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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
洗心..
洗渴..
洗顔..
洗足..
물이 고여 있게 되면 반드시 썩고야 만다.
물이 썩게 되면 물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하고 살던 모든 생명도 끝이다.
사람도 결국에는 물을 기반으로 살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70이상이 물..즉 수분과 연관이 있다.
물은 반드시 밑으로 흐르게 된다.
물만큼 중력의 법칙에 충실한 것이 있을까?
식물도 사람도 중력의 법칙에 반해서 위쪽으로 자라 나가지만 물은 자연상태로
위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분수처럼 위로 가는 경우도 1분도 견디지 못하고 도로 밑으로 떨어져 내린다.
일상을 피해서 찾아드는 산사의 입구에서 만나는 약수...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시는 물을 洗心한다고 한다. 세상의 띠끌과 이끼로 가득한
마음의 때를 씻어낸다는 뜻이다.
사람이 마음을 씻어낼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부처의 경지정도는 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산사의 입구에서 한잔의 약수에 마음이 정화되어질수 있기를 간절하게
염원할 뿐이다.
정화수....
정월초하룻날 귀를 에이는 새벽첫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어머니는 작은 소반에
하얀 사기그릇에 물 한그릇을 떠놓고 천지신명께 간절히 기원을 드린다.
"어메요..뭐를 비셨는기요?"
해마다 그날이 되면 물어보고 싶은 말이기는 하지만 여태껏 한번도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서는 티끌만큼도 빌지 않았을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물도 최고 가치의 윗물이다.
등산길에서 숨이 턱에 차올라 기진할때 쯤에 만난 옹달샘 하나...
누군가가 길가는 나그네를 위해 곡괭이로 파고 돌을 들어다 날라서 만들어 놓은
그런 구석지고 한적한 곳에서 만난 옹달샘에서는 그냥 목만 채울일이 아니다.
그냥 갈증만 채우는 일은 자신의 삶을 천박하게 하는 일이다.
물 한바가지 떠서 우선은 마음부터 씻을 일이다.
"나그네를 위해 수고로운 짐을 지고 앞서간 이...그대에게 감사합니다"
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굳이 사람이 아니라 옹달샘 위로 뿌리내린
소나무 한그루나 옹달샘의 차가움을 지켜주는 바람 한 자락까지도 생각해보면
감사의 대상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적 외가에 가면 우물가에 노란 세숫대야..그 옆에 빨간색의 고무바케스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서 세수를 마치고 나면 그 물은 옆의 바케스에 담았다.
외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외삼촌도 외숙모도 외사촌동생도 모두 그렇게 했다.
나도 외가에 가 있는 동안에는 그 룰을 따를수 밖에 없었다.
세숫물을 모아둔 그 바께스의 물은 논에서 모를 심거나 밭일로 진흙이 고스란히
묻어서 집에 돌아오면 대충 흙을 씻어내는데 쓰인다.
그래도 그 물을 그냥 버리는 법은 없다.
할매가 심어놓은 돌담 아래 몇 그루의 봉선화에 뿌려졌다.
"바라..근아... 물 하나도 그냥 헤푸게 버리믄 천벌 받는 법이다..알것제..."
몇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머리속에 각인 되어 있는 외할매가 해주신 말이다.
洗心...
마음을 씻는 일은 下心하는 일이다.
자신을 낮추는 일..우리 사람들이 이런 일에는 참으로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백번을 다녀도 제 다니는 길을 늘 잊어버리는 악어처럼 우둔한게 우리들이기에
어쩌다 가끔 들리는 산사에서 돌아오면 또 잊어버리고 만다.
굳이 산사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일상에서 보리오차물 한잔으로도 충분하게
마음을 씻을수 있는 그런 여유가 그립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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