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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의소통, 아침산책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2006. 8. 12. 14:29

     

    자연과의 소통, 아침 산책길에서..

     

    아침이면 언제나 정해진 시간의 스케쥴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6시 30분이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7시 10분이면 집을 나서야 지각을 면한다. 7시 15분쯤부터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는 7시 45분까지의 30분간은 손석희 아나운서의 시사프로그램을 듣는다. 이슈가 되는 부분을 해당되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것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문제는 아침의 이런 프로그램 내용이 늘 유쾌함보다는 그렇지 못한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생기는 불합리와 부조리가 많다는 뜻일게다.

     

    7시 50분이면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보건체조를 한다. 보건체조의 음률은 몇십년이 흘러도 변화가 없다. 그래도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라서 아침에 몇 분 동안 하는 이 체조를 빼먹은 날은 유난히 몸이 찌뿌드하다. 8시 정각에 작업 시작을 알리는 챠임벨이 스피커를 통해서 울리는 것을 신호로 "땅~~땅~~","찌지직~~","윙- 윙-" 따위의 소음들이 공장 안 여기저기를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나는 안전모를 쓰고 공장을 한 바퀴 돈다. 공장의 외곽으로 해서 작업장안까지 골고루 돌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주고 받거나 때로는 잡담을 가장해서 위험한 작업을 맡은 직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도 한다. 몇 요주의 인물들에게는 가능한 말을 많이 시키는 편인데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술을 좋아하는 직원들이다. 말을 많이 시키는 이유는 그들로부터 숙취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만약에 어젯밤 여파로 아직 술기운이 남았다 싶으면 사무실로 들어와 반장을 불러서 누구는 가능한 위험한 작업은 시키지 않도록 일러둔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근 30년 정도 이 일을 했으니 나름대로 요령이 생긴 셈이다.

     

    이 공장순례는 나에게는 세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관리자로서의 본분이다. 관리자는 늘 작업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직원 잡고 일일히 보고 받는것은 별 의미가 없다. 현장을 돌면서 어제와 달라진 무었만 찾으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가령 A씨가 하고 있는 작업이 어제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하는 작업의 진도를 알수 있다. 평소와 달리 눈에 뜨이게 작업진행이 늦어지면 대개 신변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한다 한다 하면서도 못하는 운동량의 벌충이다. 당뇨가 기준치보다 조금 높은데 의사는 자꾸 운동을 권한다. 그렇지만 나는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운동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 30분쯤 걸리는 공장순례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벌충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자연을 호흡하는 것인데 회사가 조금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어서 공장 주변에는 녹음이 우거진 산도 있고 과수원도 담을 잊대고 있고 인삼포도 담을 마주하고 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이슬들이며 공장의 담을 타고 피어있는 박꽃들, 그리고 풀섶에 있는 많은 곤충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원래 토요일은 휴무이기는 하지만 바쁜 프로젝트에다가 부하직원이 휴가를 간 턱에 출근을 했다. 관리자로는 혼자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은 카메라를 메고 현장보다 공장의 가장자리에 있는 풀섶에 사는 친구들을 마음껏 만났다.

     

     

    생명체의 삶이란 서로 어떤차이가 있을까? 나는 내내 이것이 의문이다. 하루살이의 생명과 우리 인간의 생명은 궁극적 차이는 무었일까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에이~ 개고기를 먹는 저런 사람들 나빠.."

    TV 뉴스를 보다가 둘째가 이야기를 하자 대뜸 받아서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가 말했다.

    "언닌 소고기는 안 먹어? 개나 소나 똑같은 생명인데"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개는 반려동물이라고...그래서 안된다고...

    이런 논리는 얼마나 웃기는가? 반려동물이라는 정의도 우습지 않는가. 어떤 사람은

    악어를 애완으로 키우는 사람도 있고 이구아나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삼겹살도 중동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먹지 않는다.

    내세우는 이유는 불결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기실 사람보다는 백배 천배나 깨끗한

    동물임에도 말이다.

     

    누구에게나 어떤 생물에게나 생명..즉 삶이란 공통적으로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길이..인간들이 만든 시간이라는 관념의 차이일뿐이다. 깊이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그 깊이 하나를 가지고 다른 생명의 얕음을 경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날아오를 채비가 끝난 씨앗...

    이제 둥지를 떠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세상으로 떠나서 낯선 땅에 뿌리를 박을 것이다.

    바람만 불어준다면 말이다.

     

    바람도 자연에서는 참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냥 귀밑을 스쳐가는 바람 한줄기도...

     

     

     

    나는 벌을 참 무서워 한다. 우리 아이들도 무서워 한다.

    어릴쩍..국민학교(초등학교)때니 벌써 사십년이 다되어 간다. 우리동네 양봉원이 있었고

    그 양봉원집 딸래미를 좋아 했었다.

     

    자기집에 놀러가자고 몇번을 이야기 했지만 나는 한번도 가지 못했다.

    그만큼 벌은 나에게 무서운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꿀은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도 좋아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 무서운 벌을 간단히 제압한 거미 녀석은 풀섶의 왕자다.

    자기 몸의 몇배나 되는 벌을 잡아서 체액을 빠는 중이다. 거미는 씹어 먹는 곤충이 아니라

    벌같은 곤충을 잡으면 효소액을 잡힌 곤충의 몸속으로 넣어서 물로 만든 다음 천천히

    빨아 먹는다고 한다.

     

    누구의 삶이 끝난다는 것은 또 다른 누구에게는 삶의 연장이 된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길을 가다가 절벽밑에서 부상당한채 버려진 새끼사자를 불쌍해서 주워다 키웠다면

    자연의 입장으로 보면 유죄인것이다.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트려서 살아남은 놈만

    데려다가 키운다. 강한 새끼를 만들어야 하는 것..그게 사자에 대한 자연의 법이다.

     

     

     

    이 놈도 어제는 몽우리만 맺고 있었던 놈이다. 하루가 지닌 오늘 아침에는 제법 소담히

    피어 나를 반기고 있다. 실상 이놈의 크기는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꽃이다.

     

    꽃의 아름다움도 작음과 큼의 문제는 확실히 아닌듯 하다.

     

     

     

     

    뭘보슈?

    이놈은 볼때마다 조금은 시비조로 말을 건다. 눈도 제법 삐딱선을 타는 녀석이다.

    아주 예민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로 시선을 외면하면서 방향을 틀어 버린다.

     

    그렇다고 포기할 나도 아니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핀트를 맞춘후에 한동안의 기다림....

    마침내 이놈이 고개를 돌렸다.

     

    사마귀...암놈과 숫놈이 교미한후에 숫놈을 잡아 먹는다고 알려진 놈들이다.

    무시 무시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꽤나 낭만적이지 않는가?

    울고 불거나 아니면 미움속에 헤어지는 사람들보다 최고의 쾌감속에서 헤어진다는

    그것만은 인간들이 본받을만 하다.

     

    그래도 사마귀들 중에도 얌체가 있게 마련이어서 교미후 후다닥~ 도망가기에

    급급한 숫놈들도 많이 있단다. 사람이나 사마귀나 어리숙하면 대략 난감~~

     

     

     

     

    완두콩인가...작은 완두콩...너무 작아서 찍는데도 애를 먹었다.

    망원렌즈가 있으면 좋으련만 접사렌즈를 끼우고 찍으려니 흔들리기도 하고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도 그들의 아름다움을 훔쳐올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함이다.

     

     

     

    무엇을 구할려고 여기에 매달리는 것일까?

    한때의 개미들이 몰려들고 있다. 꽃들이 바라는 것은 꽃가루를 매개해 줄 벌이나

    또는 나비일지도 모르겠다.

     

    벌이 날아들기엔 너무 작은 꽃이라서 개미를 유혹한 것일까?

     

     

     

    또 다른 벌은 잡혀서 꼬치가 되었다.

    아마 거미는 저 벌의 몸속에 알을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은 배가 불러서

    임시로 저장해둔 것일까?

     

    작은 세계에서도 삶은 늘 이렇게 치열한 것이다.

     

     

     

    잡아서 꼬치로 만들어 놓은 먹이가 있는데도 바로 옆에 다시 거미줄을 친 거미녀석..

    아직은 별 소득이 없는지 무료한 표정이다. 시인들은 거미줄에 맺힌 아침이슬의 영롱함을

    노래하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죽음과 공포에 대해서는 모른다.

     

    아름다움은 늘 삶과 죽음속에서 피어나는 꽃과 같은 것이다.

     

     

     

    담장에 매달린 박꽃..

    어젯밤에 피어날때는 하얀 몸빛깔이 밤새 달님과 사랑의 신열을 앓고 나서 성숙해졌다.

    이제는 연한 분홍빛을 살짝 머금고 있다.

     

    사랑은 사람의 빛깔도 바꾸게 한다.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알고 나서야 인생에서 자신의

    색깔이 바뀌어 있음을 보게 될것이다.

     

     

     

     

    아침이슬은 풀섶에 내리는 축복이다.

    집에서 기르는 화초와 달리 풀섶에서 물맛을 보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것처럼 풀섶 식물들에게는 보석보다 귀한 보석들..물방울..

     

     

     

    기숙사에 기거하는 직원 몇이서 풀섶에 스무그루쯤의 고추를 심었다.

    소일 삼기좋을 만한 아이템이다. 자기가 심은 고추가 자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말이다.

    고추꽃도 자세히 보면 참 이쁘다. 나는 도회적이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든다.

     

     

     

    유리구슬같은 물방울 하나...

    작은 물방울 하나도 우리눈으로 볼수 없는 것들이 렌즈를 통해서 확대를 하면

    세상의 모습들이 숨어 있다.

     

     

     

    달개비는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코발트빛 꽃닢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코발트빛 꽃닢에 샛노란 꽃술...이 꽃은 색의 조화를 아는 꽃이다. 단 두가지의

    빛깔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데 수많은 색깔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 처럼 입술은 무슨색..아이샤도우는 무슨색...뺨은 무슨색..머리는 무슨색..

    치마는 어떤 무늬로..등등~

     

    철저한 단색만으로도 악센트가 된다는 사실을 거미는 알려주고 있다.

     

    어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색깔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가을의 대표적인 상징중에 하나는 역시 쩍 벌어진 밤일 것이다.

    밤을 조금씩 길들여 가고 있는 것은 역시 햇살이다. 밤송이는 실상 속에다가

    햇살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잉태한 햇살이 자라서 제 어미의 배를 불리고 피부가 속으로 그을려 구리빛이

    될때 마침내 툭~ 터져서 세상의 소리들 듣고 바람을 호흡하게 될것이다.

     

    아~ 가을....

     

     

     

    뱀딸기...봄에 자주 볼수 있는 이 뱀딸기는 계절을 착각한 탓일까?

    늦여름에 열매를 맺었다. 아무런 맛도 없이 닝닝하다. 어릴쩍 아버지와 들에 나갔다가

    딸기를 생각하고 따 먹었다가 뱉으면 아버지는 이리 말씀을 하셨다.

     

    "그거는 배비(뱀)들만 묵는거라 카이! "

    진짜로 뱀이 먹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커서 알기는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로

    음지의 그늘에 자라는 습성에다 나즈막하게 피어서 뱀이 잘 다니는 곳에서 피는 탓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놈이 아닐까 싶다.

     

     

     

     

    아침 숲길에는 이런 보석들이 지천으로 깔렸다.

    작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세상의 풍경을 비추다가 어떤 방울은 거미의 뱃속으로 들어가

    거미줄 빚는데 사용되고 어떤 방울은 사마귀의 뱃속으로 들어가 알을 만드는데 쓰일것이다.

     

    햇살에 증발되어 구름이 되는 놈도 물론 있을테고...

     

     

     

    자운영인가..여튼 꽃이름을 모르겠다.

    자운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닮아 있고...

     

    사람도 똑 같을때가 종종 있다.

    좋은 사람이라 하기에는 다고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달맞이 꽃이 맞이 하는 아침이다.

    어젯밤에 달의 마음을 얻기에 실패한 달맞이 꽃은 오늘밤을 다시 생각하고

    요행히 달님과 사랑을 나눈 달맞이 꽃은 이제 머물어 간다.

     

    우리네 인생의 행로처럼....

     

     

     

    새벽에 우화를 했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날개가 다 말랐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껍질을 벗을줄 알고 햇살에 날개를 말릴줄도 안다.

    매뉴얼이 없어도 자신의 몸을 허공에 날려 보낼줄도 아는 이놈들은 사람에 비하면

    천배나 똑똑하다.

     

    사람들은 누가 가르쳐 주어도 자기의 잘못을 헤아리지 못한다.

    특히 정치인이란 쓰레기같은 부류들은....

     

     

     

    개망초가 무성하다.

    겨울이 되면 이곳은 풀한포기 남아있지 않겠지만 또 새로운 봄이 오면 돋아나 꽃을 피우리라.

    순환...자연의 화두는 순환이다. 늘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아침이면 늘 만나는 풍경들이다. 내가 아침이면 눈빛을 주고 받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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