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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상림...가을을 보내다..여행기 2006. 6. 24. 20:47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만추의 상림...가을을 보내다..
2005-11-15 오후 5:24:04지난 토요일은 주5일 근무를 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역군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자 열심히 일했습니다..
외주업체에 검수가 있어서 토요일 오전까지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의 역맛살이 도져서 언제오냐는
와이프의 전화에 "금방~"이라는 멘트만 남기고 4시간을
투자해서 만추의 가을을 즐기기에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곳..
경상남도 함양...지리산 밑 동네..함양을 다녀 왔습니다..
함양에는 몇가지 볼거리가 있는데 우선 생각나는 몇가지를
나열해 보면
1)한때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쓰인적이 있는 벽송사...
이 벽송사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면 속에서 까닭모를 눈물이
피잉~ 하고 솟는 느낌이 듭니다...
2)변강쇠와 옹녀의 전설이 서린 오두재...
변강쇠전에 보면 변강쇠가 오두재의 장승을 땔감으로 사용해
동티가 나거던요...
이 오두재 바로 밑에는 유명한 한의사였던 인산 김일훈선생의
연구소가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3)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인 상림이 있습니다..
고운 최치원하면 너무나 유명해서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신라사람으로서 당나라의 과거에 장원을 해서 큰 벼슬을
하기도 했고 황소의 난에 격문을 써서 유명하기도 한 당대의
정치인이자 학자였지요.
이분이 함양의 원님으로 있을때 해마다 상습적으로 있었던
물난리를 막고자 지리산의 나무들을 캐다가 심고 함양을 관통하던
물길을 돌리고 하여 그후로는 물난리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자연과 싸우는 치산치수의 상징적 성공사례인 셈이지요.
천년이 흐르는 동안 대부분의 숲이 없어지고 지금은 일부만 남아
그 시절의 흔적을 그나마 느끼게 해주는 곳입니다.
이제 상림의 만추를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상림의 입구입니다..
요즈음 함양군에서 편의 시설을 많이 꾸며 놓아서 옛맛이 조금 퇴색
하기는 했지만 역시 가을을 즐기기엔 그런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가을은 낙엽이 되고...
낙엽은 물을 따라 흘러가고...
그 중에는 가기 싫어 버티는 낙엽도 있게 마련...
버티고 버텨도 가을은 가고 곧 눈내리는 겨울도 오리라...
가을은 늘 우리곁에 이렇게 왔다가 가는 것...
우리나라는 가을의 나라입니다.
기와집에 칠해진 단청의 색깔들은 가을의 단풍색과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사람의 마음색깔도 가을을 닮아가는 듯 합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숲길을 걷다보면 항상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이 생각
나게 되는 법이지요.
늘 그렇듯이 시간적..공간적 제약에 묶여 사는 인간인 탓에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은 그냥 가슴속으로만 생각할 따름입니다.
가을의 속성은 그리움인듯 합니다..
젊은 연인이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냥 이쪽 벤취에 앉아서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한참을
기달립니다.
귀엽게 생긴 여자가 손에 한가득 낙엽을 쓸어모아 머리위로 던지고
눈처럼 그렇게 쏟아지는 낙엽속에서 모델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남자는 마치 눈이 부신듯...그렇겠지요..연인의 사랑스러운 표정이야
가장 눈부신 광명같은 것일테니까요...
"오빠~ 됐나?"
"한번 더...핀트가 안맞는거 같다.."
다시 여인은 한 웅큼의 낙엽을 쓸어보아 좀전의 그 포즈를 다시금
연출을 합니다..그리곤 다시 묻습니다.
"오빠..이번에는 됐제?"
"......................."
"와? 다시 할까...어...오빠?"
남자의 그 다음말에 구경꾼인 나도 피식~ 웃고 맙니다.
"에이씨~~ 밧데리 다 떨어졌어.."
함양군의 모토는 물레방아입니다..
물레방아의 고장 함양...
물론 구경거리로 만들어진 조형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지나가버린
정취의 한 조각을 느낄수 있는 곳입니다.
추억이란 결국 이렇게 조각피자의 한조각 같은 것이지요.
이름은 모리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진보라의 열매...
낙엽들의 배경위로 돋보이던 색...진보라의 이 열매는 무었을까요..
가을은 무너짐의 계절입니다.
그냥 덧없이 무너짐이 아니라 긴 겨울을 앞에둔 전사의 처절함을
가진 무너짐이지요.
그 모진 세월을 잘 견디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심기일전으로 보여주는
그런 무너짐이 가을의 풍경들입니다.
그 가을의 무너짐에는 필경 봄이 오리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은 무너짐 속에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들의 시야에서..가슴에서 가을을 보내야 하리라.
나는 함양의 상림에서 이제 가을의 한자락을 기꺼히 떠나 보냅니다.'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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