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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본 "왕의 남자"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22:41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내가 본 "왕의 남자" 
    2006-02-03 오전 11:41:53

     


    왕의 남자...


    이 제목이 주는 뉘앙스에서 느낌이 왔다. 뭐..그렇고 그런...드디어 우리나라의
    역사영화에서도 커밍아웃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루어 지는 모양이다..라고..


    보고 난 후에 "왕의 남자"라는 영화에서 몇가지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번째...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김바우덕이"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청룡사라는
    고즈넉하고 자그마한 절..그리고 그 부근에 있는 그녀의 무덤이 생각났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역사속의 여인네들 누구보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갔다.
    사실 그녀의 이름은 역사에 金岩德으로 기록이 되어 전해지지만 그녀가 살았던
    곳에서는 그냥 바우덕이로만 알려진 여인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남사당이다.
    남사당은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탈춤이나 사물놀이나 외줄타기등을 장판에서
    보여주고 몇푼의 동전이나 곡식등의 현물을 얻어 연명하는 떠돌이들이다.
    재수가 제법 좋은 날은 첨지벼슬을 돈주고 사들인 부잣집의 회갑잔치에도
    조금 얼굴을 들이 밀기도 했겠지만 그런 일이 자주 있을리 없는 가난한 조선이라
    대부분은 난장의 비렁질이나 다름없는 생활이였다.


    이 남사당의 두목을 "꼭두쇠"라고 하는데 남사당패의 꼭두쇠는 조직원의 생사여탈의
    권한마저 지닌 막강한 위치였다.
    가령 어느 조직원이 부녀자 겁탈등의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을 경우엔 꼭두쇠의
    판결에 의해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을 만큼 권력의 전부를 쥐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남사당패의 꼭두쇠는 여자가 맡는 법이 없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여자에 대한 온갖 터부들이..지금도 뱃사람들은 여자 태우기를
    꺼리는 것과 같은...여자가 꼭두쇠에 오르는 것을 반겼을리 없을 것이다.
    그런 남사당패중에서 안성의 남사당패가 전국에 소문이 났다.
    어찌나 맛깔나게 공연을 하는지..게다가 꼭두쇠가 계집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안성 바우덕이 남사당패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꼭두쇠 바우덕이의 얼굴이 어찌나 절색이던지 강아지도 오줌을 질질싼다고
    소문이 돌았다.
    그러니 바우덕이를 한번 보는게 소원인 떠꺼머리도 생기게 되고 바우덕이의
    공연은 안성장 최고의 구경거리로 등장을 했다.


    대원군이라는 아주 성깔머리 고약한 영감탱이가 있었다.
    이 영감탱이 한테는 민씨성을 가진 역시나 성깔머리 고약시런 며느리와 만사에
    흐믈흐믈한 성격의 아들이 조선의 왕으로 있었다.
    이 영감탱이가 자기 아들이 왕이 되자 나라안의 거들난 살림살이는 내몰라라 하고
    당백전을 발행한다..세금을 더걷는다..벼슬을 판다해서 경복궁을 새로 지었다.
    안그래도 거들난 조선의 살림살이는 마침내 파탄이 나고야 말았지만 아뭏던
    경복궁은 그럴듯하게 지어져서 낙성식을 하게 되었다.


    낙성식에서는 그 동안 고혈을 짜여가면서 일을 했던 천한 백성들을 무마할 요량에
    궁궐에 어울리지 않게 남사당패를 불러 모았다.
    안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바우덕이패도 마침내 한양으로 불리워 갔다.


    그 곳에서 고종의 눈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눈에 까시같은 며느리의 품에 쌓인 아들을 잠시 혼동시키려 했던 영감의
    책략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기록에는 민황후의 남사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전해져 오기도 한다.


    어떤 스캔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서울 나들이를 끝내고 돌아온 바우덕이는
    가슴병으로 겨우 서른하나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가슴병을 요샛말로 폐결핵을 말하는데 그녀가 내 뱉었을 세상에 대한 각혈의
    빛깔은 어떠 했을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녀의 환영에 시달렸었다.


    두번째...


    사랑은 받은 사람만이 줄수 있다.
    이 명제가 이 영화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적고 많음의 차이나 종류의 차이가 있을뿐이지 실상은
    사랑을 주고 받고 사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이름이 연애...우정...부성...모성등으로 나타날 뿐이다.


    먼저 계급순으로 살펴보자.
    이 영화에서 제일 계급이 높은 연산군은 심각한 애정결핍증과 피해망상을 가진
    일종의 환자와 같은 사람이다.
    유약한 성격의 표본으로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는 모성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그의 어머니는 비극적 삶을 마감했다.


    그는 자라면서 정권의 암투에서 흔히 보듯이 몇 사람이 그의 증오심을 키웠다.
    절대군주제의 사회에서 숙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칼자루를 쥔 사람의 증오심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테니 말이다.


    그는 애정에 대한 갈망은 장녹수라는 여인의 몸을 통해서 채웠고 증오심은 과거의
    어머니에 대한 복수의 칼을 휘두름으로써 충족해 나갔다.
    그러나 병적인 애정결핍은 늘 그렇듯이 더 목마른 갈증을 유발해서 더 짙은 쾌락을
    요구하게 마련이였을 것이다.


    피를 부르는 복수도 실상 하고 보면 허망해 지는 것이고 궁궐의 권력과 관게된
    그런 류의 복수극은 끝없는 연루자를 만들어 계속 이어지게 마련이다.


    역사속에 실제하는 연산군은 궁궐암투와 권력가들이 만들어낸 최대의 피해자다.
    또 그의 아버지는 역사속에서 제법 성군의 호칭을 받을만한 사람이였으므로
    늘 비교의 대상이였다.


    자식교육에 있어서 다른 형제나 다른 사람과 절대로 비교하지 말라.
    비교를 받고 자란 아이는 투쟁적이 된다. 늘 눈속임으로 칭찬을 받으려는 속성도
    생겨서 진실을 외면하기 쉽다.
    비교받고 자란 아이는 이중인격자가 되기 쉽상이다.


    연산군...그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서 사랑을 줄줄도 또한 몰랐다.


    그 다음에 주인공에 해당하는 남사당패의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를 보자.
    영화의 서두에서도 이 둘의 관계는 동료이상의 관계임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부족한 사랑과 채울길 없는 욕망의 어거지 채움일 것이다.
    남자와 남자가 이성간과 같은 관계를 맺는 것을 호모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남색이라고 해서 조선의 법도상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도덕률같은 것인데
    그것은 단지 선비같은 지배층에서의 이야기이고 여자가 절대적으로 적던 조선의
    하층민 사이에서는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사당패는 주로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가 키우면서 점차로 기예를 익히게 하여
    나중에 남사당의 일원으로 만드는데 장생과 공길 또한 같은 처지 였을 것이다.
    형제애와 같은 친밀함도 공길의 여자같은..나도 반할만한 미모(?)..외모와 우락한
    외모의 장생은 비록 영화속에서 단 한번도 그렇고 그런 색스러운 장면이 없었음에도
    짐작하게 한다.


    이들은 부모로 부터 버럼받고 사회로 부터도 멸시와 천대를 받는 처지였으므로
    동료이상의 애정을 가졌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한다고 해도 욕망의 분출구가 없던 그들로써는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주억거려 지기도 하는 것이다.

     

     

     
    세번째...


    잘못된 책략은 위험하다.
    충선이던가? 배우 장항선씨가 맡은 내시역이다.
    그는 연산군의 아버지와 엄마..그리고 할머니...연산군의 작은엄마(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의 첩을 이렇게 부른다.)들간에 벌어진 암투의 현장 증인이다.
    비록 구중궁궐만이 아니라 그 각각의 사람들에게 빌붙은 모리배들간의 다툼으로
    일어난 비극을 가감없이 지켜본 이가 그인 것이다.


    그는 연산군이 왕이 되자 말자 생모를 죽인쪽에 속한 사람들이 전전긍긍하면서
    언제 날아올지 모를 복수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모사를 꾸민다는 것도 감지하였을
    것이고 그로써는 왕을 지켜내야 할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왕에게 늘 위협이 되는 건 바로 그들인데 왕은 그들을 제거하기는 커녕 주색잡기나
    장녹수의 육체에 빠져 헤어날줄 모른다.
    반대파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세상에다 왕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퍼트리면서
    점점 정국을 위험속으로 이끌고 간다.


    마침내 그는 이렇게 생각을 굳힌다. 왕의 생각을 일깨워야 겠다고...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광대를 불러들이는 일이다. 첫번째 모험이였던 중신들을
    제거하는 일은 잘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두번째 정작 복수의 칼을 휘두르게 만들었을때는 다른편으로 하여금
    명분을 주고 말았다.


    영화에서는 배신을 종용받지만 그는 서까래에 목을 매는 것으로 자신의 잘못된
    책략에 대한 책임을 진다.


    네번째....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패러디의 연속이다.
    그 시대의 상황과 동 떨어진 호모 이야기가 그렇고..(그러나 단 한번도 남성끼리는
    커녕 남자와 여자의 정상적인 거시기 장면도 하나 없다..007도 한장면씩 나오는데)
    장녹수가 왕에게 반말찌꺼리를 하는 장면도 그렇다.


    사실 사랑하는 남녀간에 반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인데 우리 와이프가 반말을 한적이 있었다...물론 애교로 그런 것이지만...
    그래 내가 이랬던 기억이 난다.
    "이기 미친나..하늘같은 서방한테 반말을~"
    그때 와이프는 이렇게 말했었다.
    "한날 한시에 어른이 같이 됐는데..반말쫌하믄 어떠노?"


    아직도 우리 와이프는 내가 스무살때 어른이 미리 되었버렸는지 모른다.


    암튼 이 영화에서 왕과 그 애첩의 반말은 여태껏 사극들이 보여온 언어의 행태에
    작은 반란의 화살을 쏜 격이 되었다.
    연산군을 좀더 인간에 가깝게 만들려는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연극으로 채택된 중국의 경극도 일종의 패러디일 것이다.
    대왕대비와 대비들..그리고 비빈들을 한낱 광대패의 자리에 불러낼수 없으니
    중국의 경극을 도입한 것이다.
    사대사상이 극에 달하던 때였는지라 우리 광대패 놀음은 더러운 똥보다 못한것이고
    중국것이라면 뙷놈 구린 똥이라도 금같이 여기던 때였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통쾌한 패러디는 광대패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고관대작들의 부패상이다.
    벼슬을 팔아먹고 일반 백성들의 고혈을 짜대는 그들의 실상도 물론 왕이 들어서
    알고는 있었을 것이지만 파당에 의해서 좌우지되던 조정에서 왕이야 한낱 꼭두각시
    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왕의 남자....
    이 영화의 평을 너무 길게 주절대었다.
    혹시 이 영화를 보고싶었다가 이 글을 보고 주저앉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보기에 그랬다는 이야그다.
    이글을 줄이고 줄여서 말하지면 "볼만했다!!"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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