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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심을 버리면..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00:35


    욕심을 버리면..

     


    요즘은 세상이 험해서
    움찔할만큼 차가운
    아파트 철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세상은
    날이 시퍼렇게 서있는
    작두다.
    위태위태 걸어야하는
    날 선 작두다.


    세월은 우리들의 등떠밀이다.
    작두날 위에서 멈칫 할라치면
    어디서 숨었다 나타나는지
    인정사정없이 우리들의 등을
    떠밀어 작두날을 타게 만든다.


    세상에 태어난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지만
    그 누구나는 끊이지 않고
    작두날을 타게 마련이다.
    순환....
    윤회....
    결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세월이
    우리들에게 강요하는 하나가
    순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 개X의 새끼들~~"


    평소에 욕을 잘하지는 않는데
    며칠전 낚시군들에게 이런 욕을
    내뱉고 말았다.
    물론 내입만 더러워 지기는 했지만...


    회사가 깡촌두메는 아니지만
    도시에 비할바 없는 시골임은
    무척 분명해서
    아침 출근길에는 연밭도 만나고
    배밭도 사과나무농장도 만나고
    인삼포도 지나고 그런다.
    아! 하나를 빼먹었다.
    단선철도의 고즈넉한 철길건널목도
    건너야 한다.


    그런 회사의 정문앞에는
    좁은 지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낚시터와 회사가 마주보고 있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봄볕에 조금씩 여물어가는
    낚시터를 보는 맛도 제법 솔솔하다.


    요즈음이 낚시철인지 사람이 많아지니
    덩달아서 쓰레기도 많아질 수 밖에는 없는데
    마음을 닦으러 낚시왔다는 사람들이
    쓰레기는 죄다 회사의 소철들 사이에
    길옆 배수로에
    조경석 사이에....
    어디고 할것없이 빈틈만 보이면
    버리고 갔다.


    매주하는 부서장회의는
    때아닌 낚시꾼 성토장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어쩌랴
    잔뜩이나 손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사람 뽑아서 감시를 시킬수도 없고
    가끔씩 우리가 청소를 할 수 밖에..


    쫄따구는 서럽다.
    회사에 힘든 일이 있을땐
    항상 쫄따구가 동원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쫄따구들 스트레스 주지말고
    과장급 이상으로 한사람씩~~


    그렇게 모은 직원이 열쯤된다.
    까만 비닐봉투 큰거 하나씩 들려서
    내몰았더니 10분에 큰 자루크기의
    봉투가 10개가 가득찼다.


    그래도 그 중에서도 계급적으로나
    나잇살로나 쫄다구가 있게 마련인데
    눈치껏 제일 험한 일에 속하는
    배수로 청소를 맡은 某某가 기겁을 하고
    뛰쳐나오고 만다.


    회사뒷편과 한쪽옆으로 해발 겨우 70미터
    정도의 야산이 있는데 점심때 산보삼아서
    거닐다가 보면 고라니똥이 제법 보이더니
    요즘은 아침에 자주 길에서 차에 받혀죽는
    재수 없는 놈들이 있다.
    고라니는 자기가 다니는 길이 있단다.
    자기의 영역을 지키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터라 영역순환중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며칠전에도 그랬는지
    운전하는 사람들의 속설적인 믿음에
    고라니를 치면 재수없다고...
    고라니 시체를 배수로 쳐박아 버렸다.


    끌어내라 했더니 머뭇거린다.
    두사람이나 더 붙여주어서 끌어내고 보니
    제법 덩치가 큰 녀석이다.
    그러니 근동에서는 제법 제 영역이
    넓었던 것 같다.
    덩치크다고 제 영역을 넓혔던게 결국에는
    목숨과 바꾼게 되었나 보다.
    아마도 이놈 덩치에 눌린 조막뎅이들은
    골짜기 겨우 하나나 유지할터이니
    예까지 나올리도 만무할 것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욕심은
    만가지 근심의 뿌리다.


    멈칮거리는 직원한테
    "이 친구야! 자네도 숨끊어지면 거나 진배없어.."
    이래놓고 보니 실없이 웃음이 나온다.
    어차피 나도 껍데기 쓰고 있는걸....


    없었던 곡괭이 회사창고에서 내오고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는 곱게 묻어주었다.
    햇발잘들고 앞으로 낚시터가 펼쳐보이고
    뒷쪽으로 철축도 이쁘게 피는 곳에다
    제놈이 다니던 순찰로이니
    그다지 낯설은 곳도 아닐터이다.


    오늘 밤에도 그 놈은
    제 무덤을 나와서 제 영역을
    아니 지금은 다른 덩치 그만한 놈이 차지했을
    옛 영역을 순찰 할 것이다..


    "허!~ 참...희안하네..몸은 왜 이렇게 가벼워 진것이야.."
    이러면서 말이다.


    그 놈은 아마 모를 것이다.
    욕심을 버리면 몸이 가벼워 지는게 아니라
    마음이 가벼워 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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