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바라기...
2004-11-30 오후 11:55:42
날씨가 쌀쌀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바지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따스한 붕어빵이 생각나는 계절이 된 것일까?
집에
돌아와 저녁상을 받을때 따끈한 찌게에 유난히 숟가락이 자주 가는 것도 계절적인
영향이 큰것같기만 하다.
저녁상을 물리고 레코드를 뽑아든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뽑아들었는데 무작위로 뽑혀나온 것이 해바라기의 레코드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한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기는 했지만 89년 이 레코드를 내면서 이미지가
좋아졌다.
해바라기도 이 레코드를 기점으로 새롭게 출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바라기의 친필 사과문이 들어 있는 89년판은 해바라기들의 레코드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실린 노래들의 가사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솔잎하나 떨어지면 눈물따라 흐르고~~ 이부분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아서 좋은
사랑으로.....
그리고 다람 다람
우리들 가슴에..로 시작하는 사랑이예요를 특히 좋아한다.
가사가 언제 들어도 좋다. 뜻이 있고 생각을 하게 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가사들...
일단은 자켓에서 레코드를 꺼내고 진공관 앰프의 전원을 넣는다.
KT-88은 항상 느끼지만 남성적인 음색을 가진
진공관이다.
소리가 굵고 나지막 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레코드를 플레이어에 올리고 바늘을 들어서 판에 내려놓으면 LP가 돌아가면서 스피커를
통해서 따스한 음색이 흘러
나온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LP판은 처음 레코딩을 할때 회전수가 정해져 있다.
그 회전수가 맞지 않으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전기는
50헤르츠 또는 60헤르츠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위에 두줄은 50헤르츠
의 회전수..밑에 두줄은 60헤르츠의 회전수를
나타낸다.
일단은 회전수가 맞는지 확인을 해야 제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제 방의 모든 불을 꺼고 나면 진공관이 내주는 붉은 빛만 소리와 어울려 준다.
역시나 진공관은 디지탈의 밝고 창백한 빛과는
정말 다른 빛이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아날로그의 이런 맛이 좋다.
따뜻함을 느끼기 때문에 유난히 좋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디지탈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인데 그래도 자꾸만 아날로그에 끌린다.
아마도 소리만 들어려는게 아니라 빛을 보고 진공관의 발열로 따스해지는 온도의
그 색다름을
즐기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