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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담기의 곤란함...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7. 20:35
똥담기의 곤란함...
2004-11-09 오후 2:07:37햇볕 따스한 날이다.
마지막 시간을 남기고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나와서 딸그락~ 거리는 슬리퍼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일순 조용해 진다.
드르럭~ 미닫이 교실문이 열리면 까만 출석부를 옆에 끼신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겨드랑이에 끝쪽에 빗금이 쳐진 누런색 대봉투를 하나 끼고 들어 오신다.
그리고는 책상의 한곁에 모서리를 잘 맞추고 고이 놓아두신다.
모두들의 궁금한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수업이 진행된다.
이제 마치는 시간이다.
"자~ 자~~ 조용히 해바라...어~ 지금부터 채변 봉투를 나나줄낀께네 내일 받아가꼬
온나...알것나~~ ... 문디자슥들이 와 대답이 업노~~"
그제서야 찔끔하며 모두들 "예~"하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손에 받은 약국에서 약사면 주는 봉지같은 하얀봉투와 손바닥 만한 비닐한장..
봉투에는 학교,반,번호,이름을 쓰는 난이 마련되어 있다.
아침시간은 그때나 몇십년이 흘러버린 지금이나 짧고 바쁘기는 매 한가지다.
아침에 일어나서 똥이 안나오면 결국에는 대나무뿌리에 니스칠을 한 매로 손바닥을
맞아야 하므로 저녁이라도 나올때 마무리를 해야 한다.
변의를 느끼면 똥시깐 (화장실의 사투리)에 신문지를 깔고 변을 본 다음 선생님이
설명해준대로 성냥알로 작은 밤톨만하게 떠서 사각의 비닐 복판에 놓은 다음에
비닐의 모서리를 잡고 오무려서 실로 챙챙 동여맨다.
그리고 학교,학년,번호와 이름을 쓴 하얀봉투에 넣어서 가방의 한켵에 잘 챙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 학교풍경중의 하나가 준비물이나 숙제를 미처
다 하지못 했거나 아니면 잊어버린 아이들이 있게 마련인데 채변은 그래도 학교에서
적당히 해결힐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학교의 화장실도 모두 재래식이였기 때문이다.
"내는 있제...똥이 안나와 가꼬..우리집에 안있나..누렁이..글마 똥가꼬 안왔나.."
"내는 우리동생 칠성이가 똥누가꼬 엄마가 가따버리라 카는거 안가꼬 완나..."
일년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있었던 채변검사.....
얼마전에 거금 들여서 무소유와 둘이서 종합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오랫만에 황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여기도 채변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옛날처럼 수세식도 아니고 대부분이 좌변기를 사용하는데 좌변기라는게 항상
일정 부분이 물이 채워져 있는데 무슨 수로 채변을 한다는 말인가....옛날하고 달라진게 있다면 비니루에 밤톨만큼 놓고 싸는게 아니라 지금은
필름통처럼 생긴 플라스틱 통에다 담는다는 것이다.게다가 옛날처럼 나무젓가락이나 성냥알로 담는게 아니라 플라스틱 뚜껑에
채변용 돌기가 마치 숟가락처럼 있다는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래도 참 난감하다.
좌변기라는게 이런 류의 숙제를 푸는데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해결해서 숙제를 무사히 마쳤다.
내 똥속에 무었이 들었는지는 아직은 통보받지 못한채 기다리는 중이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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