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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내리는 계룡산,오뉘탑의 전설
    여행기 2006. 9. 18. 16:29

     

    비내리는 계룡산,오뉘탑의 전설

     

     

    토요일 운동을 싫어하는 큰 아이를 다그쳐서 광덕산에 올랐다가 처음부터 산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정상을 밟아보지 못하고 왔다.


    일요일 아침 어제 미완성 산행의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터라 부부만의 산행지로
    계룡산을 정하고 출발을 했다. 계룡산은 단풍이 1987년 가을에 결혼한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였으므로 동학사는 늘 남다른 애정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길지라는 말답게 길을 잘못들어 지나친 갑사-신원사간의 국도에는
    OO정사.ㅁㅁ굿당등의 무속신앙의 기도처가 참으로 많았다. 정도령 전설로 유명한
    계룡산은 그런 면에서 아마도 우리나라 산중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느낌이다.

     

     

     

    갑사에 접어 들자 한방울씩 돋던 빗방울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조금은
    망썰이기는 했지만 이왕에 온곳이니 무리를 해서라도 오르기로 했다. 무소유는
    가게에서 비옷을 하나 사고 나는 비상용으로 넣어간 판쵸를 착용하기로 했다.


    거금을 투자해서 구입한 DSRL이 걱정되어 넓은 판쵸우의를 입기로 한것이다.


    가장 고전적 산행코스라고 칭하는 갑사-용문폭포-금잔디고개- 삼불봉 고개-
    오뉘탑(남매탑)-동학사를 우리들의 산행코스로 잡았다.

     

     

    비는 점점 내리는 강도가 세어져서 등에 짊어진 DSRL은 꺼내지도 못하고 SUB로
    가져간 디카를 산행중에는 주로 사용하기로 했다.

     

     

    처음 만난 용문폭포는 명성과는 달리 수량이 풍부하지 못했다. 수량이 풍부했더라면
    좀더 장쾌한 경치를 만들어 주었으리라 생각을 한다. 그래도 역시 폭포의 높이나
    수량을 감당할 폭포의 너비로 보았을때는 중소형의 폭포라고 할 수 있겠다.
    등에 맨 카메라를 꺼내어 몇장의 추억을 갈무리 한다.

     

     

    용문폭포를 배경으로 한 닭의 장풀...달개비과의 식물이다.

     

    금잔디 고개로 오르는 길은 작고 큰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평지라고는 단 1미터도 없이 계속 오르막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개는 위로 갈수록
    심해져 가시거리가 몇십미터밖에 안된다. 비는 계속 이어진다.

     

     

    어이쿠~
    하마트면 밟을뻔 했다. 발을 디딜려는 바위위에 매미 한마리가 앉아 있다.
    아마도 이 매미는 마지막 삶을 정리중인지 모르겠다. 이미 가을은 매미에게도
    가혹한 자연의 법칙을 전달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오늘 밤..아니면 내일쯤...


    그래도 사는 동안 등산객들의 발에 밟혀 죽음을 맞는것보다는 나으리라 싶어서
    잡아다 참나무에 붙여주었는데 돌아서는데 휘리릭~ 날이와서 바지 가랭이를 잡고
    늘어진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안면이 없다. 다시 잡아서 높이 붙이자 어디론가 멀리 날아간다.
    올 여름에 세상에 나와서 잠깐 살다가는 저 매미는 본능의 완성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잠시 서서 쉬는 동안 내려보는 풍경이나 올려보는 풍경이나 오로지 오르막과 내리막..
    단 두가지 경계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속에 빠진다.

     

     

     

     

    마침내 도착한 금잔디 고개..동학사쪽에서 급히 넘어온 바람들이 이 고개에서 급해진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강풍을 쏟아내는 골짜기를 겨우 지나자 약수터가 나타난다.
    해발 600에 가까운 곳에서 만난 약수는 의외로 맛이 달다. 빨간 바가지에 하얀 페인트로
    새겨진 "고통의 끝은 달다"라는 문구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방향을 삼불봉 고개로 잡아야 한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때는 차를 두고 온 갑사로
    도로 내려가기로 했지만 늘 보고 싶었던 오뉘탑까지 간다면 이렇던 저렇던 동학사로
    내려가는게 상책이다.

     

     

     

    금잔디 고개에서 삼불봉 고개로 가는 길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모두들 유령같이 움직일 따름이다.

     

     

     

    계곡에서 만난 미나리아재비과의 흰진범이다. 빗물을 머금은 꽃을 당겨찍으니 마치
    외계의 생명체 같은 모양이다. 비가 계속 오는 통에 제대로 기교를 부려 찍을수 없다.

     

     

    삼불봉 고개..삼거리 길이다. 마음같으면 삼불봉으로 해서 관음봉으로 향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계룡산의 오뉘탑(남매탑)은 늘 마음속의 숙제처럼 나를 부르고 있었다.
    몇번의 동학사와 갑사 나들이때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오뉘탑(남매탑)만은 늘 가고픈
    곳이였기에 오뉘탑(남매탑)을 향하기로 했다.

     

     

    다시 미끄러운 돌계단을 한참 내려와서야 오뉘탑(남매탑)을 만났다.

     

     

     

     

    이 탑의 원이름은 청챵사지 오층석탑과 칠층석탑이다. 나란히 보물 1284호와 1285호
    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청량사(청량사)란 이름은 사명이 새겨진 기와의 출토에
    의해 이 자리에 청량사라는 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원사라는
    절이 중건되어 있다.


    먼저 보물 1284호인 5층석탑을 보면 바닥돌과 그 위에 둔 기단의 아랫돌은 각 4장의
    돌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기단의 가운데 기둥을 별도의 돌로 끼워서 맞추었다는
    것이다. 탑신의 각 층 지붕돌은 얇고 넓어서 균형과 안정감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
    세월의 흔적인가? 4층 지붕돌 위에 5층 몸돌이 있으나, 지붕돌은 없어진 상태이다.
    꼭대기에는 네모난 받침돌 위로 둥근 머리장식이 남아 있다.


    이 탑은 백제의 석탑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조각수법등으로 미루어 고려중기의 탑으로
    학계에서는 짐작하고 있다.


    그 다음은 보물 1285호인 칠층석탑으로 기단(基壇) 위에 7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형태로
    전체적으로 폭이 좁고 길쭉한 형태이며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하다.


    기단의 네 모서리에는 다른 돌로 기둥을 세웠으며 탑신의 1층에는 북쪽면(갑사쪽)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감실을 새겼다. 감실은 불상을 모셔두는 공간이다.
    이 탑의 2~4층은 후대에 만든 것이라서 원래의 모양을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탑 역시 고려중기에 만들어 진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 오뉘탑(남매탑)에는 애절한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옛날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서
    망하게 되자 백제의 왕족중 한사람이 계룡산에 들어와 탑이 있는 청량사터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 스님이 신라 선덕여왕때에 당나라에서 입국한 상원스님이였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지금 오뉘탑옆에 상원사라는 암자가 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눈이 많이 내린 날 밖에서 큰 동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밖을 나가보니 송아지 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입을 쩍 벌린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였다. 스님이 가까이 가 살펴보니 호랑이가 동물을 잡아먹다가 갈비뼈가 목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 이였다.


    스님은 호랑이에게 "네가 살생한 까닭으로 이렇게 고통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호랑이
    목에 손을 넣어 갈비뼈를 빼주었더니 호랑이는 연신 고마운 몸짓을 하며 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호랑이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간혹 나타나 산돼지도 물어다 놓고 노루도 물어다 놓고
    가곤 했다. 스님은 호랑이가 동물들을 물어다 놓자 "내가 그토록 살생을 하지 말라고 했거늘
    또 살생을 했단 말이냐?"하며 호랑이를 크게 나무랐다.


    그리고 나서 몇 일이 지난 어느 날 밤, 스님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나가 주위를 살펴보니 아름다운 여인이 쓰러져 있는 것이였다.


    스님은 연유를 궁금해 하면서도 우선은 사람을 구하는게 도리인지라 극진히 간호를 했고 이내
    정신을 수습한 여인은 다음과 같이 사연을 이야기 했다.


    "저는 경상도 상주 땅에 사는 처자이온데, 혼기가 되어 이웃 마을 양반 댁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밤에 들기 전에 소피가 마려워 잠깐 밖을 나왔다가 갑자기 송아지
    만한 호랑이가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을 보고 그만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바로 이 곳입니다."


    스님은 며칠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으나 여인은 "고향에서는 이미 죽은 것으로 알터인데
    어찌 다시 고향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스님께서 저의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저는 평생 스님을
    지아비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자 스님은 "나는 불제자인데 어찌 여인과 혼인 할 수 있겠소." 라고 거절하며 그대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오누이처럼 같이 살아가자고 하여 오누이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비구, 비구니로서 수행을 하다가 말년에 한날 한시에 열반에 들었다고 한다.
    이들 두 사람이 세상을 뜨자 사람들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행적을 후대까지 기리고자 석탑 2기를
    쌓고 남매탑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마침내 산행의 종점인 동학사에 도착을 했다.

    동학사는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였다. 부부로써의 출발을 처음 고한 곳이다.

    그때는 생활근거지가 부산이였는데 어찌 어찌 충청도의 부처님께 출발을 고한 탓이였던지

    지금은 충청도사람이 되었으니 충청도와의 인연이 오래전에 결정되어 있었나 보다.

     

    비에 젖은 옷차림으로 차마 법당에 들어가기가 미안해서 바깥에서 삼배를 올리고 왔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옥잠화..

    완전히 필때가 아니고 피기전의 꽃 봉우리가 마치 비녀와 같고 그 색이 옥색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운데 글자가 비녀 잠(簪)을 쓴다.

     

    빗방울들이 조랑 조랑 매달려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작은 세상도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우리가 모르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문제는 차를 두고 온 갑사로 가는 교통편이 문제였다.

    국립공원 직원에게 물어서 대전으로 나가는 102번 버스를 타고 4정거장 와서 박정자 삼거리..

    그 박정자 삼거리에서 유성에서 갑사를 오가는 2번 버스를 타야 한다.

     

    40분마다 한대씩 있다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

     

     

     

    80가까운 노인 부부가 뒤이어 왔다.

    이들도 공주에서 갑사로 들어가서 우리가 넘었던 그 길을 넘어 왔단다.

     

    "여그가 박정자 삼거린디..왜..그런고 하믄..예전에 이 동네가 길나기전에 박씨들이 모여

    살았거든...신작로가 나면서 박정자 땅으로 삼거리 난겨~ 그래서 박정자 삼거리라 하지..."

     

    "요 안쪽으로 가믄 한다리라는 동네가 있어..그 옛날에 김종서(?)가 역적으로 몰려설랑

    능지처참을 당하게 되었단 말야..능지처참이 뭔고하믄 팔,다리를 각각 말 한마리씩 묶어서

    말 궁둥이를 때리는 거여..그라믄 사람이 네조각으로 찢어 죽이는 게여...그래 김종서(?)가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했는데 말한마리가 다리 하나를 끌고 예까지 온겨...그래서

    한다리라 한겨..."

     

    그 말이 맞던 맞지 않던 간에 구수한 옛날 이야기는 들어도 재미있다.

     

     

     

     

    마침내 갑사주차장까지 시내버스로 도착하여 돌아오는 길 참숯찜질방에 들렀다.

    매캐한 숯냄새에 몸을 파묻고 두어시간 땀을 쭈욱~빼고 먹는 숯불구이 삼겹살...그리고

    소주 한병..취기를 없애기 위한 또 한시간 가량의 참숯 찜질....

     

    나는 여유있는 산행이 좋다.

    산은 오르는데만 목적을 두면 삭막하다. 그래서 즐기는 산행을 늘 그린다.

    오랫만에 여유있는 산행을 즐겼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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