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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의 마지막 항복지, 논산 개태사여행기 2006. 7. 9. 00:44
후백제의 마지막 항복지, 논산 개태사
개태사는 충남 논산군 연산면(連山面) 천호리(天護里) 천호산에 있는 절이다.
논산훈련소...우리 한국사람들에게 이 논산훈련소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으리라.
그러나 이 논산훈련소가 있는 위치가 그 옛날 백제와 신라가 명운을 걸고 싸운
곳이라는 건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백제의 계백장군이 오천의 결사대와 함께 최후의 결전을 벌린 곳이며
이 싸움에서 백제가 짐으로써 결국 백제는 망하고 만다.
그리고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 신라가 망국의 길을 걷고 이 지역은 후백제의
견훤이 다스리게 되었다가 다시 고려의 왕건에게 무릎을 꿇은 곳이다.
후백제의 제2대왕 신검의 마지막 남은 군대와 왕건의 군대는 여기서 명운을 건
일전을 벌리게 되고 후백제는 이곳에서 결국 항복을 하고 만다.
견훤이 후백제 건국의 기치를 내세우고 건국한지 45년만에 그꿈을 접으므로써
왕건은 명실상부한 한반도의 유일한 지배자로 매김을 하게 된다.
지금의 논산인 황산벌 싸움에서 이긴 왕건은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항복을 받은
자리에 절을 세우고 개태사(開泰寺)라고 했다. 그리고 본디 황산이라는 산 이름도
「하늘이 도와서 통일을 이뤘다」고 하여 천호산으로 개명했다. 태조 왕건이 죽은후
태조의 영정을 모신 전각을 세우고, 태조가 입던 옷과 옥대(玉帶)를 보관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견훤의 죽음인데 기록에는 연산(連山)의 불사(佛舍)에서 운명을
했다고 하니 연산은 이곳의 지명이니 어쩌면 이곳이 견훤이 최후를 맞이 한곳은
아닐런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개태사는 전성기엔 천 여명의 승려가 상주하여 화엄법회를 갖는 등 승려 양성도량
역할을 담당하였고, 한때에는 8만9암자(八萬九庵子)를 소속시켰으며, 대각국사
(大覺國師)의 장경불사(藏經佛事 :校正)도 이곳에서 이루어 졌다 한다.
국가의 변고(變故)가 있을 때마다 중신(重臣)들이 호국기도(護國祈禱)를 드리던
고려시대 최대의 호국수호사찰(護國守護寺刹)이다.
그 후 우왕(遇王) 2년부터 14년까지 3차례에 걸친 왜구(倭寇)의 침입으로 방화 약탈되고,
원수(元帥) 박인계(朴仁桂)가 이곳 전투에서 패함으로써 개태사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빛을 잃은 개태사는 이후 5백 여 년 동안 폐사된 채 내려오다가
1934년 재건되어었다.서해 바다에서 왜구들은 개태사에서 보이는 저곳으로 밀려왔을 것이다.
개울이 바다로 이어져 있어서 어쩌면 배를 타고 들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왕건이 이곳에 개태사를 세우면서 아미타 삼존 석불을 모셨는데 절이 피폐해지면서
땅속에 묻혀 있다가 후에 다시 세워졌다.
이 석불입상은 보물 제 219호로 지정되어 있다.
개태사 경내에 직경이 3m, 높이 1m인 거대한 철로 만들어진 가마솥이 있다. 개태사가
가장 번창했을 때 스님들이 1천여명이나 있었는데 이 솥은 스님들의 공양을 끓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해의 일이다. 이름난 큰 스님이 개태사를 찾아와 「얼마 후 대홍수가 나서 본당의
부처님상이 위험할 것이니 이 가마솥으로 본당에 이르는 물길을 막으면 불상은 안전할
것이다」라고 예언하고 떠났다.
이 말을 듣은 스님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워낙이 큰 스님의 말씀인지라 가마솥으로
본당 앞을 막았는데 정말 대홍수가 일어났고 불상은 안전했지만 가마솥은 물에 떠내려가
지금의 연산면 고양리 다리 근처에 묻히게 되었다고 전한다.
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이런 게 있다. 이곳 사람이 죽어서 염라국에
가면 염라대왕이「네가 연산의 가마솥과 은진미륵과 강경미내다리를 보았느냐?」라고
물어본다고 한다.혹시 나에게도 나중에 염라대왕이 이리 물을지 모른다.
"반디불! 너는 연산의 가마솥과 은진미륵과 강경미내다리를 보았느냐?"
언제 억지로 시간을 내어서 강경의 미내다리를 보러 가야 겠다.
개태사의 해우소....
아주 특별한 형식의 화장실 건물이다. 그러나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이곳은 백제와 후백제...두번이나 이곳 사람들의 한이 서리게 만들었으니
어쩌면 역사는 한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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