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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그녀의 생가를 찾아..여행기 2006. 6. 24. 21:05
허난설헌, 그녀의 생가를 찾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역사속의 세여인이 있다.
그녀들은 각각 살았던 시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역사속의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 특히나 이 세여인을 사랑하는 이유를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세여인을 너무 흠모하는지라 늘 그녀들의 흔적을
더듬어 보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소서노...
그녀는 대단한 기갈을 가진 여인이다.
그녀의 손에서 고구려가 세워졌고 비류백제와 온조백제가 세워졌으며
마침내 백제의 초석을 다져놓은 여인이다.
허난설헌...
하슬라...신라 이전에 강릉부근을 부르던 이름이다.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치며 구혼을 했던 기록속의 노인네도 이곳 사람이다.
신사임당이라는 여인의 그림자가 워낙이 큰 곳이 이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강릉은 허난설헌...허초희...그녀의 흔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늘 꿈을 꾸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여자란 그저 부분을 채우는 역활에 불과 하던
조선의 시대상에 늘 불만족했던 여인이다.
그 불만족을 그녀는 시로 풀어 냈다. 내놓을수 없는 숨겨진 시로...
바우덕이....
그녀는 일종의 파격적인 혁명가다. 세상을 바꾼 혁명가가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편견과 맞서 싸운 여인이다.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남사당패의 우두머리..꼭두쇠가 되었던 여인이고
대원군으로 부터 정삼품 당상관 벼슬을 받은 여인이기도 했다.
이 여인이 너무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나는 이 여인을 좋아한다.
몇년째 이루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었다.
해마다 가는 해맞이의 정동진이나 여름휴가 나들이등으로 기실 강릉은
일년으로 쳐서도 서너번은 스쳐가게 되는 곳이기도 한데 늘 그곳과는 이상히
인연이 닿지 않는곳이 신라라는 한 시대적 공간을 오색영롱히 피어올랐던
9산 선문의 사찰인데..이제는 폐사가 되어 다만 아무렇게 방치되고 버려진
몇개의 돌들만 옛 가람의 운세를 말해주는 곳...굴산사지를 찾는 일이였다.
이는 내 블로그 반디불의 똥꼬에 기획여행기로 연재중인데 특수한
환경에 있는 문경 봉암사를 빼고 이북에 있는 한곳을 빼고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곳이 바로 굴산사지였다.
마침 연휴가 가을과 함께 찾아왔다.
아무생각없이 아침에 일어나 주섬 주섬 몇가지 챙겨서 냅다 달린곳이 강릉이다.
예약이 없었던 탓에 변두리 모텔에서 불편한 잠을 자고 아침에 허전한 속을
달랠양으로 해당화 드문 드문 피어있는 해안로를 따라 초당순두부집으로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허난설헌의 생가에 들렀다.생각지도 않았던 문학기행까지 하게 된 참이다.
그것도 내가 아끼는 역사속의 여인들 셋중에 하나인 허초희..난설헌의 흔적을
바로 옆에서 보고 그냥 지날수는 없는 것이였다.
그녀가 살았던 16세기는 우리나라 정신사에서 굴종이 관습으로 자리잡은 때다.
정치권력을 장악한 지배집단의 탐학에서 두드러진 유교적 정치이념의 이완과
평민층의 신분상승 욕구가 점차 의식되는 수준에서 오는 등 신분질서가 어느정도
느슨해지기도 한 그런때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가부장제적 요소들이 단단한 확립의 단서를 보인 시기로서 여성
억압의 최대 핵심이 되는 정절이데올로기가 사회 속에 확고히 자리잡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15세기 성종의 ‘재가녀 자손 금고법’의 제정과 뒤이은 위반자에 대한 처벌의 강화에
의해 양반계층 여성에겐 수절이 생명보다 강한 절대성을 띈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 법의 강제조치들은 유교 이데올로기의 실천을 중요시한 신진사류들이 대거
등용된 중종 때에는 특히나 강화되었다.주자학의 수입으로 고려말기부터 저하되기 시작한 여성의 지위를 조선조에 들어
와서는 완전히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억압을 받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근본을 이루는 것은 ‘남존여비’와 삼종지도‘의 악법이다.
그리하여 여성은 평생 집 안에 갇히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바깥 세상에
나가지도 못한 채 평생을 시부모를 섬기며 남편을 받들고 아이를 키우며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여자는 재주없음은 오히려 덕이다”라는 왜곡된 논리가 사회 구조 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여자들의 글이 가문 밖으로 나가는 일은 있을 수도 없으며 여자는 글을
안다고 하더라도 쓰지않는 것을 크나큰 미덕으로 삼았다.
그러나 하난설헌...(이름이 초희였으나 그의 호로 부르기로 하자)의 오빠인 허봉은
생각이 여늬사람과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그는 누이에게 전심을 다 기울여서 글을 가르키고 시를 알게 하였으며 세상의 여러
책들을 구해서 읽게 했다.
그녀에게 큰 오빠 허봉이야 말로 스승이였던 셈이다.그 정신적 지주였던 허봉이 그녀가 스물여섯되던때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녀는 비탄에 빠져 신음하다가 이듬해에 스물일곱의 나이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그녀가 늘 후회하였다는 세가지가 전해오는데 아마도 뒷사람들이 그녀를 아까워
해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녀의 처했던 사정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터무니 없는 말은 아니였던듯
하다. 그녀는 첫번째로 조선에 태어난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았던 여인내들의 공통된 이야기였을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의 남편(김성립)과 인연이 된것이였다고 전한다.
그녀의 남편은 아마도 사대부가의 선비답게 꼬장하고 남존여비 사상이 골수에
박혀서 "아녀자가 무슨~~~끌끌.."거리며 무시했던 터이였을 터이니 대화가 안된
탓일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남녀간에는 대화가 제일 먼저 우선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부부로 살아도 부부로서의 역활도 어려울 것이다.
허난설헌의 시에서 늘 어딘가 동경의 대상이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세번째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전한다.
아마도 가정적으로 불우했던 탓이 아니였나 싶다. 당시만 해도 여자는 규방에
갇히어 바같세상 구경은 언감생심이였을 터인데 꿈틀대는 詩心을 억눌러야 하는
마음도 그렇거니와 남자들이야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니
한쪽은 억압이 한쪽에는 무한한 자유가 차별되니 어찌 여자로 태어난 한이 없을
수 있으랴?
그녀의 시중에서 두편만 보기로 하자.비단폭을 가위로 결결이 잘라/겨울옷 짓노라면 손끝시리다.
옥비녀 비껴들고 등잔가를 저음은/등잔불도 돋을 겸 빠진 나비 구함이라.
-밤에 홀로 앉아-푸른바닷물이/구슬바다에 스며들고/푸른 난새는/
채색난새와 어울렸구나/연꽃 스물일곱송이/붉게떨어져 /
달빛서리 위에서 차갑기만해라
- 꿈에 노닐던 광상산의 노래-여기서 나오는 광상산은 실재하지않는 마음속 가상의 산이다.
그 산에 오르면 푸른 바다의 구슬물 이 손에 잡힐 듯 하고
새중의 새 라는 난새가 현란한 자태를 뿜어내는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이런 곳이야말로 바로 허난설헌..그녀가 살고자 했던 이상세계였던 것이다.
특히 그녀는 이 시에서 연꽃 스물일곱송이가 붉게 떨어진다고 했는데 후세의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여 남긴 시라고 한다.
그녀는 죽기전에 그 동안 하나둘 써왔던 시문을 모두 불에 태웠다.
부질없이 잠깐 왔다가는 세상이기도 하고 떳떳히 내어 놓을수 없는 작품들이라
차라리 연기로 만들어 내가 가지고 가리라 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죽은뒤 동생인 허균은 누님의 남아 있는 시들을 모아서 난설헌전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그나마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것도
허균때문일 것이다.카톨릭 신부가 근세에 적은 기록에 보면 "조선의 여자들은 평생 동안 남자를
위해서 사는데 어떤 남자가 평생같이한 부인이 죽었는데 눈가에 눈물이 비쳤다고
남자들의 손가락질을 받다"라는 지금과는 격세지감의 글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시대에 너무 뛰어난 재기를 지녔던 여인...주체못할 詩心을 어쩌지 못했던
한 여인의 슬픈 삶을 보면서 황진이를 떠올렸는데 황진이는 자기 마음대로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생으로의 삶을 살았으니 어찌보면 차라리 행복한 삶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1589년[선조 22년] 3월19일 스무일곱의 나이로 그녀가 자신의 싯귀에서
쓴 대로 연꽃이 되어 붉게 졌다.
부모복...아내복...자신의 능력..이런 것들도 중요한 행복지수가 될터이나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여...그대들은 時代福 을 잘 타고 났느니....
툴~툴~ 대지말고 세상을 살지어다...(반디경 36장 27절의 말씀)'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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