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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모님과 君子蘭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22:31


    장모님과 君子蘭 
    2006-02-01 오전 12:14:36

     

     

    우리 장모님의 화법(話法)은 참 이상한 방식입니다.
    가령 이런 식이지요..작년 12월에 장인제사가 있을때 였는데 큰 처남댁이 있는
    거제도에 가서 제사에 참례하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진해에 계시는 장모님...
    와이프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는 대뜸 이러시고는 끊어시는 겁니다.


    "진해까지 들렀다 갈라면 고생시럽다...내 한테는 오지말거래이.."


    딱 그말씀만 하시고는 끊어 버리시는 겁니다.
    그러면 오라는 소리보다 더 흡인력이 세어서 결국에는 핸들을 진해로 돌려서
    얼굴을 보고 오게 만드시고 마는 것이지요.


    설이나 추석에도 본가에서는 늘 조금 일찍 출발을 합니다.
    차가 막힌다는 핑계에다가 족히 10시간쯤 걸리는 먼곳에 사는 데다가 운전을
    하는 당사자인 내가 조금 바쁘게 재촉을 합니다.
    부모님도 마지 못해서 빨리 나서라고 하시지요..그러면 눈치보던 우리 와이프도
    주섬 주섬 길떠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왠만해서는 그냥 올라오는 법은 잘 없습니다. 처갓집으로 가는 것이지요.
    본가에서는 큰집이라 아침 제사를 모시러 대개는 숙부님을 비롯해서 사촌들까지
    다 오는 터이고 육촌이상도 대개는 당일 오후에 아버님을 뵈러 오므로 설날 당일만
    지나면 크게 손님 올일도 없으므로 설날 오후 4시쯤 되면 늘 이런 핑계를 댑니다.


    "출근하려면 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회사는 한해도 열외없이 빨간날보다 하루 정도 휴가를 더 주는데도 그런 기밀을
    함부로 발설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본가에서는 내가 좀 설쳐주어야 와이프도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지요.
    우리 부모님은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큰아는 성질이 늘 급해서...."


    올해도 설 쇠러 출발하기 몇날전인 수요일에 와이프가 전화를 했었지요.
    올해는 휴가가 짧은데다가 불과 2주전에도 뵈었으므로 못갈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래...그래... 며칠전에 봤는데 머할라고 올라카노..안와도 됀다.." 이러셨다네요.


    이틀뒤..금요일에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큰딸이 전화를 했지요.
    저번에 놀러갔다가 오는날 기차시간 때문에 외할머니한테 인사도 못 드리고
    왔다고 인사차 전화를 했는데....


    "그래...설에 보면 안돼나..."


    그러니 안갈수 있습니까? 이번 설에도 역시나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서 내가
    먼저 옷을 챙겨입고 늦으면 차가 많이 막힌다고 설레발을 치는 겁니다.
    엄마는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마지못해 며느리에게 "빨리 챙겨 나서라"고 합니다.
    아버지도 가는데 뭐 좀 챙겨주라고 엄마에게 재촉을 하십니다.
    그제서야 일복차림으로 이것 저것 부엌일을 하던 와이프도 마지못하는척 합니다.
    그리고는 제수씨들에게 뒷일을 부탁한다면서 길 나설 채비를 하는 것이지요.


    집을 출발할때는 집에 가서 먹으라고 강정이나 내가 특히 좋아하는 콩닢등도
    졸망히 차에 실리고 감주도 PET병에다 두어병 준비를 해서 주시지요.
    사실 이것들은 콩닢같은 밑반찬만 빼고는 거의 처갓집에서 소모되고 말지요.


    그렇게 뻥을 치고 처갓집에 도착을 하면 장모님은 늘 이런 말씀으로 고마움을
    표하시지요.


    "아이고~ 머할라꼬 여까지 왔노.."

     

     

     

    이게 뭐냐고 하면 화분입니다.
    군자란...군자란이 맞을 겁니다. 君子蘭으로 이름을 알고 있는데 좀 특별한
    화분입니다.
    장모님이 애지중지 하는 이 화분의 나이는 자그만치 26~27년 정도에 이릅니다.


    우리 와이프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첫 월급으로 사서 장모님께 드린
    것이랍니다. 워낙이 화분같은 것을 좋아 하신 장모님이신지라 와이프는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이 군자란을 사다 드렸더랍니다.


    옹기화분까지 그때 그대로이니 장모님이 얼마나 끔찍히도 아끼셨는지 짐작이 절로
    가는 화분입니다.
    장모님도 연세가 너무 많으셔서 일년에 서너번..많아도 대여섯번의 처갓집 나들이도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에야 장모님때문에 어떤 의무감이 느껴지지만 장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뜸해져서
    어쩌면 몇년에 한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막내딸이 보고 싶을때 마다 수건 한장으로
    군자란 옹기 화분을 딱고 계실 장모님때문에 생전에는 자주 뵈어야 겠습니다.


    처남들이 많은 탓에 녹녹찮은 새뱃돈을 챙긴 아이들의 희희낙낙하는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며 돌아오는 몇시간 내내 사진이며 옷가지며를 정리하는 장모님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 가실 날이 얼마남지 않으셨다는 것을 아신다며 정리하시는 모습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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