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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평 운악산(雲岳山)의 주인들..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9. 14. 14:48

     

    가평 운악산(雲岳山)의 주인들..

     

     

    운악산 다녀온지 벌써 3일이 지났다. 이것 저것 카메라의 메모리를 정리하다 보니

    진정한 운악산의 주인들의 모습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인 동물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뿐이며 1회적

    삶을 산다는 면에서 볼때 보잘것 없는 존재일 것인데도 세상의 주인으로 자처한다.

     

    물론 도시도 자연의 일부이지만 좀더 좁은 의미로 자연을 이야기 하자면 도시를

    벗어나 산에 오르거나 풀냄새가 나는 시골로 가는 것을 말할수도 있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역시 이번 운악산도 그저 손님으로 다녀온 것 뿐이다.

    그렇다고 그 동네사람들이 운악산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운악산의 주인은 바위들..나무들...곤충들..꽃들..바로 그들이다.

     

    밧줄..사다리...쇠줄...안내판...이런것들은 모두 주인 허락없이 손님이 제맘대로

    가져다 붙인 것들일 뿐이다.

     

     

    눈썹바위를 지나서 망경대쪽으로 가던중에 잠깐 쉬었던 곳에사 만난 각시취...

    이 꽃은 원래 한가지에서 제법 수북하게 피어나는데 이 각시취는 바위위의 척박함으로

    피기는 했지만 소담스럽지는 못하다.

     

    영양이 좋은 곳에서는 아주 선명하고 윤기가 흐르는 꽃이다.

    그래도 이 척박한 바위들의 틈바구니 한줌 흙에도 뿌리를 내리고 피어 오고 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길의 한곁에 피어 있어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도 못한다.

    꽃이 화사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꽃가루를 매개해줄 누군가의 주목을 받기 위함이다.

     

    산에 갈때는 손님된 마음으로 구석에 숨어 피는 들꽃에도 눈길을 주자.

     

     

     

     

    한때 궁예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사하다가 포천군에서 발간했던 구전조사를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조사자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운악산은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요?"라고 하자

    "궁예가 울고갔다 해서 운악산이라 하지요!" 라고 했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한 몇년전에 읽었던 책이였는데..지금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다.

    그래도 그 동네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80노인의 말이고 보면 터무니 없지는 않을듯하다.

     

    가본사람은 알겠지만 운악산은 험하다. 이 운악산을 배경으로 궁예는 왕건에게 1년동안

    대항을 하였다고 전하여 지는데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산이 험하기도 하지만 척박하고 산의 넓이가 크지 않아서 포위를 하면 우선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수 없어 보인다.

     

    상부로 갈수록 바위가 대부분이라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데 이 척박함 속에서는 뿌리를

    내린 식물들도 영양이 부족해서 부실한 모습을 보인다.

     

    각시취를 만나고나서 두번째 쉬던 곳에서 만난 구절초..각시취가 국화과인데 구절초도

    국화과이니 따지면 각시취와 구절초는 친척인 셈이다. 물론 학자가 아닌 관계로 그들이

    몇촌간인지는 짐작하지 못하겠다.

     

     

     

    우리나라 산에서 소나무는 가장 많은 영역을 가진 주인중의 주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소나무와 연관이 많다. 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를

    꺽어다가 금줄을 친다. 대부분의 집들은 소나무로 만든 기둥을 쓴다. 그러니 소나무로

    만는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로 태어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똥꼬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예전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에 가난한 사람들은 송기(소나무 속껍질)를 벗겨

    나물과 섞어 죽을 쑤어 먹기도 하고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송기속의 송진성분이

    극심한 변비를 유발하여 변을 볼때는 똥꼬가 찢어 지기도 했다.

     

    사람이 죽으면 관을 만드는데 소나무는 필수적이였다. 우리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연관이 끈끈하게 이어져 있으니 소나무는 우리민족 전신의 기저에

    가장 뿌리깊게 내린 나무일 것이다.

     

    그나마 이제 우리나라 기후가 점점 변하여 앞으로 많은 세월이 흐른뒤에는 서울이남의

    지역에서는 소나무 보기도 힘들어 질것이라고 한다. 소나무 제선충인가하는 소나무의

    AIDS라는 병이 창궐해서 많은 소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예 소나무 구제를 포기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소나무도 앞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게 될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산에 가면 소나무 한번쯤 쓰다듬어 주고 오자.

     

     

     

    꿀풀과에 속한 식물들은 그 이름대로 꿀이 많아서 인지 벌들이 많이 붙는다.

    방아풀,박하,로즈메리,라벤더등의 귀에 익은 식물들과 같은 종인데 꿀풀과 식물은

    세계적으로 3,500종에 이른다고 하니 방대한 친척이 있는 셈이다.

     

    운악산에서 만난 이놈은 석잠화라는 꽃이다.

    운주사 주차장에 거의 다 와서 만난 계곡에 오롯하게 피어 있었던 꽃이다.

     

     

     

     

    운주사 주차장에서 지나온 산길을 스틱을 가르키며 되집는데 스틱끝에 앉은 잠자리..

     

    "지가 말이유..운악산 토박이인께 알려주는데 말유~~그러니까..그긴 말이유~~ 저쪽으로

    돌아 내려오면 좀 편하구유~..."

     

    아마 이 잠자리는 이런 말을 우리에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앞에서는 우리는 늘 버릇없는 손님일뿐이다.

     

     

     

    나는 여치나 그 종류들은 풀닢을 먹고 사는 줄로 알았었다.

    그러나 얼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자정쯤에 풀섶에서 벌개미취의 꽃잎을 먹고 있는

    여치를 만났었다. 그동안 낮에만 이들을 보아왔던 탓에 단지 몰랐을 뿐이였던 것이다.

     

    운주사 주차장의 식당앞 화단에서 만난 서양꽃...(갑자기 이름이 아무리 짜내도 생각나지

    않아 그냥 서양꽃이라 적는다.)위에 앉아 있는 여치류 곤충.

     

    그냥 아름다운 꽃위에 앉아 詩를 읊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운주사 주차장에서 배낭 내려놓고 비로소 무게에서 해방되고 시간으로부터 벗어난

    가벼움으로 찾아 나선 주인공들...역시 가을 하늘의 주인은 잠자리다.

     

    오수를 즐기는 듯 보이는 그들은 실상은 자신의 영역을 경비중이다.

    우리가 떠나간 자리..아마 지금쯤 비어 있을 그 자리를 아직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운악산(雲岳山)의 진정한 주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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