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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박2일의 태백산 눈꽃열차..
    여행기 2006. 6. 24. 20:32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1박2일의 태백산 눈꽃열차.. 
    2005-12-27 오전 1:50:41

     

     

    올해도 크리스마스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크리스마스는 당일 보다는 역시 전날인 이브가 진국이기도 합니다.


    굳이 기독교인이나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즐겁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고 그 분이 오신 큰 뜻을 기리는 것이겠지요.


    무소유와 둘이서 아이들만 남겨두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철도청에서 하는 태백산 눈꽃 열차를 타고 말이지요...
    저번에 무박2일의 정동진..설악산을 다녀 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호텔에서 재워준다는 말에 현혹이 되어서 1박2일짜리로 예약을 했습니다.


    이제 딸들이 다 커고나니 이렇게 집을 맡기고 여행을 해도 별 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는 군요.

     

     

    운전의 구속에서 오랫만에 벗어나 봅니다.
    물론 차를 오너해서 가면 내가 필요한 시간..필요한 곳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는 하지만 운전을 하느라 쉴사이 없이 변해가는 스치는 풍경을 볼수
    없는 제약도 또한 따르게 마련입니다.


    기차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얼마나 편안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이 운전하는차에 얹혀서 간다는 것이 이렇게 편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가끔은 자유를 포기함으로써 더 큰 자유를 얻을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팔당댐의 풍경도 평화스럽게 차창밖으로 흘러 가고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향유한 탓으로 이렇게 지나가 버린 풍경도 순간의 장면으로
    나의 주변에 남겨둘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열차에서 내려 처음으로 들린곳...


    정암사 입니다. 이 절은 636년(신라 선덕왕 5) 자장법사(慈藏法師)가 당나라에서
    석가세존의 신보(神寶)를 얻어 귀국한 뒤 세운 절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
    (부처님을 화장하면서 나온 사리)를 봉안한 탑이 정암사수마노탑입니다.


    대한민국 보물 제41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높이 9미터정도 입니다.
    정암사 뒤편 천의봉(天衣峰) 중턱에 축대를 쌓아 마련한 대지 위에 서 있는 탑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들처럼 역시나 이 절에도 법당에 불상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이 탑은 모전석탑의 종류인데 돌을 벽돌처럼 만들어서 쌓은 탑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한국의 5대 사찰있었는데
    이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 합니다.
    정암사는 이 5대적멸보궁중의 하나에 속합니다.


    참고로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을 말하는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므로 불단은 있지만 불상이나 후불탱화를 모시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이 법당의 바깥이나 뒤쪽에는 사리탑을 봉안했거나 계단(戒壇)을 설치한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합니다.


    5대 적멸보궁으로는 양산의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입니다.


    이 중에서도 이곳 태백산 정암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친히 가져 온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암사의 적멸보궁은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 통도사 적멸보궁의 진신사리를 나누어
    봉안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자장율사가 처음 이절을 창건할 당시에는 사리가 아니라 어떤 상징물을
    봉안했었고 나중에 사명대사에 의해 통도사 사리가 분산 봉안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정암사는 열목어의 서식지입니다.
    열목어는 한대성 어종인데 그 열목어가 생장할수 있는 최남단의 경계가 이곳입니다.

     

     

    자장스님이 이 절을 짓고 나서 들고 다니던 주장자( 스님들이 설법할때 사용하는
    지팡이를 주장자라고 한다.)를 땅에 꽂아 두었는데 이 주장자에서 뿌리가 나오고
    가지가 나와서 이렇게 크게 자랐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용연동굴에 들렀습니다.
    겨울에 동굴구경이 어쩐지 을씨년스레 느껴지기는 했지만 깃발따라 다니는 여행은
    늘 그런 것이지요..
    선택권이 적지 않다는거 말입니다.
    그래도 끌려다닌다는 것도 적잖이 자유스러운 부분도 있더군요.

     

     

    무주의 나제통문처럼 바위를 뚫어 길을 낸 바로 옆은 구문소(九門沼)입니다.
    태백시내에서 발원한 황지연못에서 발원하여 장장 1300리를 가야하는
    낙동강이 처음으로 굽이치는 곳...그곳이 바로 구문소입니다.

     

     

    어지간한 모텔보다 서른배는 후진 호텔에서 하룻밤 여장을 풀고 다음날 아침에
    오르기 시작한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를 지나자 이내 몰아치는 눈바람에 눈을 뜨기가 어렵습니다.

     

     


    오르다가 잠시 쉴때는 한방씩 박아 놓습니다.
    코털이 얼어붙는 추위에도 버텨주는 디카의 밧데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가끔은 아이들 이름도 눈에다 새겨보기도 하고...
    다들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바랄뿐입니다.

     

     

    정상으로 갈수록 눈은 더 많이 내리고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의 우아한 자태가 보이십니까?
    보기만 해도 이리 가슴이 뛰는건 어쩐 일일까요..
    험난한 과정을 거친 일들...힘든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이는것도
    주목이 서있는 이유와 같은 것은 아닐런지요.

     

     

     

     


    주목들입니다...

     

     


    유명한 태백산의 눈꽃입니다.
    마치 바닷속의 산호와 같아 보이기도 하고 루돌프 사슴의 뿔같기도 한...
    12월 25일 화이트크리스마스의 태백산....
    꽃은 봄과 여름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 피는 꽃도 사랑할만 하다는걸 느낍니다.

     

     

    장군봉의 천제단입니다.
    한배검...우리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그 오래전 할아버지의 이름입니다.

     

     

    마침내 선 태백산...
    민족의 聖山입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곳...
    하늘이란게 따로 있겠습니까..불교인에게는 자비에 존재하여 있을 것이고
    기독교인에게는 사랑속에 있을 것이며 학자에게는 학문에 있을 겁니다.

     

     

    산길에서 만난 사찰의 겨울은 담백함의 극치입니다.
    화려한 단청도 지금은 완전히 제 색깔을 버리고 거저 흑백으로만 보여지는 군요.
    망경사의 겨울...그 겨울은 그저 담백하면 될터입니다.

     

     


    석탄박물관..눈축제가 열리는 당골로 하산을 하면 마지막에 만나는 단군제단입니다.
    "할배요! 왔다 갑니데이~"
    그저 묵념 한번 하고 왔습니다.


    어설픈 국수주의라고 욕하진 마십시요.
    세상은 여러 부류의 사상과 여러 색깔들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하니깐 말입니다.
    진보도 필요하고..보수도 있어야 하고..국수도 없으면 안되는법이고...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세상의 다양함에 눈뜨는 과정입니다.
    세상에다가 한가지 빛깔...한가지 사상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태백역에서 다시 돌아오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청량리 역까지 4시간이 걸리는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자고 싶으면 자고
    소주던 막걸리던 마음대로 먹을수 있는 기차여행의 묘미...


    이번 여행은 가이드가 없었습니다.
    정암사며 구문소며..몇군데는 어줍잖은 반디불이의 실력으로 가이드를 했더니
    열애중이라는 부산아가씨와 서울총각 커플이 기차안에서 맥주 2캔을 안깁니다.
    두분..곧 결혼 한다고 했는데 붙임성 좋은 커플이라 아주 잘 살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유가 있었던 1박2일의 기차여행...
    어쩌면 자유를 버림으로써 또 다른 자유를 얻을수 있음을 배운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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