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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藥)으로도 쓰이는 잠자리
    이런저런 이야기 2006. 9. 6. 10:14

     

    약(藥)으로도 쓰이는 잠자리

     

     

     

    어딘가 모르게 실용적인 면보다는 다소 이상적인 면을 추구하는 것이 중국이다.
    물론 지금은 세계의 어느나라보다 실용적으로 변모하기는 했지만 유교보다는
    역시나 도교쪽이 훨씬 가까운게 중국이다.


    도교에서 추구하는 우리 몸의 이상적 상태중에 강음지정(强陰止精)이 있는데
    이것은 남녀의 교접중에 정력은 강하게 하지만 사정은 되도록 지양한다는 것이다.
    도교의 대부분은 일종의 선단(仙丹)과 같이 특별한 약의 섭취를 통해 수련의 효과를
    배가 시키는 것인데 이 강음지정(强陰止精) 역시도 그런 처방의 일종이다.


    이 강음지정(强陰止精) 처방의 주된 재료는 다름 아닌 가을의 상징인 잠자리다.


    중국의 문헌등에 보면 잠자리는 대부분 남자의 정력과 관련이 있는 약재로 쓰였다.
    즉 양기를 보하는데 주로 사용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두가지 기록을 보자.


    첫번째는 강음지정(强陰止精)의 용도인데 이경우의 약명은 청령이라고 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잠자리 중에서도 빨간잠자리(고추잠자리)가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한다.
    여름과 가을사이에 많이 잡아서 날개와 다리를 떼어 버리고 가루로 만들어서 먹는데
    하루에 2~3마리 분량을 먹는다고 한다.


    두번째 기록은 사천중초지(四川中葯志)에 있는 내용이다.


    신허양위(腎虛陽萎)에는 귀뚜라미,잠자리,구신(狗腎)을 각각 같은 분량으로 섞어 가루로
    만들어 술과 함께 복용하면 소변줄기가 세어지면서 시든 양기가 다시 살아난다.


    이쯤 설을 풀었으면 아마도 가을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가을밤을 달구는 귀뚜리의
    울음이 180도 달라 보이고 다른 감성으로 귓전에 닿을 것이다.

     

     

     

     

     

     

     

     

     

     

     

    어릴쩍 지금처럼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공사장이나 창고를 뒤져서
    한발정도의 철사를 구해서 지름 30센티정도의 원을 만들고 그것을 긴 대나무 장대에
    고정을 시킨 다음 숲속을 다니며 거미줄을 여러겹 겹쳐서 포획방을 만들었다.


    하루에도 수십마리씩의 잠자리를 잡고는 했는데 다리에 실을 묶어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잠자리의 꼬리를 배쪽으로 조금만 남기고 끊어낸 다음에 밀짚,
    강아지풀 줄기를 적당히 잘라서 끼운다음 날리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잔인한 놀이를 즐겼구나 싶기는 하지만 특별한 놀잇감이나
    구경꺼리가 없었던 때였으니 시골의 악동에게는 그저 신나는 일이였을 뿐이였다.


    가지고 놀다가 잠자리가 비실거리게 되면 날개를 양쪽으로 잡고 등에 입술을 바짝
    대고 후욱~하고 날숨을 불어 넣은 다음 날리면 신기하게도 기운차게 날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몸통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몸이 가벼워진 탓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잠자리는 가을의 전령사이다. 여름의 땡볕사리에서 드물게 보이는 잠자리를 보며
    '아~ 이제 가을이 곧 오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얼마지 않아 가을이 오기도 했고..


    가을 하늘은 높다. 시리도록 파랗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을하늘이 멋있는 것은 하얀
    뭉게구름이 간간히 있고 게다가 빠알간 고추잠자리들이 궤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그냥 파랗고 높기만 한 가을하늘이란 얼마나 삭막할 것인지를...


    방언이란 지역적으로 다른것이 특징이겠지만 부산에서도 시골인 구포가 고향인
    나는 잠자리를 철기라고 불렀었다.
    나중에 학교에서 잠자리라는 표준말을 배우긴 했어도 여전히 우리끼리 부를때는
    철기라는 말을 썻다. 그래서 헬리콥터를 우리는 "철기비행기"라 부르기도 했다.


    잠자리들중에서도 냇가를 주름잡는 왕잠자리는 잠자리들중에서도 최고의 대접을
    받는 놈인데 이놈은 늘 쉬지않고 자신의 영역을 순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놈을
    잡을 기회가 잘 없는 것이다. 그 놈을 잡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여간해서는
    잘 잡히지 않는 놈이다.


    그놈은 잠자리의 왕답게 정말로 덩치도 클뿐아니라 모양도 씩씩해서 한마리 잡으면
    가을에 많은 고추잠자리 100마리와도 바꾸지 않았다.
    냇가가 오염된 요즘은 잘 볼수 없는 놈이 되었다.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다.

     

     

    *** 사진은 가을이 짙어가는 2006년 9월 2일 충남 아산의 광덕산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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