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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팔꽃과 메꽃, 그리고 유홍초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9. 14. 17:00


    나팔꽃과 메꽃, 그리고 유홍초

     


    "아빠! 저기 나팔꽃~ "


    어느날 들판을 거니는데 막내딸의 명랑한 목소리가 냉장고에 며칠 묵힌 박카스만큼
    시원하고 상큼하다. 막내가 손끝으로 가르킨 곳에는 연한 분홍빛의 메꽃이 있다.


    "저거는 메꽃이라 카는거다! 저거는 사람들이 묵기도 한다. 아빠도 어릴때는
    뿌리도 캐묵고 잎사귀는 쌈싸먹기도 했다아이가.."
    "어어~ 저 꽃 선생님이 나팔꽃이라고 했는데..."


    몇년전 아마도 8월쯤에 기차를 타고 포항으로 출장을 가면서 구독율 최고라는
    조선일보에서도 관련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들에 핀 분홍색의 나팔꽃을 소재로....
    어쩌고 하는 인터뷰 기사였는데 당사자나 인터뷰 기자나 데스크가 모두 한통속으로
    무식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도시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나팔꽃과 메꽃은 한마디로 전혀 성격이 다른 꽃이다.
    우선은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 메꽃은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한 여름에 핀다.
    물론 가을에 피는 메꽃도 있기는 하다. 마치 여름에 피는 코스모스들 처럼....
    나팔꽃은 이른 놈은 9월이 되어야 피어나고 10월이 나팔꽃의 최성기에 속한다.
    따라서 메꽃은 여름꽃이요 나팔꽃은 가을꽃이다.


    그 자태 또한 사뭇 다르다.
    메꽃이 시골의 나즈마한 토담옆으로 눈길을 줄듯 스쳐지나가는 수수하던 동네누나
    같은 꽃이라면 나팔꽃은 강남의 룸쌀롱 마담같은 꽃이다.
    메꽃은 몇송이가 덤성피우지만 나팔꽃은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듯이 피어난다.


    못먹고 살던 시절에는 분홍색을 가진 꽃은 고마운 꽃이였다.
    봄에 피어서 주린 창자를 달래보려고 입에 물고 씹어면 달짝하던 진달래가 그랬고
    가을에는 분홍색 꽃이 핀 줄기를 따라서 땅을 파면 메꽃의 뿌리가 타박한 맛으로
    악동들의 배를 조금은 달래주기도 했다.


    메꽃은 좀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와 같이 꽃잎을 갉아먹는 벌레도 많다. 그래서
    메꽃을 사진으로 찍다가 보면 완연히 깨끗한 메꽃을 보기란 힘이 든다.
    반면에 나팔꽃은 거의 벌레가 먹지 않는다.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나팔꽃은 도시적으로 메꽃은 시골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마당 한켠에 매어놓은 누렁이도 더위에 혀를 길게 빼고 헉헉대는 여름날.
    밭에 나가셨던 아버지가 푸른잎 한소쿠리를 들고 오신다. 옆집의 찬새미(우물)에 가서
    한바가지 떠온 시원한 물 한공기와 보리밥 한그릇 그리고 막된장 한종지...
    우리 식구의 점심메뉴였다. 아버지가 뜯어 오신 푸른잎은 메잎이였는데 폭에비해 다소
    좁다 싶은 푸른잎을 서너장을 겹쳐서 보리밥을 놓고 된장을 얹으면 한입 불룩 해지는
    쌈밥이 된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물 한사발을 들이키면 되었다.

     

    예로부터 메는 일종의 구황식물이였다.
    병자호란도 임진왜란도 일제36년도 흉년에도 변함없이 우리 민족의 근본을 오랫동안
    지켜준 고마운 식물이 였다.
    잎도 꽃도 뿌리도 모두 먹을수 있고 독성이 없는 것이 메라는 놈이다.
    한방에서는 많이 먹어도 이롭다고 하는 건 아마 감초와 이 메뿐일 것이다.

     

    또 메꽃은 해가 있는 낮동안 피어있다. 밤에만 꽃술을 닫는다.
    종일 피어서 한가한 논둑이나 잡풀들 사이에 오롯이 숨어서 그 풍경의 엑센트가 된다.

     

     

     

     

     

    며칠전 산책삼아 나선 길 논둑에 피어 있는 메꽃을 찍었다.
    벼들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들판에서 이제 끝물인 메꽃을 본다는 즐거움~


     

     

     

     

     

     
    불과 20여미터의 들에 세워진 정자...
    마을 촌로들의 커뮤니케이션센터와 같은 역활을 하는 수로위에 세워진 정자의
    바로밑에 피어난 나팔꽃...메꽃이 일편단심 분홍빛을 고집하는데 반하여 나팔꽃은
    변종이 많다.

     

     
    나팔꽃은 화려한데도 그 화려함과는 달리 먹을수 없다.
    독이 있어서 사람이던 또는 동물이던 모두가 먹지 않는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악람함이 보이는 꽃이라고 한다면 너무 혹평이 될까?

     

    그러나 아침에 피었다가 반나절 만에 시들어 버리는 가엾은 꽃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꿋꿋하게 피어있는 실한 메꽃과는 전혀 다르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함을 가장한 여우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또 나팔꽃에는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중국에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화공이 있었다. 마음씨 나쁜 원님은 화공의 아내를
      탐내었으나 말을 듣지 않자, 무고히 옥에 가두고 말았다.
      아주 나쁜놈이다..빽으로 힘으로 돈으로 사람마음을 잡으려 하다니...


      화공은 밤낮으로 아내만 생각하다가 어느날 남몰래 그림을 한 장 그려서 아내가 갇힌
      감옥 밑에 파묻고는 그만 미쳐서 죽고 말았다. 그날부터 아내의 꿈에 매일 남편이 나타나서
      말없이 있다가 가곤 했단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거기에는
      한 송이 나팔꽃이 피어 있었대지 아마... 죽은 남편의 혼이 나팔꽃이 된것이다.

     

     

     

     

     

    나팔꽃과 닮았지만 그 크기가 다섯배쯤 적은 꽃이 유홍초이다. 나팔꽃이나 메꽃과 같이
    모두 같은 과에 속하는 친척들이다.


    이 꽃은 우선 햇살이 따가운 한낮에도 볼 수 있는데 꽃빛이 눈에 확~뜨여서 길을 가다
    발견하게 되면 그냥 지나칠수 없게 만든다.


    지난주 토요일..싫다는 큰 아이를 억지로 앞세워 찾았던 광덕산의 새로 생긴 주차장부근
    풀숲에서 찾은 꽃이다.


    야후사전에서 찾아본 유홍초에 대한 내용인데 사진의 꽃은 실상 둥근잎유홍초라는 변종
    으로 요즈음 주로 관상용으로 집의 화단에 많이 기른다.

     

    통화식물목 메꽃과의 한해살이풀. 덩굴성으로 잎은 어긋나며 긴 잎자루가 있고
    잎새는 얕게 또는 깊게 갈라진다. 초여름에서 가을에 긴 꽃자루 끝에 홍색 또는
    순백색의 작은 꽃이 핀다. 꽃부리는 지름 약 2㎝이며 별모양으로 5개가 갈라져
    깔때기모양이 되고 통부(筒部)는 가늘고 길다. 열대아메리카 원산으로 울타리·
    아치·네트·폴 등에 감기게 하거나 화분에 심고 둥근테를 만들어 덩굴을 올린다.
    또한, 지면을 기게 하여 그라운드커버로서 관상한다. 이 종의 무리에는 둥근
    심장꼴의 잎이 달리는 둥근잎유홍초, 유홍초와 둥근잎유홍초의 교잡종인
    누홍초가 있다. 발아에는 고온이 적합하며, 5월 중순∼6월 상순이 파종기이다.
    아치·폴·울타리 제작에는 20∼25㎝ 간격으로, 그라운드커버는 30∼35㎝ 간격으로
    4∼5개씩 점뿌림을 한다. -야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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