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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유년기(1)
    유년의 기억 2006. 2. 20. 23:51

    나는 어릴 때 무척 몸이 약했다고 들었다.

     

    새벽이든 밤이든 간에 경기를 무척 잘했었다고 했다.
    나도 둘째 아이 때문에 경기라는 걸 체험하게 되었는데 눈자위가 허옇게 돌아가고 숨도

    쉬지 않아  아이보다 어른이 더 놀라고 말았다.
    그러면 아이를 들쳐업고 동네 할머니에게 가서 바늘로 따고서야 겨우 혈색이 돌고

    편안한  모습으로 잠든걸 보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했었다.

     

    지금이야 도시에 살다보니 건물도 많고 가로등도 많아서 새벽이라도 길 다니기가

    쉽겠지만 내가 어릴때만 해도 구포는 정말 촌이었다.
    시장통도 아닌 외곽에 살다보니 한번씩 내가 경기를 하게되면 어머니도 나를 들쳐업고

    캄캄한  길을 다니며 따고는 했다. 


    그때 아버지는 밀가루공장(제분공장)에 다니셨다고 했다.
    그때는 다들 주야 맞교대를 하던 때라서 밤근무라도 가시고 나서 내가 경기라도 하게되면
    여자 혼자서 어쩔줄을 몰라서 혼겁을 하신 것 같다.

     

    처음 신접살림을 차리고 나를 낳은 구포시장통의 셋방은 일제때 지은 함석지붕의 낡은

    집이라 바람이 불거나 비라도 오는 밤이면 엄마는 혼자서 몇겹의 이불을 둘러쓰고 그

    무서움을 견디셨단다.


    한번은 아버지가 다니던 밀가루 공장의 정전으로 야근이 12시쯤에 끝나 집에 오니 문이
    안으로 잠겨서 하도 불러도 안되고 해서 담을 넘어 들어갔더니 이불밑에서 땀을 팥죽같이
    흘리며 무서움에 울고 계시더란다..
    그날도 태풍으로 지붕에서 떨끄럭~ 대문은 삐꺼덕~~해댔으니 밀양에서 구포까지 그당시로는
    먼길을 시집온 새색시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 한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는데 아마 4살때라고 들었다. 그때는 집집마다 꿀꿀이
    죽통이라고 해서 돼지를 먹이기 위해서 음식물 찌꺼기를 모으는 단지나 드럼통 같은 것이
    집집마다 하나씩 있었다.

     


    하루는 부엌에서 일을 하는데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만 밖에 마음이 쓰여서 밖에
    나오니 꿀꿀이 죽통에 발만 두 개가 솟아 있더란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고 이제는 자식 잃었구나 하고 거꾸로 쳐박힌 나를 건져놓으니
    완전히 죽은 것같이 뻣뻣하더라고 했다.
    그래도 생명은 모질어서 어찌 어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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