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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디같은 가스나들!여행기 2006. 6. 24. 22:27
문디같은 가스나들!31번 국도....
여름에는 7번국도의 짭짜름한 바닷내음에 밀려서 빛이 바랜듯 한 길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안다.
옥석도 가릴줄 아는 사람만이 안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사람들은 동해의 푸른바다의 해묵은 전설 때문에 7번 국도를 그토록
갈구 하는지 모르겠지만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7번국도와 나란히 북행을
하는 31번 국도는 숨어있는 보석중의 보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31번 국도에서 동해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울산에서 시작된 31번 국도는 정자라는 동네에서 줄곧 바다를 끼고 간다.
감포 앞바다에서 문무대왕의 수중릉옆을 지나고 이견대의 시원한 경치옆도
스쳐 지나간다.
봉길해수욕장..나정해수욕장..오름해수욕장들의 백사장 바로 옆을 모랫바람
일으키며 달려오르면 마침내 구룡포를 만난다.
여기서 방향을 서로 바꾸어 쇳물의 끓음이 온 세상을 기운차게 만들어 내는
포항제철을 스치고 기계..죽장을 지나면서 점점 바다와는 멀어지고 이제부터
태백산맥을 동으로 비끼우고 북행을 시작한다.
국립공원 주왕산을 오른쪽으로 비끼우고 북행을 계속하던 31번 국도는 마침내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계곡을 만나서 시원한 산골바람과 청아한 물소리에
후끈한 발걸음의 열기를 식힌다.
영양군에서 일월산(1219)와 장군봉은 등산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31번 국도는 그 가운데를 갈라 놓으며 마침내 경북의 오지 봉화군에 닿는다.
사실 여기서 부터는 35번 국도와 한 몸이 되어 달린다.
석포....
31번 국도가 강원도의 경계를 만나기전 마지막 동네가 석포다.
사람들이 득시글 사는데 까지는 지방도로를 타고 더 들어가야 되는 것이지만
지방도로와 31번 국도가 갈라지는 삼거리가 육송정삼거리다.
예전부터 몇백년 족히 되었을 소나무가 여섯그루가 있었더란다.
한말...대원군이 쓰러져가는 왕실의 권위를 세운다 하여 경복궁을 새로 세울때
이곳에 있었던 참 볼품있었다던 여섯그루가 베어져 뗏목으로 실려갔다.
사람들은 이곳을 지날때 마다 누구나 할것없이 한숨을 쉬었더란다.
그만큼 여섯그루의 소나무들의 기품이 대단했던 모양이라 마침내 정자를 세우고
육송정이라고 해서 아쉬움을 달랬더란다.
지금은 정자마저도 세월의 무게를 어쩌지 못해 없어지고 대신 콘크리트 정자가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이 곳은 황지에서 발원해서 태백의 구문소를 거쳐온 물과 심심산골 봉화골짜기의
물이 만나서 합수를 이루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곳이다.
정자위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선경이 따로 없는 곳이다.
지나치는 나그네는 많아도 일부러 내려서 살펴보는 나그네는 흔치 않으니 사람들은
그저 "삼거리가 있더라!"라고만 말하리라.
그리고 또 있다.
육송정 삼거리 슈퍼...그리고 슈퍼간판 옆에 별도로 쓰여진 식당이라는 글자....
그러니 슈퍼겸 식당인 셈이다.
지난 밤 태백에서 곤한 잠에 빠졌던 탓에 느즈막히 일어났다.
여행객에게 아침은 상쾌함보다는 노곤함이 항상 먼저 다가 온다.
입안은 치약을 잔뜩발라서 이를 딱아도 역시나 까칠하기만 해서 한동안 식욕도 없다.
육송정 삼거리에 다와서야 식욕을 느낀다.
육송정 삼거리 슈퍼는 할머니와 그 아들이 운영을 하는 듯했다.
문을 밀고 들어서 의자에 앉아도 아들은 이것 저것 정리에 여념이 없다.
주방에서 정리를 하던 할머니가 하얀색이 바래 누런색이 되어 가는 중인 물컵에
오차물을 따라서 왔다.
"머가 됩니꺼?"
"메뉴판에 있는거 다 되기는 하는데 아침이라...부식차도 안오고...."
"그라믄 청국장으로 해 주이소.."
"비빔밥 시키믄 청국장도 따라 나오는데...."
"예...그라이소..."
지난 여름에서 겨울까지 다시 여름에 이르기 까지의 파리똥이 다닥한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은 4,000원 비빔밥은 5,000원 이다.
할매는 천원의 매출을 더 올린 셈이다.
퍙~ 퍙~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쉼없는 이곳에 멈추는 차가 없는 탓에 1,000원의
차이는 큰 것일지도 모른다.
마흔에 가까워 보이는 아들은 연신 뒷마당에 가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배달온 담배를
정리해 넣기도 한다.
밥을 비비다가 보니 마로 술을 담아 놓았다.
마로 술을 담근다는 이야기도 처음인데 술로 담겨있는 병을 보니 진짠가 싶다.
"할매요...마로 담근 기라요?"
"글치요...이기 만병통친기라....5년이나 된긴데...한 오만원하요.."
오만원이라...좀 비싸다...괜히 물어보았다 싶다.
이럴때는 화제를 돌리는게 엄청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다.
"아드님인기요...저 바깥에 청소하시는 분...열심히 하시네요.."
나는 아직도 경상도 사투리와 표준말이 제멋대로 뒤죽박죽이 된다.
이게 아주 편하다. 경상도 사람도 잘 알아듣고 서울사람들도 잘 알아 듣는다.
아마도 굳이 표현을 하자면 중성언어라고나 해도 될런지 모르겠다."미친넘~"
"..........."
"저놈이 미친 넘이라카이요.."
아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내가 매일 아침에 나와서 11시까지 있다가 들어가는데 다음날 와보믄 뒷마당에
소줏병이 수룩하요..냉장고의 삼겹살도 마이 줄어있고...."
"밤에 손님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어데요..문디가튼 술집가스나 가튼것들이 저넘한테 달라 붙어가꼬 밤만되면
몰리와가꼬 술도 쳐묵고 안카요..."
"예~~"
"마흔이 넘도록 장개를 안가노니....지가 아무리 그칸다꼬 그것들이 줄상싶나..오데.."무었을 주는지는 아는 사람만 알것이고~~
"그래도 그 중에서 마음에 서로 들면~~"
"아이고...말도 마소...그 여시가치 생긴 것들이...."
할매가 주섬 주섬 이야기하는 그네들의 인상착의를 조합하면 아마 요럴것이다.
이 정도면 누군들 녹지 않고 배기랴....나라도 꼴가닥 넘어 가겄다...오늘밤에도 육송정 삼거리 식당 뒷마당에는 별이 뜨고 달도 뜨고 물소리 차랑~
차랑~ 거리고 반딧불이 춤을 출 것이다.
그 총각...가심도 벌렁댈것이고...."옵빠~~" 이 한마디에 삼겹살도 나오고 소주도
덩달아 나올 것이다.
그렇게 여름밤 깊어 갈 것이다.'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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