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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나절의 가을꽃 나들이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10. 20. 11:52


    반나절의 가을꽃 나들이

     

     


    가을은 높은 하늘과 울긋한 단풍으로 상징되기도 하지만 가을에 부는 바람도
    한 몫을 하는 계절이다. 봄 바람과 달리 가을 바람은 뜨거움을 씻어주는 차가움이
    간간히 섞여서 있다.


    가을날 잠깐의 나들이가 있었다. 일요일 오전을 동안 빵구난 과목에 대한 재시험을
    치루고 집으로 그냥 돌아오기 뭣해서 간 곳이 진천에 있는 사찰이다. 이 사찰은
    비구니(여스님을 이르는 말) 스님들이 관리를 하는 곳인데 승려이지만 여자의 섬세한
    속성은 사찰의 꾸밈과 가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서 이 절의 화단은 어느곳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잘 가꾸어 두었다.


    철이 바뀔때마다 가보는 곳인데 부처님에 대한 참배의 목적도 물론 있지만 사실은
    좀 속되지만 화단에 잘 가꾸어진 꽃들을 보는게 더 큰 목적이다.


    초여름에 한번 와보고 가을이 깊어가는 무렵에 다시 왔으니 철이 바뀌었다고 해야만
    할 것이고 이 가을에는 어떤 꽃들이 피었을까하는 기대가 사람을 설레게 했다.

     

     

     

     

     


    방향성이 없는 가을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화사함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열 포기쯤이 있다면 두어포기는 동쪽으로 두어포기는 서쪽으로 나머지는 남쪽으로
    그야말로 미세한 바람의 방향에도 반응하는 하늘거리는 꽃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어찌나 흔들되는지 카메라의 촛점을 제대로 맞출수가 없을 정도다. 도데체 이건 무슨
    꽃인가 하고 보니 친절하게도 "족두리꽃"이라고 팻말을 준비해 두었다. 배려의 마음에
    따스함이 전해져 온다.


    도감에는 사실 풍접초(風蝶草)라고 나오는데 꽃의 모양이 여자들이 시집갈때 쓰는
    족두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옥잠화가 나란히 있다.
    옥잠화는 꽃몽우리가 비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구니 스님들만의 공간이
    이곳에 족두리와 옥잠화가 주는 이미지에 대한 작은 아픔이 와 닿는듯 하다.


    풍접초는 멀리 열대 아메리카에서 시집 온 귀화식물이다. 수만리 거친 물길을
    건너와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여린듯한 외모와는 달리 강한 꽃이기도 하다.


    풍접초( Cleome spinosa )는 쌍떡잎식물로 양귀비목 풍접초과의 한해살이풀로
    씨를 받아서 뿌리면 아무곳이나 잘 자란다. 키가 1미터를 넘든 것들도 많아서
    많은 포기를 심은 곳은 그야말로 풍접초 만으로도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 수 있다.

     

     


    이놈은 이름을 모르겠다. 이름이라는게 사실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아무것에나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부르기를 좋아 한다. 그래도 이름을
    알았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야생화 고수들에게 물어보아야 겠다.

     

     

     

     

     

     

    패랭이들이다. 꽃이 좀 작아서 그렇지 자세히 무릎을 굽히고 보면 아름다운 꽃이다.
    세상살이도 그렇지 않는가? 나를 굽힐때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이 오롯히 보인다.
    그러나 나를 굽힌다는 것은 또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모르겠다. 마치 속담같다.


    "세살 어린이도 알지만 팔십노인도 실천하기 어려운~"

     

    패랭이 꽃밭은 이제 지고 있는 꽃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꽃밭을

    찾은 "박각시 나방"의 작업은 바쁘기만 하다. 벌새를 닮은 이 박각시 나방을 사진에

    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삼각대와 망원렌즈를 가져가지 않아 더 어렵다.

     

     

     

     

     

    구절초는 역시 가을 꽃의 대표주자다. 가을 꽃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구절초는 돋보인다. 순전히 내 생각이 만들어내는 마음작용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는않을 것이다. 구절초는 그냥
    생잎을 뜯어 먹어도 된다. 술을 담기도 하고 말려서 차를 우리기도 하며 잎으로
    전을 붙여 먹기도 한다. 역시 가을에는 먹을 수 있는 꽃에다 가점(加點)을 주고 싶다.

    전생이 돼지였던가?......

     

     

     

     

    푯말에 "앵초"라고 붙어 있어서 잠깐 헷갈렸다. 아무리 보아도 "펜지" 같아 보인다.
    앵초를 가장한 펜지일까? 아니면 펜지를 가장한 앵초일까?
    아무려면 어떨까. 어차피 펜지건 앵초건 사람들이 멋대로 가져다 붙인 이름인데......

     

     

     

    개모밀이다. 우리나라의 식물이름들이나 나무이름에 이 "개"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그것은 무언가 사람들에게 마뜩치 않다는 것이다. 이것도 혹시 어느날 어떤 사람이
    산야에 나갔다가 '어! 모밀이네'라고 했다가 자세히 보니 아니라서 '에이~ 개모밀이네'
    했을지 모른다. 우리말에서 '개'는 일종의 사물의 품격을 낮추는데 사용 되었다.


    이 식물이 만약에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개모밀'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속으로 이런 욕을 하겠지. "지랄하네~ 너는 개XX라면 좋겄냐?"

     

     

     

    "꿩의 비름"이다. 팻말에는 '노루비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노루비름이란 식물은 없다.
    아마도 팻말을 적으신 분이 잠깐 착각을 하신듯 하다. 우리들의 주변에 있는 식물들이
    워낙이 많으니 헷갈리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꽃색깔이 너무 다양하고 이쁜 "난타나꽃" 이다. 다른 꽃들은 꽃의 색이 포기마다 다른데
    난타나는 한 줄기에서 열린 꽃들의 색깔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참 이쁜 꽃이다.
    그러나 사실 자신의 고향인 열대 아메리카에서는 잡초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이 꽃은
    1900년대 초에 들어와서 온실에서 재배했었다고 하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온실이
    아닌 일반 정원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적응이 되었다.


    꽃의 지름이 3~4cm정도인데 여러송이가 흰색,분홍색,오렌지색,노란색,붉은색등으로
    뭉쳐서 피어 아름답다. 꽃의 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칠변화(七變花)
    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열매는 검은색으로 독이 있다고 한다.

     

     

     

     

    작아도 꿀이 많은지 아니면 향기가 짙은지 연신 벌들이 드나드는 "꽃댕강나무 꽃"이다.
    그냥 댕강나무가 아니라 꽃댕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는 모르겠지만 하얀빛이
    유난히 밝게 보이는 꽃이다. 작은 꽃들은 늘 무릎을 꿇어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무릎을 꿇고 카메라를 바짝 가져다 대자 벌 한마리가 마치 위협을하는 듯 앵앵 거린다.
    "야! 야! 여긴 내 나와바리야... 안 꺼져!"

     

     

     

     


    허브의 한 종류로 분류되는 "보리지"라는 녀석이다.
    이 보리지의 고향은 지중해 연안인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때는 술등에 넣어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쾌활초'라고 불렀단다.


    십자군 원정 때에는 먼길의 행군과 전쟁으로 인해 지친 병사들을 달래기 위해
    보리지로 담근 술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니 오랫동안 인간들과 같이
    살아온 녀석이라는 이야기다.


    꽃이 별모양으로 피는데 토양의 산성화 정도에 따라 파란색의 꽃이 분홍색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한다.


    잎과 꽃을 허브차로 만들어 음용하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우울증의 치료제로 쓰인다.
    어린잎은 샐러드나 시금치처럼 국에 넣기도 하고 생잎을 먹기도 한다. 설탕절임을
    한 것은 병후의 체질보강에 좋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딸기와 같이 재배하면
    서로의 생장을 도와 매우 잘 자란다고 한다.

     

     

     

     

    이것도 식용으로 쓰이는 꽃인 "한련화"라는 꽃이다.
    이 한련도 역시 멕시코,중앙아메리카등에서 귀화해온 식물로 원예용으로 기른다.
    '금련화'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린 꽃봉우리와 열매는 조미료로 매운맛이 나는 잎은
    샐러드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8세기 중엽의 책인
    '임원십육지'에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그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라벤다"는 너무나 유명한 허브중의 하나일 것이다.
    라벤다 꽃은 방충제로서 모기나 파리 등의 해충을 쫓는 데 사용되고도 했고 기분이
    우울하거나 초조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사용하면 피로와 긴장을 풀어 주기도 한다.
    역시 지중해 연안이 원래의 고향이다.

     

     


    "체리세이지"도 허브 식물중의 하나인데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역사가 오래되었다.
    잎에서 추출하는 정유는 신경계나 소화기계의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고 각종 염증의
    소염제로도 사용이 된다. 세이지차는 구취예방과 감기,혈액순환에 좋다.

     

     

     

    '꿈속에서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해오라기란" 이다.
    해오라기는 왜가릿과의 새인데 왜가리의 이미지와는 달리 몸은 뚱뚱하고 다리는
    짧은 새인데 늘씬하게 생긴 이 꽃을 왜 해오라기란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반대적 이미지도 꽃이름으로 사용이 되는 가 보다.

     

     

     

    드물게 정말 드물게 보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여우꼬리 풀" 이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여우는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우가 멸종한지 제법 오래되었기 때문인데 여우는 꼬리가 이쁜
    동물중의 하나임은 틀림이 없다.


    구미호의 꼬리도 저렇게 아름다울레나?

     

     

     

    수련도 피었다. 아직 여름의 이미지가 남아서 일까? 낯설지 않다.

     

     


    요즈음 통 쉬지를 못했다. 회사일도 바쁜 탓이기도 했지만 1~2학년때 F학점으로
    다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의 압박도 대단한 탓이였다. 게다가 DSRL 카메라를
    구입한 후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싸돌아 다닌 탓도 있다. 추석 쇤다고 먼길을
    다녀온 피로가 풀릴틈이 없었다. 이제 좀 쉬었으면 좋겠다. 잠자리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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