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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밭의 여름 풍경여행기 2006. 7. 11. 11:26
순천만 갈대밭의 여름 풍경
사람이 옷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자연이란 계절에 따라 달라보인다.
그 말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계절에 따라서 어떤때는 스산해 보이는 풍경이
특정한 계절에는 아름답게 보인다거나 한다."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처럼 자연은 늘 그대로 이건만
우리들 사람의 마음작용이 자연을 그렇게 보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어쩌랴. 색견(色見)에 사로 잡혀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인 만큼 결국엔
무었에는 무었이 어울린다고 퍼즐을 맞추어 갈 수 밖에....갈대란 놈이 있다.
이 갈대는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식물이다. 나는 갈대를 보면 어릴쩍 우리 동네의
경태아재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말이 아재라고는 하지만 아버지 뻘이나 되었다.
이 아재는 한번씩 외출을 하면 하얀 양복에 하얀 백구두에 하얀 중절모를 썼다.그렇게 시골마을에서 하얀색 일색으로 동구를 나서면 동네 어른들은 뒤에서
끌끌 혀를 차며 한마디씩 덧붙였다.
"경태...절마가....저기 춤에 미쳐가꼬~ 집안 말아 물끼구마.."가을 갈대가 그렇다는 것이다. 가을에는 갈대만한 신사도 없다.
은빛 꽃으로 모자를 쓰고 몸통도 일색으로 통일 한 다음에 우중한 키로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은 여심을 유혹하는 재비의 몸짓같기도 하다.
나무라지 마라. 누구나 자기의 기준이 있고 보는 눈이 있으니..내눈에 그렇단 야그~남도...南道라고 한다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통털어 바닷가를 면한 남쪽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남도의 넓은 해안선 중에서 갈대가 보기 좋은 곳을 들라면
나는 세군데를 추천하고 싶다.
가장 첫번째는 역시나 낙동강 하구의 갈대밭이다. 낙동강은 내 태(胎)를 묻은 곳이다.
우리 할매가 용왕님의 가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집안의 장자로 태어난 내 태를 손수
단지에 넣어서 가져다 묻은 곳이다. 낙동강은 내 모태의 강같은 곳이다.
두번째는 전라도 순천만의 갈대 밭이다. 오늘 다녀와 소개를 하려는 곳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고성의 마암면인데 이곳의 갈대밭도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이곳의 갈대밭은
가을이나 초겨울에 달이 떠야 숨이 꼴가닥 넘어갈만한 그런 곳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곳도 소개를 할터이지만~
순천만의 갈대밭... 가을의 갈대밭과 석양..그리고 겨울철새들이 어울어져야 하는 곳
이기는 하지만 출장지에서 비로 인해 조금 일찍 마치게 된 날 장마속의 갈대밭도 조금은
운치가 있으리라 하고 찾아 갔다.어디에서 오던지 간에 차를 가지고 온다면 청암대학을 기점으로 하면 편하다.
청암대학 정문앞에서 순천만 갈대밭이라는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마주오는 차가 보이면 옆으로 넓은 자리를 찾아서 비켜 주어야 하는
좁은 길을 몇군데 스치고 나면 순천만 갈대밭 구경의 시작점인 대대포 선착장에
도착을 하게 된다.
선착장 주변과 둑너머 주차장에 주차공간이 있으나 요즈음 같이 알려진 때에는
멀리서 주차를 해두고 걸어 가는 편이 나중에 나올 일을 생각해서 좋은 편이다.
불과 2년전에 왔을때만 해도 순천만을 건너가 보려면 이곳에서 배를 타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리가 생기고 순천만 갈대밭을 종으로 횡으로 데크가 설치되어서
천천히 걸으며 갯뻘 하나 묻히지 않고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갈대밭으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건너다 본 풍경..
저기 보이는 높은 산 너머가 광양 쪽이다. 방향감각을 짐작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듯...
마침 장맛비가 제법 내린 터이다.
일요일이니 기상예보에는 내일부터 태풍이 온다고 난리를 한다.
그러면 더욱 많은 비가 올터이고 이 조그만 조각배는 불안한 밤을 보내야 할터이다.
며칠 장맛비로 불어난 황톳물을 피해서 갈대밭에 올려진 작은배....
배로 태어났으니 물이 무섭지는 않을터이지만 아마 이 배는 성정이 깔끔해서
누런 황톳물이 싫은가 보다.
다리 위에서 바닷가쪽으로 대대포 선착장의 모습이다. 오늘은 물쌀이 너무 빨라서
손님들을 태우기 힘든 모양이다. 배끼리 서로 의지해 멀미를 견디는 중이다.
이제 순천만의 갈대밭으로 들어간다. 초입의 모습....
주욱~ 연결된 나무 데크를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또는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어찌보면 자연을 훼손하였다고 볼 수도 있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아무나 무분별하게
갈대밭에 길을 내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갯벌이 살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식생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갈대밭의 임자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게체수가 많은 게들이 주인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국가 아닌가..민주국가란 투표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 주인인 셈이다.
그러니 순천만 갈대밭은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진 게들이 주인인것은 당연하다.
게를 잡는 아이들..
게를 잡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갈대를 하나 꺾어서 게의 집게발을 자극하면
이놈이 꽉 물어 버리는데 그러면 쓰윽 올리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좀 효율적이지 못하고 게로써도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있다.
먹을것도 없는 갈댓닢을 물고 잡혔으니 억을 할 것이다..
그래서 권하는 방법은 우선 삽겹살을 구워 먹고 (갈대밭에서 구워 먹으란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을 남겨서 낚시줄로 동여 맨다. 그다음에 그것을 갈대밭 갯벌에 내려 놓으면 냄새에
이끌려 와서는 죽을똥 살똥 매달린다.
그래도 이렇게 잡으면 자신의 마지막 삶의 시간을 고기냄새에 뿌듯히 지낼수 있지 않겠는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露淳紀行)이라는 작품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 보았을
이 소설에 나오는 무진이라는 동네는 실제하지 않는 가상의 동네이다. 무진기행에서 압권은
갈대밭으로 피어 오르는 안개에 대한 묘사부분인데 겨울초입에는 아침저녁으로 물안개를
볼수 있는 이 곳 순천만 갈대밭이다. 작가가 이곳 순천에서 자랐음과 무관하지 않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99%가 못보고 돌아가는 풍경이다.
갈대밭 데크의 제일끝에 나즈마한 산록이 있는데 올라보면 제법 가파라서 땀이 난다.
여름이니 땀의 량도 만만하지 않아서 손수건이 흥건해 질 정도다.
30분을 이렇게 올라서야 볼 수 있는 곳이다.
갯벌쪽으로 갈대밭들이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다.
해발 100미터 미만의 산길이지만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장면은 산정에도 게가 있다는
사실이였는데 이 놈이 어떻게 여기를 올라왔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저 밑 데크에서 게를 두어마리 잡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렀다가 버린 놈들이였다.
갯벌에서 살아가던 놈들이 황토밖에 없는 산속에서 어찌살지 걱정이 은근히 된다.
참...사람들이란~
"사진은 돈이다"
내가 잘 아는 사진작가(별로 이름을 날리지는 못하는..) 한 사람은 늘 사진기 탓을 한다.
자신이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이유가 이름난 작가들이 가진 좋고 비싼 렌즈가 없는 탓이며
날씨 좋은 날 꽃을 찍는다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지 않는 고집때문이라고 탓을 한다.
"좋은 사진은 자연이 만든다"
이건 그에게 반박하는 나의 지론이다. 물론 순천만의 노을을 멋지게 찍으려면 황색의
필터도 있어야 되겠지만 자연적인 사진을 고집하는 나와는 맞지도 않다.
그래도 날씨만 좋으면 나름대로 멋진 석양풍경 한두장은 건지기도 하련만 오늘은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다음을 기약할 밖에~~
그래도 해질녘 이 순천만에 있었다는 하나만으로도 행복하다.
옆에 사람하나가 더 있었더라면 금상첨화 이겠지만 여행객은 조금은 외로워야 멋있다.
나무라지 마라..나 혼자의 생각이니..
해가 지는 순간에도 게잡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잡는 쪽과 잡히는 쪽~ 모두가 열심이니 아름답다.
무었엔가 열중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니...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두둑~ 이는 빗방울에 순천만의
옆걸음만 걸을수 있는 게 생원(生員)들은 분주할 것이다.
========================= 서비스 하나 =======================================
순천만 갈대밭을 보러 가실분들을 위해서..... 지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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