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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화(赤化)중인 설악산 산행기
    여행기 2006. 10. 3. 13:40

     

    적화(赤化)중인 설악산 산행기

     

    수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하다가 미처 보지 못했던 신문한장이 있었다.

    구독하는 불교신문은 1주일에 2번 우편으로 배달되는데 걸핏하면 놓치고

    지난 구문을 만들어 버리곤 한다.

     

    마지막 장에 큼지막 하게 자리한 봉...정...암

    늘 가고 싶었던 곳이다. 스무살무렵부터 언젠가는 가보리라 했던 곳이다.

     

    "챙기라!"

    "뭐를 챙기?"

    "금요일날 떠나삘자"

    "아들 학교가는 토욜인데?"

    "저그 알아서 하겄지."

    "어디로 가는데?"

    "봉...정...암"

     

    이 몇마디의 대화로 금요일날 9월29일 저녁 7시에 행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9월29일 금요일밤에 도착을 하게 될른지 아니면 9월의 마지막날 30일 새벽에 도착이

    될른지 짐작할 수 없다. 요즈음은 금요일 밤이 고속도로, 그중에서도 영동고속도로가

    가장 번잡하다고 하니 짐작못함이 당연하지 않는가.

     

    그래도 도착하면 조금은 편히 쉬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미리 검색해둔 펜션으로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방도 있고 비수기 요금으로 받겠단다.

     

    도착은 다행히 생각보다는 빨랐다. 밤 11시 20분..

     

     

     

     

    아침은 평소보다 오히려 거하게 먹었다. 펜션에 준비된 전기밥통에 밥도 하고

    찌개 대신에 컵라면을 끓이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한잔 먹고 나왔다.

     

    펜션 뒷문을 열고 데크에서 한장~ 여행은 늘 설레임을 주기 때문에 좋다.

     

     

    그리고 2~3분 거리에 있는 백담사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이틀 동안 차가 편안히

    쉴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주차를 했다.

     

    공원 매표소부터는 일반차량은 아예 출입이 안되는 곳이다. 일단 매표를 하고나면

    다시 마을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백담사 입구가지 가야 하는 것이다.

     

    마을버스에 몸을 의지하고 옆을 보면 아찔하다못해 어지럼증이 동반할 정도로

    절벽위로 난 길을 꼬불거리며 20분정도 걸려서 백담사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중에 이쪽으로 다시 내려올것임으로 백담사는 그때보자 하고 바쁜걸음을

    재촉해서 등산로로 들어섰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가는데만도 한참 소요되었다. 영시암에서 비로소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봉정암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오늘의 최종목표는 봉정암이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산행인데 6~7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니 산에서의 빠른 해넘이를 생각하면 서둘러서 가야만 한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는 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가는 산행이다.

    여름의 수해 여파가 아직도 고스란히 상처로 남아 있는 계곡에는 여기저기 백사장이

    생기고 폐목들이 집채만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영시암의 단풍은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풍경이다. 살아오면서 산에도 많이 다녔고

    절에도 많이 다니긴 했지만 영시암은 물맛좋기로 열손가락안에 꼽아줄 만 했다.

     

    물맛은 그 절이 가진 풍요로움을 뜻하기도 한다. 그 많큼 지력이 좋다는 뜻일 것이다.

    물이야 말로 땅의 피요 정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영시암은 원래 터만 남아서 있던것을

    지금 복원불사가 한참이다.

     

    영시암에서는 감자를 삶아서 등산객들에게 나누어 준다. 좋음 물맛과 감자 한톨...

    참 귀한 공양을 받고 왔다.

     

    우리는 하산길에 잠시 쉬면서 감자 한알을 공양받았는데 어떤 여자 등산객이 공짜로

    먹어도 된다는 말에 열댓개를 집다가 핀잔을 듣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눈만을 즐겁게

    하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도 있구나 싶다.

     

    산이란 마음이 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버리고 가야 하는 것이다. 산 아래서 잠시도

    우리곁을 떨어지지 않던 욕심, 시기, 살심등을 버리고 가야 하는 것이다.

     

     

     

    영시암에서 길을 봉정암으로 잡아서 떠난다.

    멀리 설악산의 모습중 일부가 보인다. 저 봉우리는 사람으로 치자면 어디쯤에 해당하는

    곳일까? 코? 입?... 부질없는 생각~

     

    자연을 내 가치로 보려고 하다니 영락없는 소인배의 모습이다.

     

     

    다시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는 용아장성릉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 구곡담계곡을

    통해 봉정암을 거쳐 대청으로 오르는 길이다.

     

    구담대피소...

    "봉정암 4시간"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시간은 11시를 가르키고 있다. 2시간은

    온셈이니 총 6시간이면 정상적인 시간인 셈이다. 잠시 망설이고 만다.

    어중간한 시간이니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야할지 아니면 가디가 먹어야 할지로

    잠시 복잡한 실타래를 풀다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오른쪽 구곡담 계곡으로 든다.

     

     

     

     

     

    구곡담 계곡은 아홉개의 작은 못인 담(潭)이 있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물이 고인 곳이라도 제일 큰것은 양(洋)이라 하고 그다음것을 호(湖)라고 한다.

    그 다음것을 지(池)라고 하고 가장 작은 것을 담(潭)이라고 하는 것이다.

     

    산에 있는 것들은 대개가 담이라고 하는데 이 담이라 부르는 못들은 대개가 폭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나 높아야 폭포라고 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위로부터 흘러내리는 폭포와 담(潭)은 같이 있다.

     

    그것보다 더 작은 것으로 소(沼)라는 것도 있기는 하다.

     

     

    폭포와 담(潭)...그리고 단풍이 함께 어우러진 계곡의 풍경.

    저런 바위위에다 초막하나를 짓고 한달만 살면 신선이라도 되겠다.

     

    또 모르지..

    달밤이면 설악산 대청봉의 산신령과 하늘의 선신이 내려와 바둑이라도 두는 곳인지..

     

     

    유머가 있지 않는가?

    요즈음 텔레비젼에 뜨는 "김 기사~~"같은 몸으로 말로 웃음을 유도하는 것보다

    100배나 1000배쯤 더 재밌게 사람을 웃기는 풍경이다.

     

    거대한 바위를 받친 나무 두 조각...

     

     

     

     

     

     

     

     

     폭포와 담(潭),그리고 소(沼)들이 끊임없이 가을의 소리를 뱉어내고 있는 구곡담계곡..

    아마도 밤새도록 물소리가 뱉어내는 가을의 소리들에 나뭇잎들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노랗게 가슴앓다가 빨갛게 피멍이 들고서야 마침내 물에 떨어지고 마는 듯 하다.

     

    세상에 고통없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듯이...

    아무리 행복한 커플도 스쳐지나는 바람같은 고통의 시간들이 찾아 온다고 한다.

    고통과 행복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같지만 따지면 그 순간은 점하나의 위치와 같다.

     

    사랑하는 마음도 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한쪽으로 치우치면 위험한 일이 따른다.

    사랑의 마음이 늘 중심을 잡고 있을때 "님"이라는 글자를 만들지만 오른쪽으로 치우치면

    "남"이라는 글자가 되고 왼쪽으로 치우치면 "넘"이라는 글자가 된다.

     

     

     

    설악산의 가을은 이제 깊어갈 일만 남아있다.

    이 살악산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활엽수들의 몫이다. 지금은 소나무같은 칩엽수들은

    기죽어 사는 시기다.

     

    눈이 하얗게 내리는 겨울 설악산에서는 칩엽수들도 주인공이 될것이다.

     

     

     

    "자연은 우리를 결코 초대한 적이 없다. "

     

    나는 누구에게나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인간들은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단으로

    남의 집을 칩입한 무뢰배들이다. 남의 집에 칩입한 무뢰배들이 조용히 구경만 하다가

    가는 것은 아니다.

     

    Y자로 벌어진 나무에 콜라병을 박어 놓기도 하고 고인돌처럼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쓰레기들을 버려놓기도 한다.

     

    작물화 가능성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것이 도토리다.

    영양학적으로 아주 우수하고 수수나 조같은 작물보다 씨알도 굵어서 대량수확이

    가능한데도 실패한것은 도토리는 끊임없이 다람쥐의 식성에 맞추어 진화를 했기 때문이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고 외국의 유명한 인류학자가 쓴 "총,균,쇠"라는 책에 나온다.

     

    요즈음 산에서는 다람쥐들이 도토리보다 인간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을 더 탐닉한다.

    누군가가 버리고 간 카스테라 껍데기에 붙은 부스르기를 먹느라 여념이 없는 다람쥐다.

    코앞까지 다가가서 찍어도 겁내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저 다람쥐는 도토리의 떫은 맛보다는 인간이 버리고간 단맛을 즐길것이다.

     

    인간들이 무심코 자연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도 잠시만 생각해보자.

     

     

     

    마침내 봉정암에 도착을 했다. 근 30년을 기회가 닿지 않아 못왔던 곳이다.

    어쩌면 그것도 핑계인지도 모르겠다. 꼭 오고자 했다면 왜 오지 못했겠는가.

     

    어쨋던 왔다.

     

    무소유는 대청봉까지 가자는 이야기를 비쳤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먼길을 돌아서

    왔으니 오늘밤은 밤을 새워 마음딲는 공부를 할 요량이다.

     

    1인당 1만원의 보시금을 내고 방을 배정받았다. 그리고 석가보니 부처님의 불뇌사리를

    모신 탑으로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하심(下心)을 했다.

     

    내일은 오세암을 통해서 하산해서 또 몇시간의 운전을 해야 하므로 잠깐 쉬자 싶어서

    배정받은 방에 갔더니 10명이 배정받은 방에 15명이나 된다. 절에 목적을 두고 온 사람은

    불과 2사람도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대청봉으로 올라갈 등산객들이다.

     

    봉정암에서 1만원을 내면 저녁,아침공양에 아침에 주먹밥도 준다. 그 1만원도 아까워서

    슬며시 그냥 끼어드는 산꾼들도 한방에 30%정도는 된다.

     

    방송으로 계속 주지스님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제발 여기는 부처님 도량이고 등산객을

    위해서 기도 온 신도들이 희생을 하고 있으니 음주만은 금해달라고 했지만 아랑곳 없다.

     

    요즈음은 진정한 산꾼이 없다.

    진정한 산꾼은 정상을 오르기 위함만도 아니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주변에도 보면 어느산을 몇시간만에 어쨋느니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설익은 산꾼이다.

    사실 등산과 하이킹을 구분짓는 기준은 해발 2000미터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어느산이던

    등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힘들다. 그래서 그저 산행(山行)이라는 말이 가장 무난하다.

     

    산으로 간다. 그러나 산은 우리를 초대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산에 갈때는 최대한 겸허하고 자연을 즐길려고 해야 한다. 경마장의 말처럼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달릴것이 나니고 바위 모양새, 풀꽃의 색깔, 나무 한그루에게도

    애정을 표현하자.

     

     

    봉정암의 불뇌사리탑 윗쪽에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이제 내려가는 길..

    아침 일찍 출발했다. 잠한숨 자지 못했고 발 한번 쭉~ 펴보지 못했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발걸음도 가볍다.

     

    주먹밥 2개를 받아서 가방에 넣고 출발을 했다. 공룡능산과 용아장성릉의 사이 계곡을

    통해서 내려 가야 한다. 내리막의 연속이라 무소유가 좀 힘이 들 듯 하다.

     

     

    오세암 가는 길...

    중간쯤에서 발목이 부러진 등산객을 만났다. 일행이 부목을 해서 조난표지석까지

    이동중이라고 한다. 부근에 헬기장이 없으므로 앞으로 4시간 정도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오세암이다. 故 정채봉동화작가의 오세암과 영화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그 책에서 읽었던 대로 바위 아래 조그만 건물 하나 달랑있는 풍경을 상상하고 갔다가

    규모에 깜짝 놀랐다.

     

    여기는 기와 한장에 온가족 이름을 적어서 공양하고 왔다.

     

    오세암에서도 주먹밥을 마련해 두고 등산객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없이 몇개씩 넣어가는 산악인도 있다. 나누어 먹는 정신이 필요한데 철학이

    없이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문제이다. 눈쌀이 찌푸려 진다.

     

     

     

    다시 백담사로 돌아왔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셈이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선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절안에 만해 기념관이 있다.

     

    들러보고 만해선생이 머물렀던 전각앞에 오니 前대통령을 역임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안내판만 그득하다. 그다지 자랑스러울 일도 아닌데....

     

    그래도 만해스님이 머무른 곳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자랑거리 삼을 만하다.

     

    다시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주차장으로 왔다. 돌아 오는 길도 힘들었지만 살면서 늘 가슴에

    두었던 곳을 다녀온 마음은 그 시원함이 시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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