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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산의 고절함, 산부추 꽃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10. 9. 13:58


    가을 산의 고절함, 산부추 꽃

     

     


    요즈음 태어난 고향에서 산다는 것은 상당한 행운에 해당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편에 따라 타향살이를 하게 마련이다.


    고향과 타향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것으로는 역시  각 지역간에 차이가 많이 나는
    언어..즉 사투리의 차이 일 것이다. 표준말과 사투리의 구분도 사실은 서울이 어디냐
    하는 것의 기준일 뿐이다. 가령 통일신라 시대때는 당연히 경상도 언어가 표준어로
    지금의 경기지방어는 사투리였을 것이지만 지금은 역전이 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표준말과 사투리는 시대적 산물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가끔 이야기하는 둘째의 경험담이다.
    경상도에서 충남으로 이사를 와서 얼마되지 않았을때의 일이다.
    "오늘 우리 엄마가 찌짐 해준다고 했어"
    "찌짐? 그게 뭐야?"
    "찌짐... 찌짐 몰라? 얘가 찌짐도 모른데..."
    "찌짐이 뭔지 나도 몰라!"
    옆자리 친구... 뒷자리 친구... 누구에게 물어도 "찌짐"이 뭔지 모르는 것이였다.
    한참이 더 지나고서야 찌짐=부침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내 경험담도 둘째의 경험담에 못지 않다.
    나를 뺀 대부분의 부하직원이 충청도와 경기도 출신들인데 어느날 회식을 하고나서
    2차로 막걸리집을 갔을때다. 내가 한턱 쏘기로 했으니 당연히 주문은 내가 해야만
    했는데 막걸리 집이니 만치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시켰다.


    "아줌마~ 여게... 정구지 찌짐하고 막걸리..."


    동료직원들도 막걸리집 종업원들도 멀뚱한 표정을 하고 내 얼굴을 응시했다.
    나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하고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정구지 찌짐하고 막걸리~"


    찌짐만으로도 못 알아들을 판에 "정구지"까지 플러스가 되었으니 외계어가 될 밖에...
    "정구지"가 표준말로 부추로 불림을 모르는 바는 아니였지만 불쑥 튀어 나오는 사투리는
    타향살이 20년을 넘어도 고쳐지지 않으니 언어의 고착이란 대단한 것이다.


    올 가을 설악산 여행에서 반가웠던 꽃친구중 하나가 산부추였다. 지금 우리가 많이
    식용하는 부추도 결국에는 이런 산부추를 식용작물화 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부추 Allium thumbergii

     

    과  명 : 백합과
    분포지 : 강원도 및 경기도
    개화기 : 7~9월
    결실기 : 10월
    용  도 : 식용. 약용


    산부추는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 높이는 30~60센티미터 정도이다.
    밝은 녹색인 잎은 위로 비스듬히 뻗으며 단면은 삼각혀이고 끝은 날카로우며 밑부분은
    줄기보다 조금 길게 나와 있다. 산부추 꽃은 붉은 자주색으로 7~9월에 주로 피는데
    송이가 많이 달리고 꽃밥은 자주색이다. 잎 줄기에서 약한 마늘 냄새가 나고, 비늘줄기와
    연한 식물체는 식용으로 한다.


    가을 산에서 산부추 꽃은 고절함을 느끼게 한다. 다른 꽃들처럼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는 그런 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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