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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섬진강..
2004-07-19 오후 2:27:04섬진강...
여태껏 몇번이고 섬진강을 보아오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섬진강의
목소리를 들었다.
항상 고요하고 조용하며 유장해서 섬진강은 어머니 같은 강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비오는 섬진강에는 강물이 불어나면서 역동하기 시작해서
쿠르릉~ 쿠르릉~ 전에 없던 소리를 내기도 하고
여태까지의 유장함을 포기한듯 소용돌이와 포말을 일으키기도 한다.전국이 장대같은 장맛비에 젖어있는 날 광양으로의 출장과 귀로에 들린 섬진강..
선진강을 건너 지리산 자락에 비구름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섬진강의 강물은 몇배로 불어나 있다.
평소에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서 여성적인 강이다 했었는데 오늘의 섬진강은
정말 역동적이다.섬진나루에 매여있던 조각배들도 이미 둑방으로 피신을 하고 태양이라는 광원을
잃어버린 탓인지 어두운 분위기만 강변을 흐르고 있다.
비가 오는 탓인지 평소에 붐비던 정자에도 오늘은 한산함이 찾아와서 노닌다.비오는 섬진강변의 길....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간헐적으로 움직이는 와이퍼소리...아스팔트와 접촉해
미끄러지는 타이어의 접지저항의 굉음...성난듯한 섬진강의 물소리...영남과 호남을 이어주는 남도대교...
서로 극을 이루는 색이지만 합치면 이렇게 아름다운 조형물로 새로나게 된다.
남도대교 아래를 흐르는 섬진강의 물...합수...
경상도의 물과 전라도의 물이 만나서 한몸을 이루고 바다로간다.
그리움...미움...세월...흔적...
이런 모든것들이 바다로 바다로 흘러간다.몇 가호...
그냥 이렇게 불러도 좋을 조그만 동네의 유일한 식당...
그 식당에서 오래전에 덮어두었던 추억이 한자락 살아난다.
이발소...중국집...안방...대청마루...
어릴적에는 누구네에나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끈끈이...모든 생물은 일정한 삶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관념으로 느끼는 길이의 차이일뿐....
파리가 잔뜩 붙어있는 끈끈이를 찍기위해 선풍기를 껏다.
서정주선생의 선운사라는 시에 등장인물같은 주인아주머니가 와서는 다시금
선풍기를 켠다.
시원한 물한잔을 건너준다.
"어따~~ 겁나기 더울것인디..우쩨 선풍기를 안튼다요.."
뭐라 딱히 변명거리가 없다. 파리때문이랄수도 없고 끈근이를 찍기위해서라고
하기도 뭐한 어정쩡함이다..
"워디 가시요오~"
"사성암..."
어쩐지 다른 도시에 가서는 사투리가 부끄러운탓에 말꼬리를 흐려도 잘알아 듣는다..
"공디리러 가시요?" 불공드리러 가는냐고 묻는다.
"그냥 출장왔다가 구경좀 할려구요~"
"어따...좋을것이요...방구끝에 생이가지고..."소박한 시골음식....
백반...백반은 어디를 가나 그 동네사람들이 먹는 평상식이다.
소갈비도 지역의 특색을 잃고 돼지갈비도..아니 심지어서는 제첩국마저도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는게 오늘이다.
그래도 백반은..특히나 시골에서 만나는 작은 식당에서의 백반은 그동네의
아침이나 점심..저녁처럼...손님이라는 개념없이 보여주는 지역성이 있다.
오랫만에 먹어보는
오봉위에서의 식사....
섬진강...
섬진강가의 길....
선진강가의 산들...
섬진강가의 동네들...
섬진강가의 동네들에 신록을 더해가는 느티나무들...
그 느티나무가
7월에는 발로차지 않아도 맴맴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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