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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숨고 싶은 날이다.
한 며칠 무리한 탓인지 몸 전체가 둔하고 무겁다.
관절마다 쑤신다.
목도 칼칼해서 깨진 옹기소리가 난다.
의사는 감기몸쌀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개도 안걸린다는...그러고 보면 개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하긴
언제는 사람이 개보다 나았던 적이 있나.
늘 가는 병원에는 간호사가 둘이다.
하나는 키가 너무커서 내가 그녀의 어깨선에 내 키와 같다.
또 다른 하나는 너무 작아서 또 문제다.
그래도 둘이는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세상의 부조화(부조화)란 결국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 내는 불투명한 공간이다.
주사 바늘의 아픔보다 그녀의 손바닥이 전해주는 둔탁함이 오래남는 잔상같다.
오늘같은 날은 많은 공간도 필요없고 그저 서 있을 만한 공간이라도
미로속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가는 길 조차 찾을 수 없이 깊은 미로에...
아니면 독도의 바로 앞 어디쯤 심해에, 그것도 모자라 개미굴처럼 여러갈래의
굴을 파고 제일 깊은 곳에 수만겹의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그렇게 숨어 버리고 싶은 날이다.
하루 반 나절
그렇게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일은 계속 몰리고 전화도 계속오고
사람들도 자꾸 찾아 온다.
결국 한시간 일찍 퇴근했다. 그 1시간을 자주 가는 온천에 가서 몸을 담구고
미로 대신 뜨거움 속에 숨었다. 휠체어에 의지한 노인이 두사람의 시중을 받으며
들어왔다. "회장님~","회장님~"을 연발하는 것을 보아 제법 재력가인 모양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때밀이 침대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그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투정이 심했는지 회한이 스친다.
그래...날자!
숨는것보다는 나는게 백번은 나을듯 하다.
몸도 마음도 좀 가벼워진 느낌이 된다. 온천에 한시간 몸을 담구었을 뿐인데..
몸에 물기를 닦아내다가 저울에 몸을 실어본다. 느낌과는 달리 또 1킬로가 불었다.
중년의 나이에 늘어가는 건 흰머리와 지방질 함량뿐이다.
민들레가 되고 싶었던 오늘 하루~ 그 하루도 손톱만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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