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8년전에 읽었던 책- 대망(大望)
    좋은글,영화,책 2006. 4. 25. 14:05


    28년전에 읽었던 책- 대망(大望) 

     

     

     

    28년전에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한권이 아니라 무려 22권으로 이루어진 전집이었습니다.


    이책을 읽었던 제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란 것을 느낍니다.


    40의 중반입니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왜 어렵고 험난한 일이 없었겠습니까.
    회피하고 싶고 해방되고 싶고 그런일들이 참 많았지요.
    저도 술로 보냈던 젊은 날도 있었고 큰 병이 들어서 6개월간이나 병상에서
    보냈던 적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단색으로 채색된 과거의 추억이 있기는 마련이지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스스로를 지탱해준 말을 저는 이책에서 발견하고
    아직도 가슴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이말을 떠 올리겠지요..
    대체할 더 좋은 말이 새롭게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
    1975년.. 그때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였다.
    영화친구에 나오는 부산의 뒷골목 풍경처럼 나는 교련복에다가 모자도 조금 삐딱하게
    쓰고 학교에서 멀지 않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그날도 배회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빨간책이라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등사를 하거나 아주 조잡하게 몰래 만든
    도색소설이나 도색만화였다.


    한참 왕성하던 성에 대한 호기심을 그렇게 충족시키고는 했는데 이책이 무슨 명작도
    아니고 잘못해서 꼰대(선생님을 이렇게 불렀다.)에게 걸리면 반죽음이니 얼른보고
    가져가면 절반의 값으로 다른 책과 바꾸어 주고는 했었다.


    그날도 이상한 제목의 그책을 밤새워 읽고 바꾸러 갔다가 나는 이 운명적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점입구에서 어떤 아저씨가 이야기 좀 하자고 그러시더니 모범생같다고 (겉만)
    뽐뿌질을 하면서 할부로 할 수 있으니 용돈으로 조금씩 내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질렀다.
    사실 우리부모님은 촌에서 농사를 지은 분이라서 용돈의 개념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질러버렸다.
    바로 옆의 지하에 같이 가서 나는 이 책을 받았다.
    근데 22권이나 되는 이책을 집으로 가져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영도에 살던 친구집이다.
    이 친구는 아버지가 외항선원이었는데 집도 컷고 다행이 자기방도 있는 보기드문
    부루조아였으므로 일단 그곳에 보관하고 5권씩만 집으로 가져다 보았다.

     

    -------------------------------------------------------------------------


    첫 장면이 어떻게 시작이 되는지 지금은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는
    기억의 단편에서 제일 올드한 부분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버지인 오카자키 성주가
    가신으로부터 살해당하는 장면이다.


    그 당시에는 요시모도와 오다 노부나가라는 걸출한 두 집안의 수장들이 전국시대의
    섬나라 일본에서 세력을 넓게 형성하고 있었다.
    힘이 없던 오카자키의 성주는 합종연횡으로 여기저기와 동맹을 맺고 있었는데
    이에야스의 어머니 집안과의 동맹이 파기되어 어린 이에야스를 두고 이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려 이에야스와 아버지는 외로움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7살이 된 이에야스는 요시모토 가문으로 인질로 보내져서 그곳에서 양육되고
    있는 그런때였는데 전투병으로 파병된 심복의 여자를 겁탈하게 된다.
    이에 앙심을 품은 심복은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
    「아직은 조금 추운 듯한 삼월의 햇볕좋은 날...사쿠라 잎이 눈처럼 내리는..」
    뒷마루에서 오랜만에 전장에서 돌아와서 쉬면서 발톱을 깍고 있던 오카자키 성주를
    장검으로 찌른다.


    이에야스는 인질로 잡혀있는 몸으로 성주를 읽은 오카자키 성이 멸망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오카자키 성주의 장남이였다.
    가족 친지들의 무차별 학살을 멀거니 보고 있어야 하는 이에야스의 번민과 고민은
    이때부터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바뀌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의 모든것을
    숨기는 것도 스스로 체득하게 된다.

     

    -------------------------------------------------------------------------

     

     

     

     

     

     

    요시모토는 연맹의 강화를 위해서 이에야스를 자기딸과 결혼시켜려고 한다.
    요시모토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가메공주와 히메공주가 그들이다.
    이에야스는 사실 가메공주를 무척 좋아했다. 그러나 요시모토는 히메공주를 이에야스와
    결혼시킨다는 선포를 한다.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잠못 이루던 이에야스는 정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숲속에서 들려오는 남녀간의 정사스런 신음소리를 듣게 된다.
    한창 피어나는 청춘의 호기심으로 몰래엿본 주인공은 다름아닌 자기와 결혼을 할
    히메공주가 아닌가..게다가 상대는 자기가 연모하는 가메공주와 결혼하게될 요시모토의
    조카(공주들과는 사촌간..)가 아닌가.


    이때부터 이에야스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말을 하자니 인질로서 생사여탈권을 지고 있는 요시모토의 근엄한 얼굴이 떠오르고
    결혼을 하자니 평생을 부정한 여자와 살아야 된다....
    이에야스는 고민끝에 셋사이(셋쯔인가..암튼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한..나이를 먹었나?)
    스님을 찾아가서 고백을 한다.

     

    그 스님은 고민에 찬 이에야스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


    이에야스...

     

    우리가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럴 때 평소에 많은 짐을 져본 당나귀만이 많은 짐을 지고도

     

    그 산을 오를 수 있다네..

     

    --------------------------------------------------------------------------

     


    그후에 요시모도가 토요토미 히데요시라는 걸출한 전략가를 얻은 용장인 오다 노부나가와의
    싸움에서 전사하게 되어 마침내 이에야스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가신들을 수습한다.


    이제 세상은 오다 노부나가가 우세한 형국이 되어 오다 노부나가의 연맹에 들어간다.

     

    나중에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살아남기위해 아내와 아들까지 죽는 수모끝에
    히데요시 사후 일본의 정국을 장악하여 도꾸가와 막부의 문을 연다.


    그는 그후 자기의 네가지 원칙을 철저히 실천해서 도쿠가와 막부의 기반을 다진다.


    첫째, 모든 면에서 머리와 몸을 분리한 분단정책을 사용한다.


    둘째, 한 사람에게 꽃과 열매를 동시에 주지 않는다.


    셋째, 늘 민심의 동향을 파악한다.


    넷째, 상인의 검소한 생활, 계산 능력, 재능을 본받는다.

     


    --------------------------------------------------------------------------------


    사실 나는 일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몇마디의 교훈을 주었던 책..아직도 내 심장속에 살아있는 이 몇마디를
    가르쳐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소설가에게는 고마움을 느낀다.

     

    '좋은글,영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장실에서 만난 3가지 명제..  (0) 2006.06.04
    길 잃은 날의 지혜  (0) 2006.04.30
    롬멜을 읽고..  (0) 2006.04.24
    힘든 고갯마루에서는..  (0) 2006.02.22
    어머니는 울지 않는다  (0) 2006.02.22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