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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에 핀 제비꽃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10. 14. 11:51

     

    가을에 핀 제비꽃

     

     


     가끔씩 피어야 하는 계절을 잊고 전혀 다른 계절에 꽃을 피우는 것들이 있다.
    이번 추석때는 할아버지 산소에 가다가 진달래 몇 송이를 보았다. 마침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로모로 몇장 찍었는데 필림 현상할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며칠전에는 결명자 밭에 갔다가 위에 튼실하게 익어가는 열매가 주렁한데도 밑둥에
    노란 결명자 꽃이 몇 송이 활짝 핀 모습을 보았다.


    진달래나 결명자나 모두 봄에 피는 꽃이고 늦어도 초여름에 피고 말아야 하는 꽃이다.

    그런가? 하고 물으면 딱히 할말은 없다. 꽃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다. 꽃에게 물어볼만큼

    마음이 맑지도 못하고......


     우리나라의 기후가 자꾸 바뀌어 동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징어 잡이가 이제는
    서해안에서 성시를 이룬다고 하기도 하고 남방의 물고기들이 심심치 않게 우리 해안에
    나타가기도 한다고 한다. 게다가 식물들도 북방한계선을 자꾸 북으로 밀어내고 있어서
    좀더 세월이 흐르면 한강이남에서는 소나무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제는 남녘으로 당일치기 바쁜 출장을 다녀왔다. 계절은 마치 아날로그와 같아서
    경계가 모호한게 사실인데 남녘으로 내려 갈수록 확실히 산의 색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국토를 세로로 관통해보면 하룻걸음 여행임에도 변해가는 산천의 색감이나 풍경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휴게소에 들리면 늘 하는 행동이 정해져 있는데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공중전화 부스를
    거쳐서 화장실로 간다. 공중전화 카드를 수집하기 때문인데 나는 사용제만 모으는데
    요즈음처럼 휴대전화 하나씩 다 가져 다니는 때는 한달에 한장 얻기도 힘이 든다. 그 다음
    행동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휴게소의 뒤란을 돌아 댕기는 것이다. 가끔 좋은 장면과 마주
    할 때도 있지만 그저 그냥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간간히 파파라치로 오해한 휴게소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어제도 모 휴게소에 들렀다. 그냥 바닷가가 가까운 곳의 휴게소로 해 두자.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일찍이고 해서 카메라를 들고 휴게소 멀찍히 떨어진 기념공원에
    들러 이것 저것 찍다가 보니 뒷문이 열려 있다. 뒷문은 산으로 해서 동네로 통하는 듯 하고
    직원들이나 또는 다른 용도로 통행이 빈번해 보인다. "ㅇㅇ기사식당"의 플랭카드가 숲속에
    부끄럽게 숨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자주 이 곳을 이용하는 운전자들도 있는 모양이다.


     슬그머니 나갔다가 지금은 황량해진 채마밭에서 부끄럽게 피어 있는 제비꽃을 만났다.
    분명 제비꽃은 봄에 피는 꽃으로 알아왔건만 이 깊어가는 가을의 중턱에서 왠 제비꽃을
    다 만나나 싶기도 하고 사람들처럼 무슨 다 못푼 회한이 있어서 뒤란 그늘에서 피어서
    있나 싶기도 하다. 하기는 '제비꽃은 봄에 피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도 실상 따지고 보면
    그냥 그 때에 많이 피기 대문에 그리 정한 것일 것이다. 사람들 마음대로 말이다.


     나는 제비꽃하면 나폴레옹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역사의 이면에서 만나는 나폴레옹은
    알려진 만큼 영웅적이지 않지만 숏다리의 콤플렉스를 나와 공유했으므로 좋아한다.
    이 나폴레옹이 제비꽃을 가장 좋아 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제비꽃 소대장으로
    불릴만큼 제비꽃을 좋아했다고 전해지고 심지어는 아군을 식별하는 표식으로 제비꽃을
    사용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제비꽃 사랑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가 엘바섬이 유배되었을때도 "제비꽃 필때 돌아 가겠다!"고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부인인 조세핀도 남편의 취향을 따라 제비꽃을 좋아 했다고 하는데 나폴레옹과
    이혼한 후에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조세핀의 나폴레옹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비꽃으로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마도 이른 봄, 강남에서 날아오는 제비와
    모습이나 색상도 비슷하고 눈에 띄는 시기도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일부지역은
    병아리꽃, 또는 오랑캐꽃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연유는 모르겠다.


     제비꽃은 종류가 30여종 된다고 하고 꽃 색깔도 남산제비꽃처럼 흰 색,노란 색, 하늘색이
    있다고 하지만 여태껏 내가 보아온 것은 푸른빛을 띄는 보라색의 제비꽃이다.


     도감에 보니 한방에서는 피를 맑게하고 가래와 부스럼을 치료하는 약재로 이용한다고 하고
    또한 염료로 쓰인다고 하기도 하는데 꽃이 작은 제비꽃이고 보면 얼마나 모아야 옷 한벌쯤
    염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이 없고 특별한 향취가 있어서 요리를 만들 때 섞기도 한다고 한다. 제비꽃으로 만드는
    요리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도 입안에 침은 왜 고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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