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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든 고갯마루에서는..
    좋은글,영화,책 2006. 2. 22. 00:17

     

     

    힘든 고갯마루를 넘을 때
    다리가 부러지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넓은 대로에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리가 부러진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니체의 숲으로 가다>>중에서-


     

     

    나 역시도 소시민의 일원으로서 일주일마다 꿈을 꾼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1등이 나왔다는 판매점에서 로또를 사고 월요일 아침에는
    빨간 볼펜을 들고 동그라미를 그려간다.
    매번 그렇게 금강경에 나오는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이 되고 말지만 다음에
    다가오는 토요일에는 또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는 그집을 찾게 된다.

     

     

    그래도 당첨이 되어서 때아닌 횡재를 했다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듯 하다.
    심심찮게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나오는 그들의 후일담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닌가 보다.
    어렵고 고생스러울때 금실좋던 부부간도 갑자기 생긴 행운앞에는 여지 없이
    무너져 버리고 의좋던 형제간도 금이가서 원수가 되어 버린 일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 예들을 보면서 역시나 힘들여 오르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정상을 오르고 난
    다음의 관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모두 마음의 작용이 일으키는 헤프닝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의 발단이다.
    힘들고 어려움속에서는 서로 상대에게 의지를 해야하고 따라서 그 만큼 배려하는
    마음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나면 목표가 없어진 무주공산의 마음에 구멍이 뻥~뚫리게 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다른 오염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들어온다.

     

     

    예전에 이런 우스개가 있었다.
    그때는 지금의 로또에 필적할 만한 주택복권이라는것이 있었는데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며 깡통하나에 의지해 밥을 빌어 먹고 사는 거지가 있었단다.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돼지..그것도 살찐 암퇘지 수십마리가 한강물에 둥둥떠서
    내려가는 지라 아침에 일어나자 말자 동냥해 모은 돈으로 처음으로 보권을 샀단다.

     

     

    그리고 며칠후에 지하철 입구에서 줏은 신문으로 맞추어보니 이게 웬걸 1등으로
    당첨이 되지를 않았나..
    한강다리밑 비니루 움막에서 밤새도록 집도 사고 과수원도 사고 논도 몇마지기 사고
    장가도 가고..앞으로의 인생계획을 세우다 보니 이 작은 쪽지 한장이 감당키 어려운
    돈의 무게로 다가오니 함부로 하면 큰일이 날것 같다.
    게다가 주변에는 같은 처지의 수많은 거지들이 있으니 행여 힘있는 놈에게 완력으로
    빼앗기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다가 밥빌어 먹는 깡통밑에다 남은 밥풀로 붙여놓았다.
    빈깡통이야 뺏을리도 없고 누가 뒤집어 볼 일도 없으니 숨기기엔 안성맞춤이다.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아침이 대수인가? 오늘이면 팔자가 바뀌는 날인데....
    기운도 차게 한강다리를 건너는데 마침 아침해가 동쪽의 빌딩들 위로 뿕으스레하게
    떠오르니 가슴이 벅차서 터질것 같다.
    아! 나도 이제 저 태양이 솟듯이 멋지게 한번 살아 보리라.
    그래서 다리의 중간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보고 두팔을 벌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는데 걸리는게 깡통이다.
    쪼그라지고 초라하고 땟국물 절은 내 인생의 표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놈이 아닌가.
    그래 우선은 이놈과 이별을 하는 일이 먼저다.
    나는 이제 네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한다. 더 이상 네놈으로 인해 밥을 빌어먹지
    않을 것이야...
    그리고는 미련없이 깡통을 한강물에 던져버렸다.

     

     

    더 이야기해서 무었하겠는가..
    깡통밑에 붙여 놓았던 그 복권을 줏은 사람도 없고 그 거지를 본 사람도 없다고 한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산에 오른다.
    누적거리 40만킬로에 육박하는 운전경력으로 인해 최근에 무릎이 시원치 않다.
    그래도 억지로 산에 오르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운동을 해주어야 다소라도 나을까
    해서이고 의사의 권유도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릎으로 산에 올라도 오르막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내리막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다.
    테니스엘보라고 하는 무릎병도 거의가 내리막에서의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내 등산배낭에는 항상 무릎보호대가 딸려서 간다.
    하산을 하기 전에는 항상 무릎을 까고 그 놈의 보호대를 차고 최대한 저속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렇게 한동안 조심스레 다녔더니 무릎도 한결 나아졌다.

     

     

    나는 오늘의 문구를 읽으면서 이번 양양의 산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무실에서도 컴퓨터만 켜놓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갱신되는 연합뉴스 속보를
    볼 수 있는데 양양은 진화가 거의 되어서 잔불정리중이고 모든 소방헬기를
    고성쪽으로 이동 시켰다는 뉴스를 본지 채 몇시간 지나지도 않아 낙산사가 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이것도 큰불을 잡았으니 이제는 되었다하고 마음이 풀려서 생긴 일일것이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이렇게 방심에서 비롯된다.

     

     

    방심...放心...글자 그대로 마음을 놓는다는 뜻인데 사실 좋은 말이다.
    절에서 참선을 하는 사람들은 이 放心의 경지를 맛보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세상의 욕망과 욕심, 그로인한 번뇌를 놓아버리고저 기도를 하고 참선을
    하고 하는 것이다.
    방생을 통해서 부당하게 억압받는 생명을 놓아주는것 처럼 욕망,욕심,번뇌로
    부터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는 마음에게 자유를 주는 것..그것이 放心이다.

     

     

    실상 깨달음은 아주 순간적이다.
    석가모니도 첫깨달음을 이룬후에도 열반에 들때가지 끊임없이 참선을 하셨다.
    이 말은 깨달음의 순간은 머물지 않는 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 깨달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의 깨달음을 지속적인 깨달음이라고 인식을 해버리면 狂人이 된다.
    미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마음이 자유를 찾아서 떠나버린 것이다.
    마음이 자신속에 남아 있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인식의 강을 건너버린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순간의 깨달음이 찾아 왔다가 금방 떠나 버린다.
    그래서 늘 사유를 통해서 순간의 깨달음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放心을 위한 절대적 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탄한 길을 가거나 목표를 이룬후에 더욱 긴장할 일이다.
    그것이 영원한 放心을 위해 가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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