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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는 울지 않는다
    좋은글,영화,책 2006. 2. 22. 00:11

     

     

    아아 어머니는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옛날 자식들은 어머니를 지게에 없고 돌아올수 없는
    산골짜기에 버리고 왔다고 하였는데,나는 비겁하게도
    어머니를 볼 수 없고,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감옥에
    가둬두고,좋은 옷 입히고 매끼마다 고기반찬에
    맛있는 식사를 드리고 있는데 무슨 불평이 많은가, 하고
    산채로 고려장 시키는 고문으로 어머니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던 형리였던 것이다.
    - 최인호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중에서-

     



    12년마다 돌아오는 간지....
    뱀띠..용띠..닭띠..소띠....이런 간지로 우리는 그 사람의 품성을 논할때도
    자주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상한것은 가만히 지켜보면 양띠는 대체로 순하고 개띠는 또 바지런
    한듯 보이고 닭띠는 질투가 많아 보입니다.
    사람의 품성이 12간지 띠의 동물과 닮아 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면 핏~
    하고 웃어넘길 일이기는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릴때부터 띠별로 그에 맞는
    교육을 은연중에 받아서 그렇지 않는가 생각해봅니다.

     

     

    우리 어머니는 드센 호랑이..범띠였지요.
    반면에 우리 아버지는 순하디 순한 양띠였습니다.

     

     

    어릴때 내가 잘못을 저질러서 맞게될때에는 어머니는 그야말로 인정사정없이
    종아리를 쳐서 종아리에 피가 줄~줄~ 흐를 정도였지요.
    그럴때 아버지라도 계시면 "고마해라~~ 고마해라~~"하셨지만 어머니의
    매질은 사정이 없었지요.

     

    그래서 잘못한 일이 있을때는 우선은 아버지가 있을때 실토를 하거나
    따로 삼촌과 같이 사시던 할머니에게도 낼럼 도망을 가고는 했지요.
    그래도 우리 어머니는 잘못에 대한 징치는 그냥 어물쩍 넘기는 일이 없어서
    반드시 체벌을 하고 넘기곤 했지요.

     

     

    어릴때 부터 그 매의 공포가 하도 심해서 어떤 일을 할때는 나중에 후환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아주 어릴적부터 생겨버렸지요.

     

     

    한때 아버지가 염소장사를 하신 적이 있었지요.
    청도나 밀양..삼랑진에서 까만 흑염소를 구해서 기차의 화물칸에 싣고
    와서 며칠 들에서 먹이다가 구포장날이 되면 내어다 파셨지요.
    그때 동래산성의 염소의 소모가 참 많았는데 거반 구포장에서 조달을
    하고는 했던터라 염소장사는 제법 재미가 있었지요.

     

    문제는 이 염소들이 환경이 바뀌어 물을 갈아먹으면 설사를 하는 놈이
    많은데 설사병이 나면 솔가지가 최고의 약이였지요.
    그래도 10마리에 한 둘은 죽게 마련인데 죽기전에 잡아야 고기맛이
    변하지를 않는 법이라 염소를 잡아야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손도
    대지 못할만큼 마음이 여리셨지요.
    염소의 머리에 망치를 내리치는 일부터 칼을 목에 대고 피를 받는 일까지
    모두 어머니의 몫이였지요.

     

     

    나는 평생동안 어머니의 눈물을 보지 못할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강한 어머니의 눈물을 본적이 한번 있었습니다.
    딱 한번 야밤에 동네 아이들과 사랑에 모여서 놀다가 죽이 맞아서
    동네에서 길 하나 건너에 있는 학교의 담을 넘었지요.
    몇은 망을 보고 몇은 담을 넘어서 교실 한켠에 보관되어 있던
    내일 점심때 배급할 옥수수빵을 훔쳐왔지요.
    그리고는 모두들 나누어 먹었는데 조금 남는지라 동생들 생각이
    나더군요.
    반쯤 남은 빵을 들고 집에 와서 동생에게 주었는데 동생이 어머니에게
    사실대로 고자질을 했지요.

     

    얼마나 맞았는지 모릅니다.
    엄마는 아마도 다른것도 아니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는 것이 다 속이 상했는지
    다른 때보다 몇 십배의 힘이 실려있음을 느꼈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하얀 헝겊으로 피가 흐르는 종아리를 감싸고
    마려오는 오줌때문에 뒷간을 갔다가 오는데 장독대에 앉아서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꺽~꺽~ 울음을 속으로 삼키면서 쏟아내시는
    그 눈물을 보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때 나는 우리 엄마도 눈물이 있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몰래 방으로 돌아오는 동안 자꾸만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때문에 한동안
    문고리를 못찾아 더듬거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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