각 2짝 열개의
빗살문을 달았고, 그 위로 처마 밑에 안팎 2출목 공포를 배치했다.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사적기에 의하면 1670년(현종 11) 중수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최소한 그 이전에 건축되었을 것이다.
대장전안의 후불목각탱.
절에서 탱화란 대개는 평면적인 그림을 말하는데 간간히 나무에 입체적으로 만든
목각탱도 보이는데 용문사에도 금빛찬란한 목각탱이 있다. 이 목각탱은 대추나무로
조각했다고 하는데 목각탱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되었다.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는 국내 유일한 것으로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음력으로 3월3일과 9월9일에 이 윤장대를 돌리는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손잡이가
사람의 가슴 높이에 붙어 있어서 돌리기 쉽게 되어 있다.
불교는 원인과 결과가 분명함을 가르키는 종교다. 나쁜짓을 하고도 기도를 하거나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그 나쁜짓이 순식간에 없어진다고 가르키지 않는다.
자신이 지은 업은 좋은 것이던 나쁜 것이던 그에 상응하는 과보를 받게 된다.
그것을 실증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도구중의 하나인 "업경대"라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염라국의 염라대왕이 있는 염라청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영혼은 업경대 앞에 서서 자신이 지은 죄업을 비디오 보듯이 보는 것이 이 거울이다.
그리고 자신의 지은 업대로 과보를 받고 지옥으로, 다시 인간으로, 천상으로
축생등으로 49일안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은대로 받는 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얼마나 공평한 것인가.
전각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한 폭의 썩 잘 그린 수채화 같다.
가을비가 무겁게 내렸다.
삶의 조각보다
몇 십배 더 무거운
용문사 대장전 앞 마당에
가을비가 내렸다.
절 마당보다 조금 낮게 자리한 자운루(慈雲樓)다.
이 자운루는 임진왜란시에 승병들의 지휘소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이곳에서 승병에
나갈 수 없는 스님들이 승병들과 관군들이 쓸 짚신을 만들기도 했던 곳이다.
임진왜란 동안 경상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의병이나 승병의 흔적들인데 이 깊은
경상도의 내륙에 있는 용문사에 그 흔적을 보니 내심 반가움이 앞선다.
가을비는 돌아 나오는 발자국에도 줄창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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