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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아버지의 자전거
    작은詩集 2006. 2. 20. 17:27

     

     

    아버지의 자전거

     


    해거름에 더 바쁜 장날
    아버지의 자전거,
    삼천리표 짐 자전거.
    막걸리 한 잔은
    신김치 한 조각에 발길이 잡혀
    한되술이 되고
    뺨은 석양보다 더 붉다.
    바람 몇 줄기 맘대로 새는
    국방색 작업복 호주머니
    꼬깃한 지전 몇장.
    아버지의 가난함은
    갈치 한마리 은빛비늘에 스미고
    삼천리 자전거에
    늘어지게 매달려서 온다.
    노릇하게  구워질
    아버지의 가난에
    오남매의 눈마다 침이 고인다.

     


    *******************************************************************

     


    참 신기한 일입니다.
    오늘 광양으로 출장이 있어서 갔다가 만나야 할 사람이 부재중이라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일용직 노무자인듯한 사람이 타고온 자전거가 옛날 기억을
    꺼내어 길바닥에 뿌리게 하는 군요.

     


    삼천리 짐 자전거...
    호차라고도 한 이 자전거를 타고 장에 가신 아버지는 늘 돌아오실때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오셨더랬지요.

     


    시골에서의 5일장은 마치 지금 아이들이 모이는 카페나 블로그나 미니홈피처럼
    세상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이트 같은 것입니다.
    삼십리...심지어는 백리도 넘는 곳에서 오는 친구도..친지도..만나는 날입니다.
    그러니 이사람을 만나서도 막걸리 한잔...저 사람을 만나도 막걸리 한잔...
    이렇게 해거름이 되면 얼커니 취기가 돌아 타고는 못돌아 오고 끌고 오시곤 했지요.

     


    아버지는 장날 장에 갔다가 오실때는 짐 자전거의 짐칸에 칼치 두어마리가 새끼줄로
    매달려서 따라 왔었지요.
    그렇게 매달려온 갈치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아버지가 장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또 막걸리는 몇 사발이나 드셨는지 보이곤 했지요.

     


    올 추석에도 제사를 지내고 나서 식사를 하는데 조기 한마리의 뼈 없는 살 부분을
    한 젓가락 가득 집어서 옆에 있는 내쪽으로 슬며시 밀어 놓으시더군요.
    옛날 갈치 한마리로 일곱식구가 먹어야 하던 그때처럼 말입니다.

     


    기다리는 30분 동안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앉아서 아버지의 자전거 생각에 빠졌다
    종이 컵에다 잠깐 아버지의 자전거를 그려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장에 오가시던 그 길에는 항상 키 큰 미류나무 두 그루가 있었지요.

     


    오늘은 아버지의 자전거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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